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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cosong Sep 23. 2015

다시 도시, 소음 속의 평온함

우에우에떼낭고,과테말라-

20140916 

구름 많고 비 오고 땅은 미끄럽고, 과테말라 고산지대에서 버스 타고 도시로 탈출하기에 최악의 날씨

 

 

비와 추위, 술 취한 사람들, 비싸고 정직하지 못한 물가.
그리고 구름조차 넘지 못하는 높은 산으로 막힌 마을이 주는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환상 속의 마을 산 마테오 익스따땅 San mateo ixtatan에 도착한지 딱 하루 만에 도망쳐 나왔다. 며칠에 걸쳐 지나온 험한 고산지형이지만 차라리 우에우에떼낭고huehuetenango에 하루라도 빨리 도착해 몸도 마음도 편안히 쉬는 편이 나을 거란 판단에 들어오며 거쳤던 모든 마을들을 그냥 지나치기로 했다. 






#1 뒷바퀴 브레이크 기능 없는 버스로 산 달리기 산 마테오 이츠타탕에서 산 뻬드로 솔로마까지 돌아오는 길



 온통 비에 떠내려 온 진흙과 쓰레기로 뒤덮인 내리막을 조심스레 걸어 센트로로 내려오니 다행히 우에우에떼낭고까지 바로 가는 미크로부스가 한대 도착한다. 오는 길에 지나왔던 깦찐capzin바위 근처 험한 절벽 위 좁은 도로 등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마음을 굳게 먹고 버스에 타려는 순간 약 5시간 이상을 타야 하는 이 버스의 오른쪽 뒷바퀴가 눈에 들어왔다. 차에 대해서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바퀴 표면의 울룩 불룩한 고무의 마찰력으로 차가 미끄러지지 않고 설 수 있다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초등학교만 나왔다면 누구라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본 이 바퀴, 구멍이 났는지 찢어졌는지 자동차 정비소에서 더 손 델 수 없을 만큼 바퀴가 다 마모된 건지 바퀴의 표면에 김연아가 스케이트  타도될 정도로 미끄덩거리는 고무쪼가리로 대충 감겨있다. 

 

'아니겠지, 잘못 본거겠지, 저런 바퀴도 차가 멈출 때 밀리지 않게 도와주는 힘이 있으니까 이 험한 절벽 외길을 다니는 걸 거야.'

 

하고 믿음으로 자동적으로 문이 안 열리는 자동문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이상한 나무 조각이 발에 걸린다. 

면을 밀때 만드는 손잡이 달린 나무 조각인 듯도 하고  빨래할 때 두드리는 방망이 같기도 하다. 


그렇게 차는 출발한다. 

 

마음속으로 계속해서 나 자신을 안심시키는 사이 차가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정류장 아닌 정류장에 서기 위해 속도를 줄인다. 호객을 잘 하던 차장 청년이 내 다리 사이로 재빠르게 손을 넣더니 아까 본 나무 방망이를 집어 들고는 마찰력 없는 뒷바퀴와 바닥 사이에 정확하게 꽂아 넣는다. 

그렇다. 지금 우리 부부는 뒷바퀴 고장 난 이 미크로부스를 타고 이 험악한 산간지역을 달리고 있는 것이다.

얼굴이 노랗게 질려 내가 본 광경을 조용히 남편에게 설명했다. 늘 겁 많은 날 배려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본인은 괜찮아도 더 느린 길, 돌아가는 길 등을 선택해 주려 노력하는 남편이지만, 이번만큼은 남편도 5시간 이상을 이 불안한 대형 미크로부스에 자신을 맡길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단 이초만에 깦찐capzin절벽을 지나기 전 마을, 산 뻬드로 솔로마까지만 이 버스를 타고 가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까프친capzin 바위. 짙은 안개로 보이지는 않지만 저 아래는 까마득한 절벽이다.

 


뒷바퀴가 브레이크 기능을 상실한 우리의 미크로부스는 서는 곳마다 나무 방망이를 의지하며 그렇게 두 시간이 좀 안되게 열심히 달려간다. 






