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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윤 Jun 26. 2022

클럽의 성지, 베르크하인에 정말 들어가고 싶다면

베를린 일상에 대해 씁니다. 

베르크 하인 (Flickr)

베르크하인 (Berghain)은 입장하기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클럽으로 유명하다.

카메라에 스티커를 붙이고 절대 촬영을 하지 못하게 하며, 철저하게 비밀이 보장되는 '진짜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는 곳'을 표방하고 있는 만큼 아무나 들여보내지 않는 것이다.


몇 시간 동안 줄을 선 후에 베르크 하인의 유명한 문지기에게 입장 거부를 당하고 나면,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곳이길래, 안 가고 말지'란 생각과 동시에 '언젠가 한번 들어가 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누구나 무의식적으로 들 것이다. 

베르크 하인에 들어갔던 날의 유투브 브이로그는 여기서 볼 수 있다. 



나는 정확히 2012년에 즉, 10년 전 한참 꽃나운(?) 나이에 이 베르크 하인에 도전했었다. 

그 당시, 베를린에 유학을 하던 내 대학 동기와 함께 밤 10시에 일찍 자고 새벽 2시에 일어나 새벽 3시에 베르크하인에 입장을 시도했다. 그랬던 이유는 친구가 그때가 제일 재밌고 줄도 그나마 적을 거라고 해서였다. 그렇게 새벽 3시에 입장하면 아침 해가 뜰 때까지 논다고 했다. 

그때의 나는 영국에서 유학 중이었고, 영국에서 웬만한 클럽은 나름 노래방 가듯이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자주 갔었기 때문에 나름 클럽 문화도 익숙하고, 클럽 입장이 안될 거라는 생각은 안 했다. 


베르크 하인 도어맨 (mediaqg.com)

웬걸, 이 아저씨는 가차 없이 흘끗 나를 내려다보더니 '나인 (Nein)' 즉, 독일어로 '안돼'라고 뱉는 게 아닌가. 그날 나는 재수 없다고 투덜거리며 누구나 입장 가능한 대중적인 음악이 흘러나오는 클럽에 들어가 아쉬운 마음만 달래고 집으로 돌아갔다. 


나의 두 번째 도전은 한 달 전이었다. 

어느 정도 베를린의 생활이 익숙해 질 무렵. 즉, 내가 더이상 관광객처럼 느껴지지 않을 무렵이다. 10년 전 영국에서 유학할 때 친했던 같은 과 벨기에 국적 친구가 베를린에 놀러 왔다. 그 친구와 원래 계획했던 야외 펍/클럽을 가려고 했는데 그곳이 문을 열지 않았고, 근처에서 술 마시며 놀다가 취기에 힘입어 내가 베르크하인에 한번 가보자고 했다. 

구글 맵 상에서 별로 멀지 않은 위치였기에 우버를 불러 타고 갔는데, 깜짝 놀랐다. 10년 전 엄청나게 광활하고 황량한 벌판에 혼자 서있는 음산한 공장 건물이 베르크하인이었는데, 10년 후 내가 도착한 베르크하인은 주택에 둘러싸여 있는 빡빡한 베를린 도시 한가운데 있는 작은 건물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내가 근무하는 잘란도 회사 건물 뒤편이라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였다.) 


그래도 베르크하인 앞쪽은 줄을 위한 공터가 남아있어서 바리케이드를 따라 줄을 서 입구까지 갔다. 입구까지 가면서 같이 줄을 서는 한 무리가 생수 병에 보드카를 담아 마시고 있길래, 한국인 특유의 장기- '한입만'을 시전 하여 얻어먹었다. 다행히 줄은 짧았고, 우리는 입구에 도착했다.


'몇 명이야?'

'두 명'

그렇게 우리는 입장했다.


10년 전 거절당했던 그날과 베르크하인에서 즐거운 해방의(?) 시간을 보내고 난 그날과 비교했을 때 내가 생각했을 때, 

베르크하인에 들어가기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은, 어떤 마인드 셋 (Mind set)을 가지고 있냐이다.


