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넷째 주 심리학브리핑, 미루는 마음의 진짜 이유

미루기와 실패 불안, 다이어트약과 우울증, 소셜미디어와 아이들

by 지혜더하기
내일부터 해야지.


이 말, 올해 들어 몇 번이나 하셨어요? 해야 할 건 분명히 아는데, 손은 자꾸 다른 곳으로 향하는 그 순간. 우리는 보통 그걸 '게으름'이라고 부르죠. 그런데 이번 주 나온 연구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미루는 사람은 게으른 게 아니라, 사실은 너무 많이 느끼는 사람일 수 있다는 거예요. 이번 주 심리학 브리핑, 미루기의 감정부터 다이어트약의 뜻밖의 효과, 그리고 아이들의 스마트폰까지. 마음과 뇌에 대한 이야기를 모아 왔어요.




미루는 사람은 꿈을 못 꾸는 게 아니라,

실패가 무서운 거예요


4A429E2F-6375-4E24-9636-DB17041701D2.png 미루는 사람의 머릿속에는 꿈과 불안이 나란히 있어요 ⎜AI 생성 이미지 (ChatGPT)



미루는 사람은 미래를 잘 못 그려서 그런 걸까요? "이걸 끝내면 이렇게 좋을 텐데"라는 그림이 머릿속에 안 그려지니까 시작을 못 하는 걸까요?


영국 요크 세인트 존 대학교의 헬기 클레이튼 맥클루어 연구팀이 이걸 직접 확인해 봤어요. [1] 대학생 111명에게 각자 중요한 목표를 6개씩 적게 했어요. 한 달 안에 할 수 있는 것 3개, 반년 이상 걸리는 것 3개. 그리고 그 목표를 이뤘을 때의 장면을 머릿속으로 상상하게 했죠.


결과가 의외였어요. 미루기 점수가 높은 사람도 목표 달성 장면을 똑같이 선명하게 상상했거든요. 색깔, 소리, 분위기까지. 목표가 중요하다고 느끼는 정도도, 이뤘을 때 느낄 기쁨의 크기도 차이가 없었어요.


그럼 대체 뭐가 달랐을까요? "이걸 못 하면 어쩌지?"라는 불안이었어요. 미루는 사람들은 실패를 떠올릴 때 훨씬 더 강한 불안을 느꼈어요. 특히 마감이 가까운 단기 목표일수록 이 불안이 더 컸는데, 곧 닥칠 일이니까 감정이 더 크게 느껴지는 거예요.


정리하면 이래요. 미루는 사람의 머릿속에는 멋진 미래가 분명히 그려져 있어요. 문제는 그 옆에 "만약 실패하면?"이라는 불안이 너무 크게 붙어 있다는 거죠. 그래서 시작 자체를 피하게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미루는 사람에게 "그냥 해!"라고 다그치는 건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어요. 오히려 필요한 건 "지금 뭐가 무서운 거야?"라고 물어보는 것일 수 있거든요. 시간 관리 기술보다 불안을 다루는 법이 먼저일 수 있다는 게, 이 연구의 핵심 메시지예요.



다이어트약이 마음 건강까지 바꾼다고요?


1293AC7C-FDF7-4095-9F71-35687FBE9BC5.png 몸을 돌보는 약이 마음까지 돌볼 수 있을까요 ⎜AI 생성 이미지 (ChatGPT)



'오젠픽'이나 '위고비'라는 이름, 들어보셨죠? 식욕을 줄여서 체중 감량을 돕는 약으로 유명한데요. 이번에 이 약이 마음 건강과도 관련이 있다는 대규모 연구가 나왔어요.


핀란드 동부대학교,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호주 그리피스 대학교 공동 연구팀이 스웨덴 전국 건강 기록을 들여다봤어요.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를 가진 95,490명의 데이터를, 13년에 걸쳐 추적한 거예요. [2]


특별한 건 비교 방식이에요. 다른 사람끼리 비교한 게 아니라, 같은 사람이 이 약을 먹던 시기와 안 먹던 시기를 비교했어요. "나의 약 먹던 때 vs 안 먹던 때"를 보는 거니까, 체질이나 생활습관 차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에요.


