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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nda Aug 03. 2023

나의 여행 이야기(3/3)

나는 지금도 여행 중.


여행에 대한 갈망은 줄어들지 않을 것 같았다. 인생에 많은 것들은 변하는지도 모른 채 그렇게 나도 모르게 나는 변해가고 있었다. 인생은 흑과 백으로 나눌 수 없지 않을까. 오른쪽 아니면 왼쪽인 삶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부정적인 것, 혹은 긍정적인 것과 같이 딱 이분법으로 모든 걸 나누지 못한다. 싫다 혹운 좋다로 나누지 못하는 것들이 이외로 많다.


내가 여행을 예전만큼 좋아하지 않게 된 것은 새로운 곳에 대한 흥미를 점점 잃어간 것일 수도 있다. 새로운 세상에 대한 관심도가 줄어들고 있다는 감정은 어쩜 나이가 들어간다는 걸 증명해 보이는 것일 수도 있겠다. 이것이 부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물론 긍정적인 변화도 아닌 것을 안다. 물론 여행이 싫어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나는 새로운 곳으로의 여행을 꿈꾼다. 다만 휴가가 생기면 어디든지 동행이 없더라도, 혼자서라도 무조건 떠나야지 했던 그 갈망이 많이 사라졌다.


여행 중 새로운 경험과 뜻하지 않게 만나게 되는 인연들로부터 왔던 좋았던 기억만큼이나 동시에 어쩔 수 없이 맞이하게 되는 외로움에 대한 기억도 있어 혼자 여행에 대한 주저함이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2023년 7월 현재의 나

도쿄에 살고 있다. 4년 반의 도쿄살이 중에 3년이라는 코로나라는 산을 건너야 했다. 코로나 전에는 주말을 이용해서 한국을 갔다 오기도 했다. 아주 싸게 비행기 표를 구하면 20만 원 선에서 비행기를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가족들도 종종 나를 보러 놀러 오기도 했다. 도쿄에 살지만 마치 한국에 어느 한 도시에 와 살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만큼 한국과 나와의 거리는 멀지 않았다. 코로나라는 것이 우리에게 처음 왔을 때 1달 후면, 여름이 지나면, 백신이 나오면 지나갈 거 같았지만 코로나는 그리 쉽사리 떠나지 않았다. 코로나로 인해 아 나는 해외에 살고 있구나를 절절하게 느끼게 되었다.


언제든지 갈 수 있던 한국이 언제든지 갈 수 없는 곳이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걱정이 생겼다. 2020년 6월에는 주변 가게들이 모두 문을 닫았고, 길거리에 사람들이 사라졌다. 하늘길은 막혀, 한국으로 돌아가는 건 꿈도 꾸지 못했다. 그렇게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후에 백신을 3차까지 접종하고, 코로나 검사(PCR)를 통과하여, 비록 비행기표가 60만 원 이상을 육박하더라도, 겨우 한국으로 갈 수 있게 되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고,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을 거라는 추측도 해보지 않았을 것이다. 그냥 발생했다.


미처 예상하지 못한 일이기에 누구도 이 상황을 잘 극복할 수 있는 매뉴얼을 가지지 못했다. 누군가에게 조언을 구할 수도 없었다. 정말 너도 나도 우리 모두가 처음 겪는 일기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처음 창궐하고 모든 나라가 블락이 되었을 때 그때 처음으로 우리는 아이러니하게 '공평함'란 걸 느꼈다고 생각한다. 그 당시는 처음으로 세상은 이 재난에서 돈의 여부나 권력의 여부 등과 같은 그 어떠한 방법도 통하지 않는 순간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바뀐 것이 또 하나 있다. 재택근무란 걸 하게 되었다. 최근에 다시 사무실로 돌아왔다. 3일 회사 근무, 2일 재택근무이다. '하이브리드 근무'라고들 부른다. 다시 회사로 와서 업무를 시작하라고 했을 때, 정말 불평불만이 말도 안 되게 컸다. 재택으로 인해 업무 상 차질은 아무것도 없었는데 왜 도대체 회사로 돌아오라는 건지 여전히 알 수가 없었다. 사실 10년 이상의 회사 경험 중 3년이라는 시간 외에는 나는 재택근무를 해 본 적이 없었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는 재택근무가 더 맞는 사람이란 걸 알게 되었고, 매일매일 출퇴근 전쟁에 합류하는 것이 얼마나 소모적인 일인지 깨닫게 되었다.


