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詩였고, 오늘은 수필이다.
여기 백련재에 머물면서 땅끝순례문학관 상주작가를 하고 있는 이원화 소설가의 지도로 한 학기 수필 공부를 한 사람들이 종강식을 한단다.
어제 저녁 이원화 작가의 방에서 돼지고기 넣고 끓인 김치찌개를 겁나 맛있게 먹은 죄로 종강식에 불려갔다. 그리고 놀랐다. 놀라도 크게 놀랐다. 뻥 아니다. 자기 작품을 하나씩 읽는데 너무 재밌었다.
도시생활만 했던 남편과 친정 있는 고향으로 돌아와 사는 한 여자분은 남편이 깨 심었다고 자랑하는데 살펴보니 볶은깨를 심었더라고 흉보는 글을 읽었다. 다들 알고 있는 내용일 텐데도 다같이 빵 터졌다. 뒷자리 숨어들듯 앉아있던 나도 큰소리로 웃어 사람들이 뭐시여 하고 돌아봤다.
신화 바꿔쓰기 과제를 받아 소설을 지은 분도 있고, 그림과 짧은 산문을 엮어온 이도 있다. 이런 재주를 다 어떻게 숨기고 살았을까, 이런 예술적 기를 어찌 누르고 살았을까 싶게 문학적 열정이 대단한 분들이었다. 그 열정을 모아모아 책도 한 권 냈다. 『지극한 나의 글 나의 인생』이다. 내게도 한 권 주시기에 감사히 받았다.
사실 부산으로 내려오기 전 서울 살 때 50플러스 몇몇 센터에서 어른 대상 글쓰기 강의를 오래했고, 부산에서도 두어 번 강의를 했는데 이렇게 책으로 결과물을 내지 못해 아쉬웠다. 종강식에 앉아 있으면서 그때 그분들께 책을 만들어주지 못한 아쉬움을 새삼스레 느꼈다. 내가 책만들기를 추진하긴 했으나 서울50플러스에서 전례가 없다고 하며 지원을 하지않아 성사시키지 못했던 것이다. 부산요산문학관에서 한달 과정으로 수업한 건 책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아직 책 나왔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 만들었는데 강사인 나한테 연락을 안한 건지... 아직 안 나온 건지.... 알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