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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성 이봉희 Dec 27. 2024

[ 판타지 여행으로 가는 출석 ]

제11장-잠들어 있던 세계

2024년 12월 27일 금요일


제11장: 잠들어 있던 세계

루멘스호는 씨앗의 나무를 지니고 우주를 항해하는 동안, 새로운 이상 신호를 감지했다. 신호는 인공적으로 생성된 것처럼 보였고, 멀지 않은 성운 속에서 꾸준히 발신되고 있었다.


“이건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야.” 아르카가 모니터를 보며 말했다. “신호는 반복적이고, 특정한 패턴을 가지고 있어. 누군가, 또는 무언가가 우리와 교신하려는 것 같아.”


카이라는 창밖의 빛나는 성운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그 신호를 따라가 보자. 씨앗도 우리를 새로운 방향으로 이끄는 것 같아.”


리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엔진을 가동했다. “좋아, 어차피 이 여정 자체가 예상 밖의 일투성이니까. 새로운 신호라면 뭔가 중요한 단서일지도 몰라.”


루멘스호가 신호를 따라 도착한 곳은, 마치 빛으로 된 얼음 궁전처럼 보이는 거대한 구조물이었다. 은은한 푸른빛이 흘러나오는 이곳은 우주 공간에서 완전히 고립된 채로 떠 있었다.


“저 안에 뭐가 있는 걸까?” 리안이 놀라며 물었다.


“신호는 저곳에서 발신되고 있어.” 아르카가 말했다. “그리고 내부 구조는 마치 누군가가 인공적으로 만든 것 같아.”


카이라는 조심스럽게 입구를 탐사하기로 결정했다. 솔라의 빛이 길을 비추자, 문이 스르르 열리며 그들을 초대하는 듯했다.


“우릴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 카이라가 속삭였다.


그들이 구조물의 중심에 도달했을 때, 눈앞에는 거대한 유리관이 있었다. 유리관 속에는 한 여성이 잠들어 있었다. 그녀는 신비로운 은빛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피부는 마치 별빛처럼 빛나고 있었다.


“저 사람… 살아 있는 걸까?” 리안이 숨을 죽이며 물었다.


“신체 징후는 정지 상태에 가까워. 하지만 뇌 활동이 미세하게 감지돼.” 아르카가 분석 결과를 보여주었다. “그녀는 일종의 동면 상태에 있는 것 같아.”


카이라는 유리관 가까이 다가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평온했지만, 어딘가 슬픔이 깃들어 있는 듯했다.


그 순간, 씨앗의 나무가 강렬히 빛나며 반응하기 시작했다. 나무는 유리관을 향해 빛을 뻗어냈고, 그것이 닿자 유리관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이거… 우리가 깨운 건가?” 리안이 놀라며 물었다.


카이라는 조용히 대답했다. “아니, 씨앗이 그녀를 깨운 거야. 그녀와 씨앗 사이에 뭔가 연결점이 있는 것 같아.”


유리관이 완전히 열리자, 여성의 눈이 천천히 떠졌다. 그녀의 눈은 마치 은하수를 담은 듯 빛나고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일어나더니 카이라를 바라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너희는… 씨앗을 지니고 있구나.”


“당신은 누구죠?” 카이라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여성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나는 이곳의 수호자이자, 과거의 기억을 담은 자. 나를 루미라라고 불러도 좋아.”


“씨앗과 당신은 어떤 관계가 있죠?” 아르카가 물었다.


루미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 씨앗은 오래전 우리 문명이 남긴 마지막 선물이다. 우리는 우주 곳곳에 씨앗을 심었고, 그 씨앗이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도록 바랐다. 하지만 우리 문명은 스스로의 오만함 때문에 멸망했고, 나는 여기 남아 씨앗의 운명을 지켜보는 임무를 맡았다.”


루미라는 천천히 손을 들어 씨앗의 나무를 어루만졌다. 나무는 그녀의 손길에 반응하며 더욱 밝게 빛났다.


“이 나무는 올바른 선택의 상징이야. 하지만 명심해. 씨앗은 그 자체로 위험한 존재일 수도 있다. 그것은 생명을 창조할 수도, 파괴할 수도 있는 양날의 검이야.”


카이라는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우리가 씨앗을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나요?”


루미라는 잠시 망설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가진 지식을 나눠줄게. 하지만 그 선택은 결국 너희에게 달려 있어.”


루미라는 손을 들어 선원들에게 자신의 기억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그녀가 속했던 문명이 씨앗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그리고 그들이 왜 멸망하게 되었는지를 보았다.


“우리 문명은 처음엔 씨앗을 통해 평화를 이루었지만, 그 힘을 더 많이 차지하려는 욕망이 우리를 갈라놓았다. 씨앗은 우리를 살릴 수도, 파괴할 수도 있었지만, 결국 우리 스스로가 우리를 멸망시켰지.”


리안이 침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우린 어떻게 다를 수 있을까?”


루미라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너희는 빛의 가르침을 이해했어. 조화와 균형을 찾는 법을 배웠지. 그것이 너희를 구분 짓는 힘이 될 거야.”


루미라는 선원들에게 합류하기로 결정했다. 그녀는 자신이 남겨진 이유는 바로 이 순간을 위해서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도 너희와 함께하겠어. 이 씨앗이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도록, 내가 도울게.”


카이라는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우린 모두 같은 목표를 공유하고 있어. 우린 함께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갈 거야.”


루멘스호는 다시 항해를 시작했다. 이제 그들은 루미라라는 새로운 동료와 함께 씨앗의 나무를 지구에 심을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 여정은 단순히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는 것뿐 아니라, 우주의 비밀과 인간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여정이 될 것이었다.


그리고 유리 속 공주의 깨어남은, 그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경고를 동시에 가져다주는 전환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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