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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성 이봉희 Dec 21. 2024

[ 판타지 여행으로 가는 출석 ]

제5장 - 화성-지구와 빛의 대화

2024년 12월 21일 토요일


제5장: 화성-지구와 빛의 대화

루멘스호가 우주를 항해하던 어느 날, 카이라와 선원들은 화성 근처를 지나던 중 이상한 신호를 포착했다. 그것은 단순한 전파가 아니었다. 그것은 빛이었다.


빛은 패턴을 이루며 깜빡이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누군가 말을 걸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리안이 곧장 분석 장치를 가동하며 말했다. “이건 신호야. 인위적이야. 하지만 그 의미를 해독하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어.”


카이라는 창밖으로 보이는 붉은 화성을 바라보았다. 그곳은 인간의 손길이 닿은 곳이었지만, 동시에 아직도 미지의 영역이 많은 세계였다. 신호가 그곳에서 온 것일까? 아니면 다른 곳에서 온 신호가 화성을 경유한 것일까?


“빛으로 대화한다…” 카이라는 중얼거렸다. “혹시… 우리가 장미성운에서 경험한 것과 비슷한 언어일지도 몰라.”


루멘스호의 AI, 아르카는 카이라의 말을 듣고 즉각 분석에 나섰다. “초감각 스펙트럼 데이터와 비교 분석을 시작합니다. 신호는 단순히 빛의 깜빡임이 아니라, 특정한 의미를 가진 파장 배열로 보입니다. 이건 일종의 언어로 추정됩니다.”


카이라와 선원들은 신호의 출처를 확인하기 위해 화성 궤도에 진입했다. 화성 표면에 희미하게 반짝이는 빛의 흔적이 있었다. 그것은 마치 거대한 유리 돔처럼 보였고, 돔 안에서는 푸른빛이 끊임없이 깜빡이고 있었다.


루멘스호가 돔 가까이 접근하자, 빛은 더욱 강렬해졌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것은 루멘스호의 외부 조명을 따라 깜빡이며 마치 인사라도 하듯 반응했다.


“우리와 대화하려는 것 같아.” 리안이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장미성운에서 정원사들이 우리에게 했던 방식과 비슷해.” 카이라는 돔을 바라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우리는 그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들어야 해.”


돔 내부에 진입한 카이라와 선원들은 예상치 못한 광경에 놀랐다. 돔 속에는 지구와 똑같은 환경이 펼쳐져 있었다. 푸른 하늘, 푸른 초원, 그리고 작은 강줄기까지. 하지만 이곳은 단순한 복제가 아니었다. 모든 것이 빛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나무는 잎사귀마다 빛을 내뿜었고, 강물은 빛의 파동으로 반짝였다.


“여긴… 지구야. 아니, 지구의 어떤 기억 같은 곳이야.” 리안이 숨죽이며 말했다.


돔 중심부에는 거대한 빛의 기둥이 서 있었다. 그것은 마치 장미성운의 정원사들을 연상시키는 형태였지만, 이번에는 더욱 복잡하고 생명력 넘치는 느낌이었다.


“카이라, 이곳을 찾은 자여.” 기둥에서 빛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것은 언어로 말하지 않았지만, 카이라는 그 의미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것은 그녀의 마음속에 직접 말을 걸고 있었다.


“너희는 우리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구나. 우리는 오래전 너희의 지구와 닮은 별에서 태어났고, 신재생 에너지로 스스로를 유지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우리는 빛의 언어를 깨우치며 더 이상 물질적 육체를 필요로 하지 않게 되었다.”


카이라는 그들의 말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신들은 물질적 육체를 버리고, 에너지로만 존재하는 삶을 선택했군요.”


“그렇다. 그러나 우리의 선택은 완전하지 않다. 우리는 여전히 너희의 세계를 그리워하며, 그곳에 담긴 감정과 생명의 온기를 갈망한다. 그래서 우리는 빛의 형태로 너희와 대화하고자 한다.”


리안이 질문했다. “그럼, 우리가 여기서 무엇을 해야 하죠? 당신들이 우리에게 원하는 건 무엇인가요?”


빛은 잠시 침묵하다가 대답했다. “우리는 너희가 우리와 다른 길을 가기를 바란다. 너희는 물질과 에너지, 기술과 자연, 그 모든 것을 조화롭게 결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너희는 우리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빛의 존재는 루멘스호에 타고 있던 모든 사람들에게 한 가지 시험을 제시했다. 그것은 물질적 삶을 유지하며 신재생 에너지의 이상을 실현할 것인가, 아니면 빛의 존재로 변해 모든 한계를 넘어설 것인가에 대한 선택이었다.


“우리는 너희에게 직접적인 답을 주지 않을 것이다. 너희는 너희만의 선택을 해야 한다.”


카이라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만약 인간이 빛의 존재가 된다면 전쟁과 갈등, 한계는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인간의 감정과 경험, 물질세계의 아름다움도 잃게 될 것이다.


리안이 말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극단이 아니야. 우리는 장미성운에서 배웠잖아. 공존이 답이라는 걸.”


카이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빛을 바라보았다. “우리는 우리의 길을 선택할 겁니다. 물질과 에너지, 자연과 기술, 그 모든 것을 조화롭게 결합한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겠습니다.”


빛은 그녀의 대답에 환하게 빛났다. 그것은 마치 미소 짓는 것 같았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너희에게 바라는 길이다. 이제 너희는 우리의 기억을 가져가, 너희만의 미래를 만들어라.”


돔을 떠난 루멘스호는 화성 궤도를 벗어나 새로운 항로를 설정했다. 카이라와 선원들은 더 이상 단순한 탐사자가 아니었다. 그들은 인류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사명을 지닌 존재들이었다.


그리고 빛은, 화성의 붉은 대지 위에서 여전히 반짝이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인류가 언제든 다시 올 수 있도록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우리의 여정은 이제 시작이야.” 카이라는 조용히 말했다. “우리는 우주의 비밀을 밝히면서도, 우리 자신을 잃지 않는 법을 배울 거야.”


루멘스호는 장미성운 너머로 사라지며, 새로운 가능성을 향해 날아갔다. 우주는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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