그때는 보이지 않았고, 지금은 보이는 것이 있다.
그때는 받아들일 수 없었고, 지금은 즐길 수 있다.
그때는 틀렸다고 판단했고, 지금은 다름이란 것을 안다.
그때는 선악이 분명하다고 믿었고, 지금은 회색지대가 많다는 것을 안다. 


이 문구들이 바로 이해되었다면, 그리고 이에 동의한다면, 당신은 베르크하인을 백 프로 즐길 준비가 되어있다!

만약 당신이 호모포비아거나, 다양한 성적 취향/개성을 존중하지 못한다거나, 안티 페미니스트라면 입장은 빠른 포기 하시길 바란다. 

그리고 입장이 문제가 아니라, 입장 후에 제대로 베르크하인을 즐길 수 없어 1시간 만에 도망쳐 버리는 무리에 속하게 될 것이니, 시간 낭비 / 돈 낭비가 따로 없기 때문에 애초에 베르크하인을 추천하지 않는다. 



마인드 셋을 잘 장착했다면, 두 번째는 코디다.  

이 마인드 셋을 조금만 옷 코디에 표현해 주면, 입장 확률은 아주 높아진다. 

(참고로 나는 청바지, 나이키 운동화, 스웻 셔츠에 파란색 패딩을 입고... 집 앞 장 보러 가는 패션으로 입장했다. 모든 것은 확률 싸움...) 


절대로 입어서는 안 되는 입장 패션부터 말해보겠다.

남자: 흰 와이셔츠에 세미 정장 스타일의 바지, 명품 로고가 박힌 카디건이나 셔츠 등은 100프로 입뺀이다. 즉, 댄디하고 깔끔한 느낌 절대 안 된다.

여자: 강남 클럽에 입장할만한 원피스 복장과 화려한 화장, 특히나 '힐 구두' 패션은 100프로 입뺀이다. 여성스럽고 화려하고 예쁜 느낌 절대 안 된다. 


이렇게 입고 갈 바엔 차라리 벗고 팬티만 입고 가는 게 확률이 더 높다는 말도..


정해진 건 없지만 남자든 여자든 최대한 아래를 지켜주면 확률이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 화장, 머리는 세팅하지 말고 자유롭게 하기.

- 전체적으로 블랙으로 통일하되, 얌전한 느낌이 아니라 섹시한 포인트가 있는 패션. (딱 붇는 가죽 바지라던가, 어깨가 드러나는 탑이라던가 하는, 입술 빨갛게 칠하지 말고 눈 화장을 약간 스모키 하게. 남자는 검정 피트 되는 티셔츠. 남녀 모두 검정 매니큐어 발라주면 좋음.) 

- 배낭이나 큰 가방 들고 가지 않기

- 웬만하면 명품 입지 말기

- 최소한 관광객 처럼 보이진 말기. 



세 번째 포인트, 표정이다.

- 절대 웃지 말기.

- 반쯤 눈 풀리면 좋음 (술 기운).



마지막으로, 주의해야 할 점 몇 가지만 마지막으로 몇 가지 적어보고 끝내려고 한다.


- 줄 서는 곳에 화장실 같은 건 없다. 근처 어두운 데서 알아서 싸고 와야 한다. 

- 최소한 독일어로 '몇 명이 왔냐'라는 걸 알아듣고 '몇 명이다' 정도만 외워서 말하면 좋다.

- 3명 이상의 무리는 입뺀 확률이 높으니 쪼개져서 입장한다.

- 남녀 화장실 구분 없다. 화장실에 여러 명이 우르르 들어가는 건 일반적이다. 

- 현금만 사용 가능하므로, 충분히 현금을 들고 가자. 물은 사마시던가, 화장실 수돗물을 마셔야 한다 (바에 가서 물 달라고 하면, 빈 컵을 준다. 화장실에 수돗물 마시라고... 물론, 수돗물이 더럽다는 건 아니다. 독일 사람들은 다 수돗물 마신다.) 

- 간혹 컵을 들고 춤추다 보면 누가 약을 탄다는 이야기도 있다. 웬만하면 다 마시고, 춤출 땐 춤만 춰라. 


이제 입장했다면 자유롭게 해가 뜰 때까지 놀아보자.

모두가 친절하고 영어도 잘하니 부끄러워하지 말고 친구들 많이 사귀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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