결과를 보면, 오젠픽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를 복용하던 시기에는 정신건강이 나빠지는 경우가 비복용 시기보다 42% 적은 것으로 나타났어요. 우울증 악화와의 연관은 44%, 불안장애는 38%, 알코올이나 약물 문제는 47% 적었고요.


단, 이건 "이 약을 먹으면 우울증이 낫는다"는 뜻은 아니에요. 살이 빠지면서 자신감이 회복되거나, 염증이 줄거나, 수면이 나아지는 등 여러 간접 경로가 있을 수 있거든요. 정확히 왜 이런 연관이 나타나는지는 아직 모르고, 연구팀도 앞으로 더 엄격한 임상시험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어요.


그래도 이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가 있어요. 우리 몸과 마음이 생각보다 훨씬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걸, 9만 명이 넘는 데이터로 보여줬기 때문이에요. 몸을 돌보는 일이 곧 마음을 돌보는 일일 수 있다는 거죠.



소셜미디어, 36만 아이들의 대답


049E4457-9B3A-43D6-B05E-DE082121C2C5.png 화면 속 세상과 화면 밖 세상 사이에 선 아이들 ⎜AI 생성 이미지 (ChatGPT)



"우리 아이가 폰 좀 보는 게 뭐가 문제야?" 많은 부모가 한 번쯤 해본 생각이죠. 반대로 "스마트폰이 아이를 망치고 있다"는 불안도 있고요. 어느 쪽이 맞는 걸까요?


이번에 나온 연구는 이 질문에 지금까지 가장 큰 규모의 답을 내놨어요. 호주 제임스 쿡 대학교의 사만다 티그 연구팀이 2000년부터 2024년까지 나온 연구 중에서, 같은 아이들을 시간을 두고 추적한 연구만 골라 153개를 한꺼번에 분석했어요. [3] "그 아이가 스마트폰을 많이 쓰고 나서 어떻게 되었나?"를 본 거죠. 전체 참여 아동과 청소년이 약 36만 명이에요.


결과는 꽤 분명했어요. 소셜미디어를 많이 사용한 아이들에게서 우울, 불안, 행동 문제, 자해 생각, 낮은 학업 성취가 일관되게 더 많이 나타났어요. 알코올이나 담배 같은 물질 사용과의 연관도 있었고요.


연구팀을 가장 놀라게 한 건 따로 있었어요. "소셜미디어 덕분에 친구 관계가 좋아진다"거나 "창의성이 늘어난다"는 이야기가 자주 나오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오래 추적한 연구들에서는 그 긍정적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거예요. 연구자 티그는 이렇게 말했어요. "우리는 긍정적 효과를 정말 열심히 찾았어요. 그런데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한 가지 다른 결과도 있었는데, 비디오 게임은 공격성과는 연결됐지만 집중력이나 계획 능력 쪽에서는 오히려 약간 긍정적 연관이 나타났어요. 소셜미디어와는 다른 패턴이에요.


물론 이 연구도 "소셜미디어가 원인이다"라고 확정하진 못해요. 이미 마음이 힘든 아이가 소셜미디어를 더 찾을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153개 연구, 36만 명에게서 같은 패턴이 반복됐다는 건, 이 문제를 가정의 규칙만으로 해결하기엔 좀 버거운 수준이라는 신호이기도 해요.





놓치기 아까운 이번 주 연구


368B93FC-B73E-4B4C-8080-ED83A14E720A.png 이번 주 놓치기 아까운 네 가지 연구 이야기 ⎜AI 생성 이미지 (ChatGPT)



1. "우울한 사람이 오히려 세상을 정확하게 본다"는 말, 들어본 적 있으세요? 심리학에서 꽤 유명한 이론인데요. 오하이오 주립대 연구팀이 372명을 3개월간 추적하며 직접 확인해 봤어요. 결과는? 우울 수준이 높은 사람은 좋은 일이 일어날 가능성을 실제보다 낮게 예측하는 진짜 비관 편향을 보였어요. 더 흥미로운 건 그다음이에요. 좋은 일이 실제로 일어나면 다음 달 예측을 살짝 올리긴 하는데, 그게 오래가지 않고 금방 다시 비관으로 돌아가더라고요. 반면 나쁜 일에 대한 예측은 한번 굳으면 잘 안 바뀌었어요. 우울할 때 마음은 나쁜 기억은 꽉 붙잡고, 좋은 기억은 쉽게 놓아버리는 구조로 작동하는 셈이에요. [4]