2020년 4월로 다시 돌아가 생각해 본다. 

갑자기 회사에서 내일부터는 재택근무를 하라는 지침이 떨어졌다. 모두 웅성거렸다. 한국에서 코로나 감염자가 늘고 있다는 뉴스가 연일 들려왔다. 2020년 2월 한국을 가려고 했는데, 가족들이 한국에 오는 것을 추천하지 않았다. 조금 잠잠해지면 오라고 했다. 그때는 재택근무를 하는 것을 상상해보지 못했다. 과연 집에서 내가 일을 잘할 수 있을까. 살아보지 않았던 라이프 스타일이었기 때문이다. 걱정이 너무 앞섰다.  


이렇게 나는 도쿄에서의 시간을 보내왔다. 코로나가 도쿄에서의 나의 5년의 시간을 모두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그를 빼놓고 도쿄에서의 삶을 이야기하기는 또 어려운 존재가 되어버렸다.


한국은 이제 내게 여행지가 되어버렸다.


5년이란 시간이 이렇게 나를 변화시켰다는 생각을 해보니, 불현듯 사람이 얼마나 현재의 충실한 본능을 지녔는가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


한 번은 한국을 가기 위해 하네다 공항을 갔었다. 최근에 일본으로 여행 오는 한국 사람들이 많다고 인터넷 기사를 통해서 봤다. 하네다 공항에는 도쿄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려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도쿄에서 마지막을 즐기기 위해 편의점에서 이것저것 음식들을 사보이는 사람들이 보인다. 공항 내 자판기에서 마지막으로 일본 음료수들을 마셔보며 신기해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이제 내게는 아무런 감흥을 주지 않는 것들이 되었다. 기분이 참 묘했다.


한국에 도착했을 때야 나는 다시 모든 게 새롭게 보였다.

김포 공항에 도착해 편의점에 가서 먼저 바나나 우유를 사 먹었다. 예전 살 적에는 그리 좋아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제주도를 가기 전에 서울에서 하루 묵기로 했다. 예약해 둔 호텔로 가는데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되었다. 길을 혼자 걸을 때나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면 언제나 음악을 듣거나 팟캐스트를 듣는다. 서울에서는 그러지 않았다. 사람들이 모습을 관찰하는 게 너무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듣고 있지 않아도 지루하다는 생각의 틈을 느끼지 못했다.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 지하철에서 나오는 방송들이 모두 새롭게 들렸다.


나의 모든 시야는 5년 사이에 완전히 변해 있었다. 그렇다고 5년 만에 내가 한국을 방문한 것도 아니다. 5년 사이에 자주 한국을 방문했었다. 그럼에도 나에게 거리에 모습들,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모습들, 각종 식당과 건물들의 간판들, 사람들이 걸어가는 모습들, 그 모든 것들이 항상 새롭게 느껴진다. 매번 방문할 때마다 다른 점들이 보인다. 어떤 날은 한국 길거리에서 음료 자판기가 잘 보이지 않는 게 불편했기도 했고, 어떤 때는 한국 마트에서 보이는 다양한 종류의 라면들을 보고 있자니 신기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도쿄 내가 사는 집 옆에 이런 마트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휴가가 생기면 제일 처음 여행하기를 바라는 장소가 한국이 되었다. 내가 평생을 살던 장소가 휴가 때가 되면 그렇게 떠나고 싶었던 곳은 이제 내게 제일 먼저 찾고 싶은 여행지가 되었다. 그렇게 인생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는 인생의 진리를 다시 느끼며 여전히 일본에 익숙하지도 않은 나는 새로운 여행 여정기를 써 내려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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