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매 디자인 랩. The behavior model
서비스나 제품을 개선하거나 성장시키려 할 때 사용자 피드백(리뷰, 스토어 레이팅, 메일-SNS 등)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가설-실험-측정의 이터레이션을 중요시하는 LeanUX 뿐만 아니라 User Centered를 중시하는 UX 디자인 전반적 측면에서 그렇고, 그로스 해킹과 같은 마케팅적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글로벌 시장을 타겟팅하는 소규모 개발사의 경우, 정량적 데이터가 아닌 정성적 데이터를 얻기 위한 방법이 매우 제한적임을 감안하면 사용자 피드백은 제품 개선과 성장을 위한 더 없이 소중한 도구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앨리스테어 크롤과 벤저민 요스코비츠에 따르면 유료 앱은 사용자의 1.5% 이하, 무료 앱은 단지 1% 이하의 소수만이 제품을 평가한다 [1]. 더군다나 Apptentive의 2015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1~1.5%의 사용자 중 65%는 앱 이용 중 겪은 부정적인 경험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려는 목적으로 제품 평가에 임하게 된다 [2]. 요컨대, 사용자는 피드백을 주기 귀찮아하거나 굉장히 화가 났을 때 작성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
이러한 사용자의 행태를 분석하려면 특정한 행위가 발생할 때의 심리현상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으로 스탠퍼드 대학 Persuasive Technology Lab의 BJ. Fogg 박사(2009)는 인간의 특정 행위(Behavior)가 동기(Motivation), 능력(Abillity), 촉발점(Trigger)의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될 때 이루어질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3].
썸녀(혹은 썸남)에게 전화가 오는 상황으로 예를 들어 보자. 우리가 썸녀의 전화를 받기 위해서는(Behavior) 먼저 전화가 스팸이 아닌 썸녀에게 온 것임을 확인해야 하고(Motivation 충족), 때 마침 쉬는 시간이든 술을 마시고 있든 간에 전화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어야 하며(Ability 충족), 벨이 울리거나 진동이 울리는 등 전화가 왔음을 인지할 수 있어야 한다(Trigger 충족).
마찬가지로 사용자가 우리에게 제품에 관한 피드백을 주기 위해서는(Behavior), 먼저 칭찬할 만한 일이나 욕 나오는 상황을 경험해야 하고(Motivation 충족), 마침 타이핑할 수 있을만한 잠시간의 여유와 여분의 손가락이 있어야 하며(Ability 충족),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수단(버튼, 팝업 혹은 노티피케이션 등)을 제품이 제공하고 있음을 인지 해야 한다(Trigger 충족). 그리고 사용자 피드백에 관한 몇 가지 문제는 이 세 가지 관점에서 분석 가능하다.
사용자가 화가 날 때 작성하는 피드백이 앱 스토어와 같은 공개적인 공간에 게시되는 것은 문제지만, 그보다 중요한 문제는 아예 부정적인 피드백조차 없는 경우다. 이 경우는 Trigger가 아예 없거나 너무 숨겨져 있지 않은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팝업이나 실시간 채팅, 노티피케이션, 레이팅 버튼 등이 아예 없거나 3~4 단계까지 숨겨진 경우 사용자는 피드백을 주기 위한 노력을 중도에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컬럼비아 대학의 란 키베츠(Ran Kiverz, 2006)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카페를 이용하는 고객 중 쿠폰 보상(ex: 10잔 사면 한잔 더) 시스템을 이용하는 고객이 그렇지 않은 고객보다 더 점원에게 친절하고 자주 웃으며, 감사 표시와 팁의 빈도가 높다는 것을 밝혀냈다 [4]. 더불어 심리학자 데니스 리건(Dennis Regan, 1971)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타인에게 호의를 받은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더 상대방의 부탁을 잘 들어주는 것을 발견했다. 이때 호의를 받은 피험자는 심지어 자신에게 돌아오는 이득을 일정 부분 포기하면서까지 상대방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5].
이 연구들이 시사하는 바는 Trigger가 요청되는 시점의 문제와 직결된다. 더 정확하게는 Trigger가 요청되는 시점과 긍정적 Motivation이 발생한 시점이 잘 맞물리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만약 사용자가 앱의 이용 목적이었던 특정 태스크를 완수하거나, 게임의 경우 특정 스테이지를 클리어했다면 이때를 사용자의 긍정적인 Motivation이 최대화될 수 있는 시점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시점을 최대한 놓치지 않고 Trigger를 요청한다면 사용자들이 흔쾌히 피드백 요청에 응할 확률이 높아진다. 실제로 많은 앱과 게임들이 근래 들어 이러한 전략을 채택하고 있지만, 몇몇 앱들은 이 시점과 전혀 관계없이 Trigger를 요청하기도 한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인간의 의사결정은 기분에 크게 좌우되며, 좋은 기분이나 기억이라도 그 유지기간이 길지 않다는 사실이다.
