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혜더하기 Jan 17. 2020

나의 시어머니

며느리의 눈으로 써보는 시어머니 자서전 2

나의 시어머니는 명절을 맞이하기 한 달 전부터

아들, 손주, 며느리 언제 올 거냐 묻기 시작하신다

며느리가 좀 서둘러 일찍 왔으면

며느리가 좀 여유 있게 늦게 갔으면

갈비찜도 해두고

간장게장도 담가두고

오매불망 기다렸던 아들 내외가 떠나는 것이 더 아쉬운 것은

살가운 친정엄마와 포근한 친정집이 무엇인지 알지 못해서     


감자밭에서 호미질하시는 시어머니 옆에 쪼그려 앉아 말벗을 하노라면

새엄마가 시집와 낳은 자식들은 학교에 가고

나랑 언니, 동생은 산으로 들로 나물 캐고 다녔지

무심한 호미질 쉬지 않고 희미하게 웃으시더니

곱게 차려입고 찾아온 졸업식에

며느리의 학사모를 쓰시고는 활짝 웃으신다     


착한 천성으로 뒤늦게 사업에 뛰어든 시아버지는

빚더미에 짓눌려 암이라는 병을 얻고

그나마 보험금으로 동네 사람들 빚을 갚는다 좋아하셨다는데

형제자매에게 남은 빚으로 시어머니는 죄인이 되었다

빚은 불어나 아들 며느리에게도 죄인이 되었다

아무 죄 없이, 원망할 이 없이 죄인이 되었다     


며느리가 읊어주는 내 인생 한 구절에

맞다. 맞다.

내가 그렇게 살았다

속은 썩어 문드러지고

모든 걸 놓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지만

하나님을 남편 삼아 교회를 친정 삼아

그렇게 버티며 살았다 흐느끼다가도

금세 눈물을 훔치며 

너도 많이 힘들지, 같이 힘내자 다독이시는 시어머니    

 

야속한 시어머니였다가

안쓰런 친정엄마 같다가

내 모습 같은

나의 시어머니

작가의 이전글 얄밉다가, 미안하다가, 서운하다가, 야속하다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