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원은 종종 스스로에게 묻곤 했다. "내가 정말 다른 사람들을 믿어도 되는 걸까?"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좋아 보여도, 결과적으로 돌아오는 것은 상처와 실망뿐인 날이 많았다. 이제는 의심이 습관처럼 자리 잡아, 누군가가 친절을 베풀 때조차 그 진의를 의심하게 되었다. 친절이란 이름으로 시작되는 만남들이 결국에는 무언가를 기대하거나, 감춰진 속내를 품고 다가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럴 때마다 혜원은 자신의 내면에 자리 잡은 두 늑대의 싸움을 떠올렸다. 선한 늑대는 믿음과 희망을 지향했지만, 나쁜 늑대는 상처와 분노를 씹어대며 계속해서 그 마음을 불안하게 했다.
“결국엔 아무도 믿을 수 없겠지?” 혜원은 내면에서 올라오는 의구심을 떨쳐내기 힘들었다. 그녀는 또다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실망한 나머지 그들을 점점 밀어내고 있었다. 그나마 가까이 두었던 사람들조차 속내를 숨기고, 그녀가 가진 것을 조금씩 빼앗으려 할 뿐이었다.
새로운 믿음의 싹
카이와 엠마는 혜원의 변화를 눈치채고 있었다. 혜원의 눈빛은 어딘가 모르게 경계심이 짙어졌고, 말수가 줄어들었으며, 사람들과의 만남을 피하려 했다. 카이는 그녀가 예전보다 더 고독해지고 있음을 느끼고, 하루는 혜원을 찾아가 물었다.
“왜 그렇게 사람들을 피하려고 해?” 카이의 물음에 혜원은 잠시 침묵하다가 답했다.
“결국 사람들은 상처를 주고, 실망하게 하잖아. 오히려 나 혼자 있는 게 더 편할 것 같아. 더 이상은 상처받고 싶지 않아.”
혜원의 말을 들은 카이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부드럽게 말했다. “네가 다른 사람들에게 실망하는 만큼, 사람들도 너에게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결국 이 세상에선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받기도 하지만, 진정으로 의지할 사람을 찾는 게 우리에게 남은 과제가 아닐까?”
혜원은 그 말에 약간의 위로를 느꼈다. 어쩌면 그동안 너무 상처받는 것에 집중한 나머지, 자신도 그들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있었는지 잊고 있었을지도 몰랐다.
내면의 깨달음
다시 혼자 남은 혜원은 깊은 사색에 잠겼다. 무언가가 그녀를 지탱하는 힘이 되어야 했지만, 이제는 단절과 고독이 아닌 새로운 믿음으로 바꿔보겠다고 결심했다. 사람들은 여전히 불완전하고 자신조차도 흙탕물 속을 헤매고 있을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안에서 가치 있는 것을 찾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그녀는 이제 자신이 선택한 ‘선한 늑대’에게 더 많은 먹이를 주기로 했다. 이번에는 사람들을 경계하기보다는, 상처받더라도 그들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어보기로 했다. 아픔을 겪어도, 자신의 믿음이 그들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을 품고.
그리고 그 믿음은 점점 더 큰 힘이 되어 그녀와 카이, 그리고 엠마가 함께 만들어가는 포스트휴머니즘의 미래를 더욱 밝고 온화하게 채색해 나갈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