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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성 이봉희 Dec 22. 2024

[ 판타지 여행으로 가는 출석 ]

제6장 - 기억의 바다

2024년 12월 22일 일요일


제6장: 기억의 바다

루멘스호가 장미성운 너머로 나아간 지 몇 주가 흐르고 있었다. 카이라와 선원들은 빛과의 만남에서 얻은 지식을 분석하며 새로운 항로를 설정했지만, 우주는 끝없는 질문을 던지며 그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주맵에 기록되지 않은 이상한 신호가 탐지되었다. 그것은 지구의 대양에서 나는 소리처럼 잔잔하게, 그러나 끊임없이 울려 퍼지는 신호였다.


“이건 마치… 기억의 파동 같아.” 리안이 신호를 분석하며 말했다.


아르카가 즉시 분석 결과를 보고했다. “신호는 물리적인 소리가 아니라, 초감각 스펙트럼의 변형으로 보입니다. 마치 누군가가 기억을 통해 대화하려는 것 같습니다.”


“기억으로 대화한다고?” 카이라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리안이 덧붙였다. “우리와 같은 존재가 아니라, 우리가 놓친 과거의 흔적이나 우주의 또 다른 지적 존재일지도 몰라. 가까이 가 봐야겠어.”


신호를 따라간 루멘스호는 드디어 그 출처를 발견했다. 그것은 물로 뒤덮인 푸른 행성이었다. 지구와 흡사했지만, 어떤 대륙도 보이지 않았다. 오직 끝없이 이어지는 바다만이 반짝이고 있었다.


“바다만 있는 행성이라니…” 리안이 중얼거렸다. “여기엔 생명체가 살고 있을까?”


카이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생명은 물에서 시작된다고들 하지. 이곳은 생명의 본질을 품고 있을지도 몰라.”


루멘스호가 행성의 궤도에 진입하자, 바다는 거대한 파동을 만들어내며 그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그것은 빛과 소리, 그리고 에너지의 조화로 이루어진 언어였다.


“우리를 초대하는 것 같아.” 아르카가 말했다.


“내려가 보자.” 카이라는 결심하듯 말했다.


카이라와 선원들은 소형 탐사선을 타고 바닷속으로 잠수했다. 바다는 마치 살아 있는 존재처럼 그들을 품었다. 물은 따뜻하고 부드러웠으며, 빛의 흐름이 그들을 안내했다.


“이 바다, 단순한 물이 아니야.” 리안이 탐사 장비를 살피며 말했다. “여긴 기억의 바다야. 물속에 정보와 감정, 과거의 흔적들이 저장되어 있어.”


그들이 더 깊이 들어갈수록, 물속에서 빛나는 형체들이 나타났다. 그것은 오래된 별들의 폭발, 소멸된 행성들, 그리고 외계 문명들의 잔상이었다. 카이라는 숨을 삼켰다. “이건 우주의 기억이야.”


한 순간, 거대한 빛의 구체가 나타났다. 그것은 물속에서 맥동하며 마치 인사라도 하듯 움직였다.


“너희는 누군가?” 카이라는 정신을 집중하며 빛에게 물었다.


빛은 대답 대신 카이라의 머릿속으로 이미지를 보냈다. 그것은 오래된 문명들이 물속에서 태어나고, 성장하고, 다시 바다로 돌아가는 모습이었다.


“우리는 우주의 기록자다.” 빛은 마음으로 대답했다. “우리는 소멸한 세계들의 기억을 보관하고, 새로운 생명들에게 그 지혜를 전수하는 자들이다.”


빛은 카이라와 선원들에게 새로운 제안을 했다. “너희는 우리의 기억을 가져갈 준비가 되어 있는가? 그것은 너희를 변화시킬 것이다. 너희는 더 이상 과거의 인간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너희는 우주의 진리를 알게 될 것이다.”


카이라는 망설였다. “우리가 과거를 안다면,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요?”


빛은 고요히 대답했다. “과거를 아는 것은 너희가 더 나은 선택을 하게 할 것이다. 그러나 기억은 또한 무거운 짐이 될 수 있다.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는가?”


리안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우리는 이미 많은 것을 잃었고, 많은 것을 배웠어. 기억을 통해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면… 우린 그걸 받아들여야 해.”


카이라는 선원들을 돌아보았다. 모두의 표정에서 결의를 읽을 수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요. 우리는 당신들의 기억을 받아들이겠습니다.”


빛은 그들에게 다가와 순수한 에너지로 변하며 루멘스호 전체를 감쌌다. 그리고 그 순간, 카이라와 선원들의 마음속에는 수많은 이미지와 감정, 그리고 이야기들이 흘러들어왔다.


그들은 한때 빛의 존재였던 문명, 파괴된 행성의 고통, 그리고 다시 시작된 생명의 순환을 보았다. 기억은 아름다움과 슬픔, 그리고 희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카이라는 눈물을 흘리며 속삭였다. “우리는 잊지 않을게요. 당신들의 이야기를 우리의 미래에 담을게요.”


빛은 마지막으로 말했다. “너희는 이제 새로운 기록자가 될 것이다. 너희는 너희만의 방식으로 우주의 이야기를 이어가라.”


루멘스호가 다시 항로를 떠날 때, 카이라와 선원들은 더 이상 단순한 탐사자가 아니었다. 그들은 우주의 기억을 품은 자들, 그리고 미래를 창조할 사명을 지닌 존재들이었다.


카이라는 창밖으로 보이는 별들을 바라보며 다짐했다. “우리는 이제 단순히 발견하는 데 그치지 않아. 우리는 우주의 이야기를 이어가고, 그 이야기를 통해 더 나은 선택을 할 거야.”


리안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럼, 다음은 어디로 갈까?”


카이라는 장미성운 너머로 희미하게 보이는 또 다른 빛을 가리켰다. “저 빛이 우리를 부르고 있어. 그곳에는 또 어떤 이야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함께 알아보자.”


루멘스호는 새로운 빛을 따라 우주의 깊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들 앞에는 끝없는 가능성과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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