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넓은 푸른 초원의 나라, 우크라이나 시골에서 살아보기
모스크바에서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까지는 버스로 16시간(국경에서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 있음), 기차로는 12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항공편은 없다, 차로 12시간 정도의 거리면 항공편이 있을 법 한데 부재한 이유는 2014년 발생한 크림 사태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러시아로의 직항 편을 모조리 불허하면서 직항 편은 2014년 이후로는 찾아볼 수 없다.
항공편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방문하고 싶다면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경유해야 한다.
찍으려고 찍은 사진은 아니었다, 우크라이나에 도착해서 처음으로 카메라를 꺼내 테스트로 몇 장을 찍는데 옆을 지나던 어르신이 묻는다. "저게 벚꽃인가?" 벚꽃으로 유명한 동아시아에서 왔으니 그렇게 물었나 보다, 키예프에는 아시아인이 거의 없다. "아니요, 벚꽃은 아닙니다, 다른 꽃인데 예쁘네요."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키예프의 지하철은 모스크바와 거의 흡사하다, 사실 구소련 국가들의 지하철은 서로 거의 비슷하다, 지금은 다른 나라가 된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러시아 삼국을 방문해도 지하철을 타면 이질감이 없는 이유다.
키예프는 원래 목적지가 아니었다, 나는 키예프에서 다음 날 바로 우크라이나의 중부 도시인 흐멜니츠키로 향했다. 나를 초대한 오랜 친구가 전승기념일 휴일을 맞아 머물고 있는 도시였다.
키예프에서 짧은 하루를 보내고 곧바로 흐멜니츠키로 향하는 열차에 몸을 올랐다. 키예프에서 흐멜니츠키까지는 기차로 6시간, 3등 칸과 2등 칸의 가격이 비슷해 개별 객실이 있는 침대칸으로 골랐다.
바이칼 호수를 달리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가 부럽지 않았다, 키예프에서 흐멜니츠키로 향하며 내 눈 앞에 펼쳐졌던 아름다움은 잊을 수 없다, 수만 송이의 유채꽃이 달리는 기차 옆으로 스칠 때 느껴지는 감동은 잊기 힘들다.
기차로 달려가면서 눈을 잠시 붙이기도 하고 풍경을 감상하니 어느새 기차가 흐멜니츠키에 도착했다, 내가 가야 할 마을은 흐멜니츠키에서도 차로 한 시간 떨어진 작은 마을, 친구를 만나 마을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