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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a Sep 30. 2015

나폴레옹이 사랑한 와인 – 제브레 샹베르탱

GeveryChambertin

나폴레옹이 사랑한 와인 – 제브레 샹베르탱(GeveryChambertin)

와인을 사랑하는 이라면 언젠가 한 번은 사랑에 빠질 법한 것이 바로 프랑스 부르고뉴(Bourgognue) 지역의 와인입니다. 마시면 마실수록 섬세하고결이 고운 비단결 같은 와인. 그러나 그 안에서도 강인한 황제의 모습에서 여성스러운 연인의 모습까지 지역마다 다양한 특색이 살아 숨 쉬는 것이 부르고뉴 와인이지요. 부르고뉴 지방은 보르도에 비해 면적도 적고 포도밭도 각각의 소유주마다의 면적이 극히 적은 편입니다. 그러나 적은 면적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포도밭이 가지는 테루아는 아주 다릅니다. 심지어는 돌담 하나를 두고서도 가격이 몇 배 이상 차이가 날정도로 각각의 포도밭이 가지는 환경은 차이가 많이 나지요. 물론 각 생산자들이 와인을 만드는 철학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중에서도 그랑크뤼(Grand cru)라고 불려지는 특급 밭들이 가장 많이 모여있다고 하는 곳이 바로 제브레 샹베르탱(Gevrey-Chambertin) 지역입니다. 특히 나폴레옹이 가장 사랑했던 와인을 생산하는 곳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요.  까다롭고 예민한 성격을 가진데다 원래는 술을 입에 대지 않기로 유명한 나폴레옹이 유일하게 사랑한 것이 바로 제브레 샹베르탱 지역의 와인입니다. 일생을 전쟁터에서 살다시피 한 나폴레옹은 항상 식사 때마다 제브레 샹베르탱와인을 마셨고 그래서 전쟁터에는 군대를 위한 식재료마차와 함께 제브레 샹베르탱와인이 가득 담긴 커다란 오크통을 운송하는 마차가 항상 따라다녔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마지막으로 치른 전투 전날에 하필이면 나폴레옹이항상 즐겨 마시던 제브레 샹베르탱 와인이 다 떨어져 저녁식사 때 샹베르탱 와인을 함께 마시지 못한 탓에 제대로 전략을 짜지 못해 전쟁에서 패배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입니다. 

제브레 샹베르탱 지방의 역사는 부르고뉴 자체의 역사와 맥락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기원전 1세기 무렵 로마 골 지역에서 포도나무가 전해져, 베제(Bèze), 클루니 등의 수도원의 수도사들에 의해 지금의 와인들이 생산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제브레 샹베르탱 지역에는 9개의 그랑 크뤼 와인을 생산하는 밭(Grand Cru)과, 26개의 프르미에 크뤼(1er Cru)가 있으며 부르고뉴 지역에서도 가장 면적이 넓고 생산량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원래는 ‘제브레(Gevrey)’마을이었으나 1847년 루이 필립 왕에 의해 마을 중에서는 최초로 마을 이름 뒤에 와인의 이름을 붙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제브레 샹베르탱마을의 와인들은 남성적이며, 외향적이며 강건하고 농밀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제브레 샹베르탱 지역의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는 생산자들의 와인은 대부분 강건하고 힘찬 스타일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시장에 출하되고도 적어도 4~5년 이상을 숙성시켜야 제 맛을 내는 것이 바로 이 마을의 와인의 특성이지요. 하지만 요즘 소비자들이 오랜 숙성을 요구하는 와인보다는 사서 금방 마실 수 있는 편안한 스타일의 와인을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까닭에 이 지역 와인 생산자들도 오래 숙성하지 않아도 금방 맛있게 마실 수 있는 무겁지 않은 바디감을 가졌으면서도 여성적이고 화려한 아로마를 지닌 와인들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제브레 샹베르탱도 화려하고 여성적인 현대적 스타일과 전통적인 방식으로 생산된 남성적이고 강건한 스타일의 와인으로 나누어지고 있습니다. 530 헥타의 독특하면서도 개성 있는 테루아를 가진 지형과 자연환경으로 인해 제브레 샹베르탱와인은 전 세계의 많은 부르고뉴 와인 마니아들을 양산해내었습니다. 인간의 기술을 뽐내기보다는 주어진 자연환경에 순응하며 자연의 섭리에 따라 와인을 생산해내는 겸손한 마음, 주어진 그대로를 잘 표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열정이 위대한 와인을 만들어내는 비결입니다. 하늘의 축복을 받은 이 마을은 다른 주변의 마을에 비해 두루두루 좋은 테루아를 형성하고 있어 굳이 그랑크뤼급이 아닌 마을 단위의 와인들도 좋은 퀄리티를 가지고 있어 가격에 비해 평균적으로 우수한 퀄리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손바닥만 한 크기의 작고 탐스러운 포도송이들이 들판을 가득 채우고 있는 풍성한 가을.

전 세계를 호령했던 황제를 추억하며 좋은 사람들과 함께 제브레 샹베르탱 와인의 향기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가져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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