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n연구원 Mar 11. 2016

내 인생의 지침서

내 인생을 바꾼 기적의 책...

얼마 전 친정 부모님의 이사를 돕기 위해 짐정리를 하던 중, 책장에 먼지가 뽀얗게 쌓여 있는 책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 중에는 내가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써온 일기장, 고등학교 때 만든 학급일기, 독후감이나 글짓기 등으로 탔던 상장들이 있었다. 지금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나의 꿈은 큰 책방을 운영하는 것이었다. 하루 종일 맘껏 읽고 싶은 책들을 읽고 누군가와 토론하고, 추천도 해주고 나만의 생각을 글로 쓰는 것들을 좋아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학업을 마치고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난 그것이 내 인생의 목표를 달성한 것이라 생각했고, 책을 읽을 이유를 잊어 버렸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입사 4년차가 되었고, 전공도 아닌 분야로 취업을 한 탓에 난 항상, 스스로 남들보다 부족하다는 콤플렉스를 갖고 있었으며, 그것이 곧 내게 화살이 되어 스트레스로 돌아왔고, 힘겹게 회사생활을 버텨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출근길에 문득 지하철에서 문에 기대서서, 한손은 지팡이를 짚으시고, 다른 한손은 책을 들고 집중하며 읽고 계신 할아버지 한분이 내 눈에 들어왔다. 그냥 서있기도 힘들어 보이시는데, 저 토록 열심히 책을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 라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고,  무작정 나도 책 한 권을 사야겠다는 생각에, 퇴근길에 곧장 서점으로 향했다. 그리고 책을 고르던 중 그저 책 제목과 뒤편에 쓰여져 있는 글귀가 맘에 들어 책 한 권을 선택했다. 그것은당신은 꿈꾸던 인생을 살고 있습니까?, 당신 앞에 높인 오직 한번 뿐인 오늘을 살아가는 법!, 빛나는 삶으로 이끄는 101가지 지혜의 샘... 이란 글귀였다. 왠지 이 책에는 내가 원하는 답이 있을 것 같았고, 다 읽고 나면 현재 나의 삶을 바꿔 놓을 수 있는 강한 용기가 생길 것 같기도 한 강한 느낌에 나도 모르게 저절로 손이 갔다. 그렇게 내가 선택한 책은 파울로 코엘료 작가의 ‘흐르는 강물처럼’ 이란 책이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책을 산 다음날부터 출근길이 여느 때와 사뭇 다르게 느껴졌다.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책을 읽는 순간, 그 속에 빠져들었고 작가의 글에 공감하며 큰 깨달음을 얻기도 해 가슴이 벅차오르기도 했고, 위안을 얻어 마음이 치유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런데 더욱 신기한건, 모든 건 그대로였는데, 출근길이 즐거워졌고, 회사생활이 이전과 180도 달라졌다는 사실이었다. 난 콤플렉스로 인해 동료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었는데, 내 주위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그들과 마음을 열고 어울릴 수 있게 되었으며, 사람들 앞에 잘 나서지 못하던 내게 갑자기 용기가 생기기 시작했고, 회사생활이 즐거워졌다. 그렇게 난 다시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책에서 위안을 받고, 내 인생의 나침표로 삼으며 전쟁터 같은 회사생활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책에서 용기를 얻고 위안을 얻어 다시 힘을 내며 회사생활을 잘 이겨냈다고 생각했고, 결혼과 함께 행복한 시간들만 가득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기쁨은 잠시였고 그렇게 큰 시련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곤 그땐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2년전... 4월의 벛꽃이 피고 있던 따듯한 봄날이었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잘 나가던 워킹 맘이었던 나는 자상한 남편과 함께 사내커플로 정말 모든 직원들의 부러움을 사며 알콩달콩 살아가고 있었을 때에 암 선고를 받게 된 것이었다. 그것도 간과 폐로 전이가 된 상태라서, 수술을 해 봐야 상태를 알 수 있다는 의사의 청천벽력 같은 말에, 나는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그렇게 하룻밤을 뜬 눈으로 지새우며, 난 별의 별 생각을 다 했다. 혹여 검사 결과가 잘못된 건 아닐까? 다른 사람과 차트가 바뀐 건 아닐까? 등등... 정말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그런데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수술날짜가 점점 다가오면서 난,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전에 힘들었던 회사생활에서 견뎌낼 수 있게 해주었던 그 책이 문득 생각났다. 그리고 집에 있던 그 책을 다시 한번 읽기 시작했고, 신기하게도 몇 년 전에 읽었던 그 느낌과는 또 다른 느낌과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책에 쓰여져 있는 파울로 코엘료 작가의 이 글귀가 더욱 더 내 마음에 와 닿았다. ‘두려워해도 됩니다걱정해도 됩니다그러나 비겁하지는 마십시오두려움과 마주하고근심의 순간을 뛰어넘으십시오무언가를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는 당신의 소망이 이루어지도록 도울 것입니다그러기 위해용감하십시오의미 있는 것들을 위해 투쟁할 만큼 용감하십시오남들이 아닌 바로 나에게 의미 있는 그것을 위해...’그리고 난 다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비록 수술이 두렵고, 수술이후에 어떻게 될지 나는 아직 모르지만, 나에게는 강하게 버텨내야 할 이유가 있었다. 사랑하는 나의 가족들과 나를 진심으로 걱정해 주는 친구, 친척, 지인들 등등, 그래서 난 강해지기로 마음먹었고, 2살 난 딸 아이 곁에 살아 있을 수만 있다면, 뭐든 견딜 수 있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난 7시간이 넘는 대 수술을 이겨냈고, 머리가 다 빠지고 체중이 10킬로나 줄었으며, 후유증으로 걷지 못해 휠체어 신세도 지게 되었지만, 9차례나 되는 끔찍한 항암치료도 버텨냈다.


그리고 기적처럼 난 건강을 되찾았고, 또 한번 내 인생은 바뀌었다. 항암병동에서 만난 많은 분들과 생활하면서, 암 선고를 받기 전에 난, 남들과 비교하며 더 좋은 집, 더 좋은 차, 아이에게 더 좋은 장난감을 사 주기 위해 그런 물질적인 것들에 집착하며 살았지만, 지금은 전혀 달라졌다. 현재 내가 누리고 있는 이 모든 것에 감사하게 되었고, 그것이 바로 행복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벌써 2년이란 세월이 지났고, 7년 동안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지만, 내가 지금까지 살아 온 인생 중 지금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고 감히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현재의 난 내 인생의 주인공으로서 하루하루를 내가 좋아하는 일과 해보고 싶던 일들에 도전하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후 5시가 되면, 어린이집에서 4살 난 딸아이를 데리고 함께 걸으며, 조잘조잘 떠드는 아이의 목소리를 들으며 집으로 돌아올 수 있는 그 길이,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내가 힘든 암 투병을 이겨 낼 수 있게 도와준 내 주위의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서 받은 따듯한 위로와 용기를, 언젠가는 나도 나의 이야기를 통해 누군가에게는 큰 위로와 힘이 되어 줄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싶다는 꿈도 갖게 되었다. 

 우리는 모두 한번 뿐인 인생을 살아간다그 누구도 내 인생을 대신 살아 줄 수는 없지만나에게 책은... 앞으로도 인생에서 많은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지혜를 배우고 용기를 얻어조금 덜 후회되는 길을 가도록 도와 줄 수 있는 영원한 지침서가 되어 줄 것이다.


<제 6회 달서 책사랑 전국 주부수필 공모전_가작 당선작>


작가의 이전글 나의 첫 번째 인터뷰_ 우리 엄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