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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더하기 Nov 22. 2019

얄밉다가, 미안하다가, 서운하다가, 야속하다가

며느리의 눈으로 써보는 시어머니 자서전 1

내 나이 6살, 내 엄마는 어딜 가고 새엄마가 왔다


분 냄새가 좋았던 새엄마는

우리 집에 와 아들 하나, 딸 셋 동생들을 낳았다     


아침을 먹고 나면 두언니와 나 동생 넷은 밭으로

새엄마가 낳은 동생들은 학교로 갔다


쑥도 캐고, 비름나물도 캐다가

그 동네 남자를 만나 결혼을 했다

아들 하나 딸 하나를 낳고 그럭저럭 살았다     


언니 바람대로 차남에게 시집을 갔지만

드센 형님의 등쌀에 결국 병든 시어머니에게 방 한 칸 내어드리고 병수발을 들었다     


고달프게 살면서도 못 배운 설움에

아들딸 11살 12살에 도시로 유학 보냈다


이모 집 고모 집을 전전하는 자식들이

혹여나 눈칫밥 먹을까

내가 먼저 눈칫밥을 곱절로 먹었다     


언제나 품어볼까 그리웠던 아들은 

군대를 다녀와 연애하더니 바로 장가를 갔다

딸도 동네 남자를 만나

시집을 갔다     


평생 농사를 짓던 남편은

뒤늦게 사업에 뛰어들어 큰 빚을 졌다

빚에 짓눌려 냉가슴 앓다가 암이라는 병을 앓았다     


이제 남편의 암은 완치되었지만 빚은 남아있다     


집 한 채, 결혼자금 제대로 못 대준 아들네 부부에게도

항상 눈치가 보인다     


이것저것 반찬을 만들고 김치를 담그며 

오매불망 기다리는 아들네는

두어 달에 한 번 겨우 찾아오지만

며느리는 힐끔힐끔 시계를 보다 아들 허리를 꾹 찔러 

집에 갈 채비를 서두른다     


며느리가 얄밉다가

빚 많은 집에 시집와 고생만 하는 것이 미안하다가

아들에게 서운하다가

너무 일찍 간 엄마가 야속하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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