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시각으로 보는 색은 한정돼 있고, 우리가 볼 수 없고, 알 수 없는 색은 무한하다.라는 엉뚱한 상상을 해봅니다.
제1장 : 보이지 않는 색을 보는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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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 첫 번째 발견 - 새로운 색의 감각
카이라는 은하 탐사선 - 루멘스호 - 의 선원으로, 그녀의 임무는 외계 행성의 환경과 생명체를 관찰하는 것이다. 처음으로 초감각 스펙트럼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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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라, 도착까지 3분 남았다. 외부 환경 스캔 완료. 산소 농도 적정, 대기는 안정적이다. 대원들이 체험하기에 충분히 안전하다.”
루멘스호의 AI, 노바가 차분한 음성으로 말했다. 카이라는 헬멧을 점검하며 대답했다.
“좋아, 노바. 탐사 기록 준비해. 오늘은 뭔가 특별한 날이 될 것 같아.”
"특별하다니요? 지금까지 방문한 행성 중 87%가 특별한 경험으로 기록되었지만, 인간 기준으로 ‘특별’이라는 단어는 참 애매하군요."
“노바, 설교는 그만하자. 느낌이 그래.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아?”
루멘스호가 행성 표면에 착륙하자, 카이라는 헬멧을 고쳐 쓰고 문 앞으로 걸어갔다. 뒤에는 동료 두 명이 따라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번 탐사의 주인공이었다. 카이라는 인류 최초로 초감각 스펙트럼을 탐지할 수 있는 개조된 시각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다. 다른 대원들은 그저 관찰자일 뿐.
“이름은 뭐라고 붙였더라?” 한 대원이 물었다.
“‘오로라-7’.” 카이라가 대답했다. “이름값 하게 생겼지 않았어?”
문이 열리자 찬란한 빛이 탐사선 내부로 쏟아져 들어왔다. 카이라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그녀의 눈은 다른 대원들과는 달리, 단순히 빛을 보는 것을 넘어 그 안의 숨겨진 정보를 해석할 수 있었다. 그녀의 눈은 가시광선을 넘어서 적외선, 자외선, 그리고 그 너머의 파장을 탐지하도록 설계된 인류 최초의 도구였다.
행성의 하늘은 진짜 오로라처럼 물결쳤다. 붉은빛, 푸른빛, 금빛이 춤을 추는 것 같았다. 그러나 카이라의 눈에는 다른 것이 보였다. 동료들이 보지 못하는 새로운 색들, 설명할 수 없는 색들이 그녀의 시야를 뒤덮었다.
“이게 뭐지...?” 그녀는 무의식 중에 속삭였다.
“뭐가?” 뒤에 있던 동료가 물었다.
“너희 눈에는... 단순히 오로라처럼 보여? 그냥 빛의 흐름처럼?”
“응. 정확히. 왜?”
카이라는 입을 다물고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동료들에게 이 새로운 색을 설명할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그 색들은 인간의 언어로는 묘사할 수 없는 색이었다. 마치 푸른빛 같지만 파란색은 아니었고, 붉은빛 같지만 빨강과는 달랐다. 그것은 인간의 시각 시스템으로는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완전히 새로운 감각이었다.
“노바, 이 대기의 성분을 다시 스캔해 봐. 뭔가 숨겨진 게 있어.”
“이미 분석했지만 특별한 건 없습니다. 당신의 특별한 눈이 뭔가를 보고 있다면, 제 시스템으로는 감지할 수 없는 것일 겁니다.”
카이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더 깊이 걸어 들어갔다. 주변의 대기는 따뜻했고, 그 속에서 빛이 흔들리며 형체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보였다.
그리고 갑자기, 그녀의 눈앞에 무언가가 나타났다.
“저게 뭐야?” 한 동료가 놀라며 외쳤다.
빛으로 이루어진 생명체였다. 사람의 형태를 닮았지만, 그 몸은 물질이 아닌 순수한 빛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 생명체는 서서히 카이라에게 다가왔다.
“조심해, 카이라. 무슨 짓을 하려고 하는지 몰라.”
하지만 카이라는 동료의 말을 무시했다. 그녀는 생명체에게 손을 내밀었다.
“안녕.” 그녀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나는 카이라야. 너는 누구니?”
생명체는 말로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 몸에서 빛의 파장이 일렁였다. 그것은 그녀가 본 적도 없는 색으로 그녀를 감쌌다. 그 순간, 카이라는 그 색이 단순한 빛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언어였다.
“뭐라고 하는 거지?” 카이라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그 색이 가진 감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것은 환영이었다. 기쁨이었다. 그리고 무언가를 보여주려는 간절함이었다.
“너희 둘, 뒤로 물러나 있어. 난 괜찮아.”
“뭐? 카이라, 그게 뭔지도 모르잖아!”
“아니, 난 알아.” 그녀는 차분히 말했다. “우리가 모르는 색으로 말하고 있어. 그리고 나는 그걸 이해할 수 있어.”
생명체는 다시 한번 몸을 흔들며 빛을 발산했다. 이번에는 카이라의 머릿속에 무언가가 떠올랐다. 그것은 이 행성의 과거였다. 이 빛의 생명체들이 살아온 역사였다. 그들은 단어가 필요 없는 존재였다. 그들은 모든 의사소통을 색으로 했다.
그리고 그 색은 단순히 의사소통이 아니라, 그들 자체였다.
카이라는 숨을 들이쉬며 생명체의 메시지를 이해했다. 이 행성은 단순한 탐사의 대상이 아니었다. 이것은 살아있는 존재였다. 그리고 그녀는 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인류 최초의 사람이었다.
