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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a Sep 30. 2015

와인으로 부활한 자식에 대한 끝없는 사랑

유달리 크고 환한 슈퍼문이 떴던 추석.

온 가족이 전부 모이는 일 년에 몇 안 되는 날 중 하나지요.

평소 전화조차도 자주 못하고 사는 자식들도 이 때만큼은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부모님께로 달려갑니다.  숨 쉬는 공기의 고마움을 모르고 살듯이 늘 곁에 계시는 부모님과 가족들은 바쁜 일상 속에서 늘 우선순위가 가장 뒤로 밀리기가 쉽지요. ‘옆에 있을 때 잘하라’는 얘기는 늘 듣는 얘기지만 그걸 실천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도 없는 것 같습니다.

와인은 유달리 가족기업이 많은 분야입니다. 세계적으로 명성을 날리는 유명한 와이너리에서부터 아주 작은 와이너리까지 대를 이어가며 와인을 생산하는 경우가 많지요. 로칠드가문과 같이 형제들이 전 세계로 흩어져 가문의 이름을 내걸고 다양한 브랜드로 와인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부르고뉴의 아주 작은 도멘에서는 아버지와 어머니, 아들 단 3명이서 와인을 만들어 전 세계로 수출하기도 하지요. 집안의 좋은 와인을 만들어내는 전통을 계승하기 위해 자신이 하던 일을 내던지고 돌아와 아버지의 일을 이어받아 즐거이 그 일을 하는 것을 보면 참 좋아 보이고 부럽기까지 합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유명 와인 산지인 나파밸리에 있는스태글린 와이너리(Staglinwinery) 역시 아들에 대한 부모님의 헌신적인 사랑에 의해 태어난 와이너리입니다. 와이너리의 오너 개런(Garen)과 셰리(Shari)의 아들 브랜든 스태글린(Brandon Staglin)은 SAT에서 2년 연속 만점을 받은 영재였습니다. 우주공학자를 꿈꿨던 브랜든은 아이비리그 다트머스(Dartmouth) 대학에서 기계공학과 인류학을 전공한 후, 스탠퍼드(Stanford) 대와 매사추세츠 공대(MIT) 우주공학박사과정에 동시에 합격했지요.  하지만 어느 날 그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정신분열증과 함께 대인공포증, 불면증에 겪기 시작했고 환청과 환각에 시달리다 못해 수 차례 자살까지 시도했습니다. 나파밸리에서 와이너리를 시작했던 브랜든의 부모 개런과 셰리는 이런 아들을 헌신적으로 보살피며 치료에 힘썼습니다. 몇 년간의 힘든 치료 끝에 그들은 모든 병들을 극복하고 그 과정 속에서 그들은 한 가지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위대한 목적을 위한 위대한 와인을 생산하자(Great wines for great causes)”

이는 또 다른 수많은 브랜든과 같은 이들이 가진 고통을 이겨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중요한 발걸음이었습니다. 자신의 고통을 이겨낸 브랜든과 함께 스태글린 가족은 1995년부터 자신의 와이너리에서 정신 건강을 위한 뮤직 페스티벌(Music Festival For Mental Health)을개최해 자선 모금을 시작했습니다. 명성 있는 셰프들과 정상급 뮤지션들, 과학자들이 초청되었고 이는 뮤직 페스티벌을 통해 정신건강 연구에 쓰일 기금을 마련하는  것뿐만 아니라 나파밸리의 대표적인 페스티벌 중 하나로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페스티벌과 와인 경매 등 다양한 자선 사업으로 수익금 전체를 기부하는 스테글린은 현재까지 8억 불이 넘는 어마어마한 금액을 정신병 연구에 기부하고 있습니다. 이 페스티벌 기간에는 정신건강에 대한 심포지엄을 함께 개최해 정신건강 분야의 최고의 석학들이 모여 연구결과를 서로 나누며, 친구나 가족이 정신병을 앓고 있는 수백 명의 일반인들이 참석해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훈훈한 행사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들은 ‘포도밭의 역사성을 계속 보존하자’, ‘가족 경영을 유지하자’, ‘환경 친화적인 와인을 생산하자’, ‘위대한 목적을 위한 위대한 와인을  만들자’라는 4가지 철학을 고수함으로써 나파 밸리에서 영향력 있는 와이너리로 성장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스테글린 와이너리는 100% 태양열 에너지로 100% 친환경 와인을 생산하여 최고 등급의 친환경인증을 받았으며 세계적인 와인 컨설턴트 미셸 롤랑(Michel Rolland)의 지휘하에 뛰어난 품질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살루스 샤도네이

스태글린와이너리에서 생산되는 ‘살루스(Salus)’는 건강과 번영의 여신이름입니다. 여러 유럽 국가에서 건배를 할 때 쓰는 ‘살룻’, ‘살루떼’가 모두 이 단어에서 어원이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이 살루스 와인은 판매 수익금 전액이 정신건강연구소(IMHRO)에기부된다고 합니다. 현재는 병을 극복한 브랜든이 전체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으며 UC 데이비스 대학에서 본격적으로 와인을 공부한 딸 쉐넌(Shannon)이 향후 부모의 대를 이어 와이너리의 공동대표가 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가족에 대한 헌신적 사랑은 질병도 이겨냈을 뿐 아니라 위대한 와인의 탄생과 더불어 국가적 차원의 사업까지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눈부신 가을햇살보다 더 눈부시고 찬란한 사랑이 부모님의 사랑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낌없는 헌신과 사랑으로 저를 키워주신 부모님을 모시고 좋은 와인 한 병과 함께 가을여행이라도 한 번 다녀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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