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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cosong Sep 17. 2015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간다는 것

께찰떼낭고, 과테말라 - Quezaltenango, Guatemala


부제가 왜 이렇게 거창하고 심각하냐 하겠지만, 점심식사 후 커피숍에 와서 시작된 고민이 그 자리에서 그대로 저녁을 때우게 될 시간까지 이어졌다. 소심한 우리 부부에게는 꽤나 진지한 고민의 시간이었다.




우리를 위삘수집에 빠지게 한 산마테오 익쓰따땅-san mateo ixtatan이라는 마을 방문을 위해 계획을 짜는데 

어떤 정보도 찾을 수 없다는 것이 고민의 시작이었다. 사실 이 마을 방문 계획은 두어 달 전부터 하고 있었지만

'외국인이 가기에 안전하며 가는 길 또한 치안이 좋습니다!'라는 등의 정보를 지금까지 찾을 수가 없었는데(안티구아에서 만난 위삘장수의 덕담 이외엔), 시간이 흐르고 흘러 당장 출발하기로 한 날짜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다음주엔 산 마테오 익스따땅에 큰 피에스타(fiesta-스페인으로부터의 독립기념)가 있어 우리가 모으고 있는 이 마을의 위삘을 맘껏 누릴 수가 있다. 그러나 워낙 높고 험한 지형 속에 걸쳐있는 마을인 데다가 여기 셀라에서 차로 5시간, 치킨버스를 탄다면 6시간 이상이 걸리고 관광객들의 발길이 거의 없는 곳이기에 방문을 계획하며 누군가의 조언도 들을 수가 없다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시청에 전화하니 하나 있는 호스텔 정보와 약간의 인포메이션을 주고 도착하면 시청으로 와서 외부인임을 증명하는 목걸이를 받아가라는 이야기를 한다. 호텔에 전화를 하니 오고 가는 것이 그다지 위험하진 않다고 'No tenga pena, no tenga pena! ´, ´걱정 마, 걱정 마' 소리만  연달아한다.







그렇지만 구글어스에 출력되는 산세를 보고 있자니 '아니 이 나이에 이렇게 도전적으로 살아도 되는 거야?'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하나님, 가지 말아야 할 곳이라면 나를 막으소서!'하며 기도를 하고 17일 날짜로 소형차량을 렌트하고 호스텔을 2박 예약하기로 했다.



초등학교 일 학년 때였나? 삼풍백화점이 무너지던 그날, 두려움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던 나는 

살면 살수록 겁이 없어질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도 두려운 것이, 무서운 것이 아픈 것이 더 많아지기만 한다.


가끔 엄마가 '너 낳고 키우며 무서운 게 하나도 없어졌어!'라고 말하셨던 것이 기억나서 

아주 유치하고 이기적인 생각으로 '빨리 애를 낳아볼까'하는 생각도 해본다.


이 모든 것들, 나를 웅크려 들게 하는 것들이 다 사라지고 사랑과 영광만이 충만한 곳,

그 곳, 천국에 대한 소망이 없다면

나는 도대체 무엇으로 삶을 살아야 하는 걸까. 


아무튼 여행은 이러한 막연한 두려움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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