“알겠어.” 그녀가 말했다.
“뭘 알겠다는 건데?” 동료가 물었다.
“이곳은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와 다르다는 거. 그리고 우리는 이들과 말을 나눌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거.”
카이라는 다시 생명체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그것은 그녀의 손을 감싸는 빛으로 응답했다.
카이라의 손을 감싼 빛은 따스했다. 그것은 단순히 시각적인 현상이 아니었다. 마치 그녀의 피부를 통해 무언가 깊은 감정을 전달하는 것 같았다. 카이라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생명체가 자신의 생각을 읽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카이라, 그게 뭘 하고 있는 거야?" 뒤에 있던 동료가 소리쳤다.
"모르겠어... 하지만 괜찮아." 그녀는 동료를 돌아보지 않고 대답했다. "나를 해치려는 것 같지 않아."
빛으로 이루어진 생명체는 마치 대답하듯 더 밝게 빛났다. 카이라는 무언가를 깨달았다. 이 생명체는 단순히 빛을 발산하는 것이 아니었다. 빛의 변화, 색의 흐름은 그들의 언어였다. 그러나 단순히 대화하기 위한 언어가 아니라, 감정, 정보, 그리고 기억을 전달하는 고도의 방식이었다.
카이라의 눈앞에 갑자기 환영이 펼쳐졌다. 그것은 마치 꿈속에서 보는 장면 같았다. 거대한 도시, 공중을 나는 생명체들,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일렁이는 색의 대화. 모든 것이 아름답고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그다음 순간, 장면은 돌연 바뀌었다.
도시가 무너지고, 빛의 생명체들이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행성은 어두워졌고, 모든 것이 멈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단 하나의 생명체가 홀로 남아, 은하의 끝을 향해 떠나는 모습이 보였다.
"뭐지… 이게 대체 뭐야?" 카이라는 속삭였다.
빛의 생명체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대신, 그 빛이 천천히 물러나며 하늘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주위의 공기와 대기가 색으로 물들었다. 그 색들은 인간의 시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새로운 스펙트럼이었다. 카이라는 그것이 단순히 아름다운 현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것은 메시지였다.
"카이라, 돌아가야 할 것 같아. 이건 너무 위험해 보여." 동료 중 하나가 그녀의 어깨를 붙잡았다.
"아니, 기다려. 아직 끝나지 않았어." 그녀는 손을 뿌리쳤다.
빛의 생명체가 남긴 색의 흔적이 그녀를 이끌었다. 그것은 마치 길처럼 보였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그 길을 따라갔다.
"제길, 카이라! 혼자 가지 마!"
하지만 그녀는 듣지 않았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이 빛이 자신에게 중요한 것을 보여주려 한다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자신이 왜 여기 있는지, 왜 초감각 스펙트럼을 볼 수 있도록 만들어졌는지를 이해하려면 이 길을 따라가야 한다고 믿었다.
빛의 흔적은 그녀를 행성의 깊은 계곡으로 이끌었다. 그곳에는 마치 유리로 된 것처럼 반짝이는 구조물이 있었다. 그것은 자연적으로 형성된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 아니면 무언가가 만든 것이 분명했다.
"노바, 이 구조물을 스캔해 봐."
"스캔 중... 결과를 분석할 수 없습니다. 이 물질은 지구의 주기율표에 없는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카이라는 구조물에 손을 얹었다. 그녀가 손을 댄 순간, 그것은 빛을 발하며 울리기 시작했다. 마치 심장이 뛰는 것처럼, 일정한 박동이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의 머릿속으로 또 다른 환영이 흘러들어왔다.
이번에는 훨씬 더 강렬했다. 그녀는 이 행성의 과거를 보았다. 이곳은 한때 빛의 생명체들이 번영하던 고향이었다. 그들은 단순히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에너지를 생성하고, 서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갔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들은 점점 쇠퇴했다. 그들의 빛은 점점 희미해졌고, 결국 이 행성에 남은 생명체는 단 하나뿐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생명체는 그들의 모든 기억과 감정을 이 구조물에 담았다. 그것은 그들의 유산이었다.
"그들이 남긴 메시지야..." 카이라는 속삭였다.
"메시지? 무슨 말이야?" 동료가 뒤늦게 그녀를 따라오며 물었다.
"그들은 우리가 알 수 없는 언어로 대화를 나눴어. 색으로. 그리고 그들의 모든 지식과 감정을 여기 남겼어. 우리가 이해하길 바라면서."
카이라는 구조물에서 손을 떼고 뒤로 물러났다. 그녀는 깊은 감정에 사로잡혔다. 이 생명체들은 단순히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더 큰 것을 원했다.
"우리가 이 메시지를 이해한다면, 우리도 그들과 같은 존재로 나아갈 수 있을지도 몰라."
"카이라, 이건 너무 위험해. 이걸 지구로 가져가야겠어. 과학자들이 분석하게 두자고."
"아니." 카이라는 단호하게 말했다. "이건 그런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돼. 이건... 느껴야 하는 거야. 단순히 분석하고 해체해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야."
그녀는 마지막으로 구조물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마치 그녀에게 약속을 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약속. 언젠가 이 메시지를 완전히 이해하고, 그 생명체들과 다시 연결될 날이 올 것이라는.
"돌아가자." 그녀는 조용히 말했다. "우린 준비가 안 됐어. 아직은."
그녀는 동료들과 함께 루멘스호로 돌아갔다. 그러나 그녀의 마음에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이 행성에서 본 색들, 그리고 그 생명체들이 남긴 메시지를 완전히 이해하는 것. 그것은 단순히 한 탐험가로서의 임무를 넘어, 인류 전체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