2. 좀 희망적인 소식도 있어요. "가짜뉴스가 진실보다 더 잘 퍼진다"는 말, 거의 상식처럼 받아들여지잖아요. 그런데 서호주 대학교 연구팀이 4,607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알고리즘이나 봇 같은 플랫폼 효과를 걷어내면 사람은 원래 진실 쪽에 더 끌리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진실된 메시지가 더 설득력 있고, 더 많이 공유됐거든요. 문제는 사람의 본성이 아니라 정보가 유통되는 환경일 수 있다는 거예요. 다만 이건 실험실 환경의 결과라서, 현실 전체로 바로 일반화하기엔 조심할 필요가 있어요. [5]


3. 관계 이야기도 하나요. 루마니아 알렉산드루 이오안 쿠자 대학교 연구팀이 307명을 조사했더니, 연인에게 진짜 내 모습을 보여주기 어려워하는 사람일수록 정서적 친밀감이 낮고, 외도 성향이 높게 나타났어요. 버림받을까 봐 눈치를 보거나, 가까워지는 게 불편한 불안정 애착 스타일이 "나다움"을 숨기게 만들고, 그 빈자리를 다른 곳에서 채우려는 마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거예요. 외도가 늘 "나쁜 의도"에서 시작되는 건 아닐 수 있다는, 좀 불편하지만 중요한 이야기예요. [6]


4. 마지막으로, 직관에 반하는 연구 하나. 성평등 수준이 높은 나라일수록 10대 소녀들의 정신건강이 좋을 것 같잖아요? 그런데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대학교 연구팀이 20년간의 국제 데이터를 분석했더니, 오히려 성평등 지수가 높은 나라에서 10대 소녀의 우울감, 불안, 수면 문제가 소년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어요. 2002년에는 성평등 국가의 소녀들이 오히려 증상이 적었는데, 2022년에는 완전히 역전된 거예요. 연구팀은 기회가 늘어난 만큼 학업 압박도 커진 것이 핵심 원인이라고 보고 있어요. 성평등 사회가 소녀들에게 기회와 함께 이중 부담도 안겨주고 있는 건 아닌지, 들여다봐야 할 신호예요. [7]




이번 주 연구들을 가만히 보면, 하나의 공통점이 있어요. 우리가 겉으로 보는 행동의 뒤편에는 항상 감정이 있다는 거예요. 불안, 두려움, 충족되지 못한 필요들. 행동을 바꾸고 싶다면, 먼저 그 행동 아래 깔린 감정을 알아채는 게 첫걸음일 수 있어요. 이번 한 주도, 내 안의 감정에 조금 더 귀 기울여보는 시간이 되면 좋겠어요.



[출처]

[1] High Trait Procrastination Predicts Increased Goal Anxiety Despite Invariance in Simulation of Goal Achievement | Psychological Reports | https://doi.org/10.1177/00332941251415315

[2] Association between GLP-1 receptor agonist use and worsening mental illness in people with depression and anxiety in Sweden: a national cohort study | The Lancet Psychiatry | https://www.thelancet.com/journals/lanpsy/article/PIIS2215-0366(26)00014-3/fulltext

[3] Digital Media Use and Child Health and Development: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 JAMA Pediatrics | https://jamanetwork.com/journals/jamapediatrics/article-abstract/2845518

[4] Learning from experience: Depressive bias and updating beliefs about common life events | Behaviour Research and Therapy | https://doi.org/10.1016/j.brat.2026.104959

[5] Truth Over Falsehood: Experimental Evidence on What Persuades and Spreads |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 https://doi.org/10.1037/pspa0000467

[6] 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 | https://doi.org/10.1016/j.paid.2026.113758

[7] Exploring mechanisms behind the increasing gender gap in adolescent psychological symptoms, 2002–2022 | Journal of Child Psychology and Psychia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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