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실 나가기 전 시간 여유도 있고 해서 쿠스코가 어떤 곳인지 검색했다. 길고 긴 설명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쿠스코는 1200년대 잉카가 이주해 오기 전 900년부터 1200년까지 킬케인들이 지배하던 지역이었다. 킬케 문화의 요새로 판명된 이곳을 잉카 세력이 점령하여1532년까지 쿠스코는 잉카 제국의 수도였고, 안데스 지역에서 스페인 식민지와 기독교 포교의 중심이 되었다. 1532년 4월, 도시는 키파이판 전투에서 아타우알파에게 점령되었고, 19개월 후, 쿠스코 전투를 거치며, 쿠스코 마을은 스페인 정복자에 침략당한다. 잘은 모르지만, 오늘날의 쿠스코와 리마를 가진 페루의 역사는 스페인에 정복당한 이 비극적인 역사에서 출발했으리라.
암튼 요까지 훑어보고 숙소를 나섰다. 용케도 어제부터 작동을 시작한 로밍 덕분에 구글지도를 열고 마을을 골목골목 돌아댕겼다. 선크림에 알러지가 있어 얼굴을 가리고 다녔는데, 햇볕이 따사롭게 느껴져 마스크를 벗었다. 페루가 태양의 나라라는데 한나절 얼굴을 까고 태양을 영접하는 게 예의 아니겠냐고.
사방팔방 돌아다니다 목도 마르고 하여 내심 가려고 찍어둔 마차베르데를 검색했다. 그끄저께 찾다찾다 못 찾은 그 카페, 내 오늘은 반드시 찾는다. 마차 못먹는다고 죽진 않겠지만 오기가 생기잖아. 오늘은 로밍도 잘되는지라 구글이 알려주는 경로를 따라갔는데...마차카페와 내 위치가 겹쳐지는 지점에서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가 없다. 이럴 땐 헬프미가 답이지ㅠ
관광객 표정 정착한 뒤, 지나가는 사람 중에 인상좋은 젊은이를 낚아채고는 내 폰을 내밀었다. 어리버리한 중늙은이 스트레인저만이 저지를 수 있는 민폐짓에 가던 길 멈춘 젊은이가 고개를 갸웃하더니 자기폰으로 검색하고, 바로옆 가게주인과 한참 의논하고, 마침내 두 번의 통화시도를 거친 끝에 카페주인을 출동시켰다.
내가 카페주인에게 인도되어 가는 걸 보며 젊은이와 가게주인이 환한 표정으로 손을 흔들었다. 무차스 그라시아스를 백번쯤 외치고 싶은 행복한 경험. 오늘의 여행은 이걸로 족하다.
내일 아침 쿠스코를 떠나 푸노로 간다. 해발 3800m의 세계에서 가장 높은 호수를 볼 수 있는 곳이란다.
*사진은 저번날 올리려고 했던 것부터오늘 찍은거까지. 쥔공 사진은 썸네일로~^^
*마차베르데는 구글주소가 잘못됐는지 그 자리가 아니라고 했고, 맞은편 골목 안쪽에 숨어있었다. 주소에서 2분거리. 유명세에 비해 아주 작은 카페. 테이블 세 개. 시그니처인 마차(말차)는 맛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