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 #직장 #재취업 #고민
"일 안할 땐 뭐 하셨어요?"
숨가쁘게 20대 후반과 30대를 일하면서 보내온 사람들. 하지만 임신과 출산, 육아에 가로막혀 다시 좌절하는 우리.
안타깝게도 나의 이야기다.
그동안 열심히 일 해왔지만, 단 2년의 공백은 지난 십년보다 높은 벽이었다.
면접을 가는 곳마다
"아이는 몇살입니까?"
"누가 키워줍니까?"
"그럼 일에 피해는 가지 않겠지요?"
"일 안하는 기간 동안 뭘 하셨나요?"
질문을 아무렇지 않게 했다. 같은 질문을 같은 공백이 있는 남성에게도 할까 의문이다.
공백. 그 사이 "놀았다"로 정의되는 시간들. 하지만 본업을 떠나 있었다는 건, 어쩌면 그 업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봐왔던 시간일 거다.
나는 한 언론사의 인터넷편집기자를 했었다. 디지털뉴스라 칭하는 것이 얼마나 디지털스럽지 않고, 편협한 시각에 사로잡혀 있는지 그곳을 벗어나서야 더 잘 알 수 있었다.
일을 할 때는 당장 주어진 반복된 일에 치여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멀찍이 떨어져 있으면 더 잘 보이기 마련이다.
그렇게 공백기간 동안 현장에 있는 그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알게 됐다. 어쩌면 하루하루 아무 의미없이 하던 일만 하고 월급루팡하며 불만을 토로하는 현업에 있던 시간보다 값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를 인정받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공백은 죄다. 그동안 어떤 삶을 살고 무엇을 했는가를 설명하는 것 보다 빈 시간이 더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 어떤 사람이 조직에 도움이 되는 사람인지, 단순히 경력기간과 지식이 일을 잘하는 척도는 아니다.
공백은 죄가 없다. 그동안 아무것도 안한 사람은 흔치 않다. 공백은 새로운 시각과 경험이 스며드는 시간이다. 항상 진리라고 믿는 업무기준과 해결방법을 바꿀 수 있는 창의적인 생각이 스미는 시간이다.
공백이 무능으로 비치는 사회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