반면, 앱의 버그나 크래시 등으로 인해 화가 난 상황의 Motivation이 강렬하다면 사용자는 어떠한 경로든 찾아내서 불만을 표출할 수 있다. 단 이 경로가 앱스토어의 레이팅이나 리뷰와 같이 공개적인 경로가 되어서는 안된다. 앱을 설치하는 사용자의 70% 이상이 스토어 리뷰와 별점을 참조해서 결정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따라서 부정적 Motivation이 최대화된 시점(예를 들어 크래시 이후 첫 실행)에 요청되는 Trigger는 되도록 메일과 같은 비공개적인 경로여야 할 필요가 있다.
음악 스트리밍 앱인 Musi는 유사한 방법으로 피드백 비율을 개선한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먼저 Musi는 사용자가 음악을 들으며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 시점에 맞춰 Trigger를 요청한다 [6].
그리고 이 Trigger는 두 단계로 구성되어 있는데, 'Not really'를 선택하여 불만이 있는 것으로 예상되는 사용자에게는 E-mail의 경로, 'Yes!'를 선택한 긍정적인 사용자에게는 레이팅의 경로로 구분하여 요청한다.
이 외에도 Musi의 피드백 설계에는 몇 가지 더 주목할 만한 부분이 있다. 개발자인 Aaron Wojnowski가 이야기하기를, 이 설계는 보다 의미 있는 리뷰를 얻기 위해 라이브러리에 8곡 이상을 담고 있는 헤비 사용자만을 대상으로 요청했고(왜 8곡인지는 개발자도 모르겠다고.. 하여간 몇몇 앱들처럼 단순히 사용 일수를 기준으로 헤비 사용자를 판단하지는 않는다), 음악을 듣는 콘텍스트를 방해하지 않도록 설계했다. 이러한 UX 개선을 통해 Musi는 헤비 사용자 중 무려 11.67%가 스토어에서 좋은 별점을 주었고, 1.13%는 메일을 통해 실제로 의미 있는 피드백을 주었다고 전해진다. 앨리스테어 크롤과 벤저민 요스코비츠가 이야기한 1~1.5%의 기준으로 본다면 실로 ㅎㄷㄷ한 수치라 할 수 있다.
아무튼 이러한 몇 가지 심리학 이론과 사례를 바탕으로 사용자 피드백 비율과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사용자에게 Trigger를 숨기지 않는다.
둘째. Trigger의 요청 시점은 Motivation이 발생한 시점과 최대한 연계하되, 앱 이용의 콘텍스트를 방해하지 않는다.
셋째. 긍정적 Motivation의 Trigger 경로는 공개적으로, 부정적 Motivation은 비공개적인 경로로 구분하여 요청한다.
넷째. 헤비 사용자에 대한 Trigger 노출을 강화한다.
다만 이러한 방법으로도 사용자 피드백 비율과 질을 향상시키기 힘든 경우가 있다. 애초에 긍정적 Motivation을 불러일으킬 수 없는 상황이 그것인데 이 경우는 사실..
극단적으로 표현했지만, 정말로 이런 경우라면 개발사는 제품이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가치에 대해 심각하게 재고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1] Croll, A. Yoskovitz, B. (2014). 린 분석(Lean Analytics). 위선주 역 (2014). 서울: 한빛미디어.
[2] http://www.apptentive.com/blog/app-store-ratings-reviews-guide
[3] BJ Fogg. 2009. A behavior model for persuasive design. Persuasive '09 Proceedings of the 4th International Conference on Persuasive Technology. Stanford University. No.40. pp. 19-30.
[4] Kivetz, R., Urminsky, O., and Zheng, U. 2006. The goal-gradient hypothesis resurrected: Purchase acceleration, illusionary goal progress, and customer retention. Journal of Marketing Research. 39. pp. 39-58.
[5] Dennis, T. R. 1971. Effects of a favor and liking on compliance.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7. pp. 627-639.
All works ⓒ Jaehyun Kim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