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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langPolang Dec 28. 2020

크리스마스의 의미가 내 안에서 완전히 뒤바뀌었던 이야기

매일 상자를 배달받는 풍요로운 시대에 S 씨는 은퇴하셔도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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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의 의미가 내 안에서 완전히 뒤바뀌었던 이야기를 해줄게.  


호랑이가 담배를 피우던 시절이니까 내가 20대 무렵에 있었던 일이다.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20대에게 크리스마스라고 하면, 여기저기서 열리는 친구들의 파티에 이리저리 우르르 몰려다니며 마시고 노느라 바쁠 나이들 일 것인데.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오던 어느 날, 한 핀란드인 친구가 혼자서 열심히 음식과 음료를 준비하고 파티 분위기를 내느라 바쁘다는 말을 듣고는 그 또한 그런 파티들 중의 하나이겠거니 하면서 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크리스마스이브에 그녀가 집에 초대한 사람은 그녀의 지인이나 친구들이 아니었다.

그녀는 크리스마스의 소비를 즐기지 못할 이러저러한 이유를 가진 사람들을 파티에 초대했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 갈 곳이 없는 사람들, 외로운 사람들, 단 하루 만이라도 따뜻한 음식과 모닥불과 웃음과 음악이 필요한 사람들, 아니 그중 단 하나만이라도 간절한 사람들, 그냥 누군가의 포옹이 필요한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위해 준비된 파티였다. 

그녀의 집은 그날만큼은 만인을 위한 오픈 하우스가 되었다.


그냥 '마음씨가 따뜻하네'라고만 말할 수는 없지 싶었다. 

누군지도 알 수 없는 낯선 사람들을 나의 공간으로 초대해서 대접한다는 건 사람에 대한 높은 신뢰가 담긴, 신뢰가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기도 하니까.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녀가 기억조차 할 수 없는 아주 어린 나이부터 그녀의 집에서는 이것이 너무나 당연한 '크리스마스'였다고 한다. 

크리스마스 무렵만 되면 정성스럽게 집안을 장식하고 음식을 준비하여 마을에서 어려운 사람들을 모두 초대해서 대접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자랐고, 자라면서 어머니를 도와 준비하면서 그 행복감을 맛보며 자랐기 때문에 그녀에게는 이것이 너무나 당연한 '크리스마스의 모습'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녀는 "이건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준비를 하면서 내가 너무나 행복하기 때문에 내가 행복해서 하는 거야."라고 말했다. 그녀가 굳이 그렇게 말하지 않았더라도 그녀의 표정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행복감에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열심히 사람들에게 이것저것 챙겨주는 그녀의 모습이 얼마나 행복해 보였는지, 그때처럼 그녀가 부럽다는 생각이 든 적이 없었다.


천성적으로 왁자지껄한 자리도 파티도 딱 질색이지만, 

판매촉진을 위한 기업의 마케팅은 더더욱 절대 사절이지만, 

가냘픈 사슴에게 거구의 몸을 얹고 전 세계를 달리라며 야간근무를 종용하는 S 씨도 좋아하지 않지만,

딱히 동심에 발톱 자국을 내고 싶지는 않지만 말이다.


그래. 크리스마스를 핑계 삼아 온 가족이 모여서 마음을 나눌 수 있으면 그걸로도 좋은 일이지. 

과거처럼 장난감 한번 만져보기 힘들던 시절 (호랑이가 담배도 구하지 못하던 시절 말이야), 1년에 한 번만이라도 내가 갖고 싶던 것을 누군가 선물해 줄지도 모른다는 꿈을 꿀 수 있는 날이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크리스마스는 충분히 의미 있는 날이었을 테니까. 


그렇지만 지금은 말이야. 

매일 상자를 배달받는 풍요로운 시대잖아? 그러니까  

"이봐요 S 씨. 이제 그만 은퇴하셔도 괜찮지 않을까요? 많이 노곤해 보여요."

 굴뚝이 사라지던 시점에 은퇴를 발표했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죠.


지금도 밤중에 몰래 머리맡에 놓고 가는 선물이 아이들에게 감사와 행복으로 다가올까? 

그것이 가슴이 터질 것처럼 사랑하는 아이들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가장 최고의 선물일까?

녹슬지도, 닳아 없어지지도, 유행에 뒤처지지도 않을 선물.  

사랑하는 아이가 소비자가 되도록 만드는 것보다 어디를 가든 주변의 빛과 같은 사람이 되도록 도와주는 것 - 그것이 사랑하는 너를 위한 최상의 선물이 아닐까? 

한 핀란드 아가씨가 크리스마스에 어머니로부터 받았던 선물을 보았던 사람으로서 감히 말하건대, 그건 정말 최상의 선물이었다. 

정말 사랑한다면 아이가 인생에서 놓치면 안 되는 것, 행복을 붙잡는 방법을 선물해주는 크리스마스로 바뀌었으면...

크리스마스 무렵이 되면 마을에 수많은 요정들이 나타난다면 행복하겠지? S 씨도 좀 쉬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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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행동심리연구소 폴랑폴랑

    국내 최초/국내 유일의 국제 인증 반려동물 행동심리 전문가  

    저서 <당신은 반려견과 대화하고 있나요?> 

    반려동물의 감정(Feeling)과 니즈(Needs)에 공감하는 교육을 알리며 

    반려동물 교육 문화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동물행동심리연구소 폴랑폴랑의 대표로 

    동물과 사람이 서로가 서로를 치유하는 세상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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