#2 끝까지  적응되지 않는 큰 믿음의 운전기사들  산 뻬드로 솔로마에서 우에우에떼낭고까지 돌아오는 길





정오가 넘어서야 싼 뻬드로 솔로마에 도착했다. 빗줄기 굵어지는 속도가 심상치 않다. 아무래도 이 정도 빗줄기라면 하루를 더 유숙하고 다음날 아침 날이 날이 갠 후 우에우에떼낭고로 가는 산 길을 달리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근심 하나씩 어깨에 더 걸쳐 매고 하나에 5께 찰 하는 맛있는 치킨 다리를 팔던 가게를 찾아가 닭다리를 두개씩 맛있게 먹는다. 배가 차니 무슨 용기를 얻었는지 굵어지는 빗줄기를 이겨내고 우에우에떼낭고까지 가는 미크로부스를 다시 찾아 나섰다. 한시라도 빨리 이 높은 산간 마을에서 벗어나 도시로 돌아가고픈 무의식의 반응이었을지도 모른다. 바퀴와 차 상태들을 꼼꼼히 살핀 후, 우리 부부가 가장 신뢰하는 자동차 브랜드를 선택했다. 그것이 끝이 아니고 기사 아저씨를 만나 아저씨의 운전 기술과 성향 등 자체 면접을 치르고 나서야 안심하고 우에우에떼낭고 행 미크로부스에 올라탄다.




미크로부스 상태가 좋아서인지 생각보다 쌩쌩 달려 무시무시한 깦찐capzin에 도착했다. 무시무시한 절벽이  가까울수록 구름이 차지하는 대기의 부분이 점점 많아지다가 결국은 5미터 앞 길도 보이지 않는 사태에 도달했다. 이 와중에도 신나는 마림바 소리와 기사 아저씨의 운전 중 휴대폰 통화는 멈출 줄을 모른다.




가시거리가 5미터도 되지 않는 절벽위를 달리면서도 30분째 한손으로 통화하는 운전기사 아저씨. 안전벨트는 바라지도 않는다. 브레이크가 되는게 어디야.





긴장이 모든 척추뼈 하나하나에 전달된 상태로 깦찐을 무사히 통과했다.

그리고 나서야 명치 속 굳어진 긴장이 트림으로 새어나온다.


빨리우에우에떼낭고 도착해서 신라면 먹어야 해.




20140916 같은날 저녁.

돌아오니 너무 좋은 날씨. 재킷 걸치고 반바지 입고 과테말라 따꼬 먹으러 가는 길은 너무 행복하다. 


(과테말라 하일랜드 마야인들의 마을 여행을 마치고) 다시 돌아온 우에우에떼낭고는 15일 독립기념일을 지낸 후 라지만 여전히 축제의 열기로 들떠있는 분위기이다. 새롭게 설치된 무대를 보니 아직 독립을 기념하는 기쁨은 끝나지 않았나 보다.

자동차의 경적 소리, 행사장을 만드는 쿵쾅거리는 소리, 가장 비싸고 품질 좋은 통신사 CLARO의 프로모션 음악소리, 따께리아 점원들의 '따꼬~따꼬~'소리.

다시 돌아온 도시의 모든 소리들, 아니 소음들이 나에게 이런 평안을 줄 수 있을지 기대하지 않았다.
평생을 '도시 탈출'을 외치며 여름마다 겨울마다 도시를 벗어나 시골로 도망쳐 와 보았지, 구름의 소리, 산의 소리, 험한 협곡 사이 사이 새어 나오는 자연의 위엄 있는 소리에 이기지 못하여 도시로 쫓겨난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날아가는 종이 등불




우에우에떼낭고 센트로 광장에서는 이 지역 학생들이 삼삼오오 그룹을 지어 종이로 직접 만든 크고 작은 열기구를 날리는 행사가 한창이다. 어떤 것은 마치 지구 반대편까지 날아갈 기세로 멀리 날아가고, 어떤 것은 이 삼 미터 날지 못하고 불에 타 버린다. 어떤 것은 타 버릴  뻔하다가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다시 부웅 떠올라 힘차게 올라간다. 





농구공 만한 종이 열기구 하나 날리는 데에도 참 많은 노력과, 관심과 또 바람의 도움과 행운이 필요하다. 나에게 손가락 하나 건드리지 않았던 자연에게 스스로 짓눌려 나흘 만에 도망쳐 나온 나 같은 연약한 사람을 정성스럽게 살피고 만들고 수리해 하늘로 날리려는 우주의 노력을 상상해본다.  





우리는 돌아와서 며칠을 벼룩때문에 고생해야만 했다. 다행이 초반에 살충제로 박멸해 2주는 넘기지 않았다. 벼룩을 죽이고있는 우리 깔끔한 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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