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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n Jul 28. 2022

게임 경제와 복식부기

복식부기로 게임경제 점검하기

게임 경제의 순환

유저가 모바일 게임에서 인앱 결제를 하는 데는 다양한 동인이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게임에서 아이템과 같은 무언가를 구매하려고 할 때 게임 경제의 기본 재화가 부족한 상태에 이르러야 한다. 개발사에서는 유저의 기본 재화가 부족한 상태를 만들기 위해 기본적으로 싱글 플레이의 레벨 난이도를 점차 어렵게 디자인하면서 랭킹이나 아레나 같은 콘텐츠로 경쟁적인 게임 플레이를 유도하거나 가챠 시스템, 각종 플레이 운영 이벤트를 제공하는 등 여러 장치를 안배한다.


그렇다면 개발사 입장에서 의도대로 게임 경제가 잘 순환하고 있음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ARPDAU(Average Revenue Per Daily Active User)나 ARPU(Average Revenue Per User), ARPPU(Average Revenue Per Paying User) 혹은 PUR(Paying User Rate)과 같은 1 티어의 인앱 결제 지표를 보는 게 우선이겠지만, 만약 이러한 지표상에 문제가 있어서 원인을 더 파고들어야 하거나 스크럼 단위로 크로스체크가 필요한 상황 등에서는 더 디테일한 지표를 필요로 한다. 그중 가장 핵심이 되는 지표가 게임 재화의 공급과 소비 비율이다. 조금 더 풀어 설명(?)하자면 '게임 시스템이 유저에게 공급하는 재화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유저가 재화를 소비하고 있는가'를 체크하는 것이다. 이 개념이 게임 경제의 근간이 되어야 궁극적으로 유저의 인앱 결제가 일어날 환경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게임 경제의 건전성 지표를 더욱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한 로그 설계의 전제가 바로 복식부기다.


복식부기

스포츠를 떠올려보자. 테니스나 탁구는 단식과 복식경기를 구분한다. 단식은 혼자, 복식은 두 명이 한 조가 돼 경기를 진행한다. 그리고 회계에도 단식과 복식이 있다. 지출이나 수입의 한 가지 결과만 기록하는 방식이 단식, 지출과 수입의 원인과 결과를 묶어서 기록하는 방식이 복식이다 [1]. 부기는 장부에 기입하는 행위를 말한다. 단식부기의 대표적인 사례는 가계부이고, 대다수 기업의 회계는 복식부기 방식을 사용한다. 어려울 수 있으니 두 가지 방식의 차이점을 예로 들어서 살펴보자.


단식부기 사례: 가. 상. 의. 가계부입니다(...)


위의 이미지는 A의 1월 2일부터 1월 12일까지의 가계부다. 해당 기간 동안 입금되거나 출금된 항목과 결과가 한 가지씩 순차적으로 적혀있다. 이러한 방식을 단식부기라고 부른다. 이 방식의 단점은 두 가지다. 첫 째, 노란 박스의 제습기 구입과 같이 현금을 소비했지만 제습기라는 자산이 증가한 개념을 다루지 못한다. 둘째, 자본+부채=자산[2] 임에도 대출 상환과 같이 부채가 감소하는 개념 역시 다루지 못한다.


복식부기 사례: 가. 상. 입. 니. 다


단식부기 사례를 복식부기로 치환해보았다. 차변에는 자산이나 비용의 증가, 즉 결과를 기록하고 대변에는 차변의 원인을 기록하는 방식이다. 복식부기 방식을 적용하면 노란 박스의 사례는 제습기 구입으로 현금이 감소(대변-원인)->자산은 증가(차변-결과)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고 대출 상환 역시 역시 현금과 함께 자산(자본+부채)이 감소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게임 경제와 복식부기

단식 부기와 복식부기 사례를 게임 경제에 적용해보자. 먼저 아래에서 단식부기를 적용한 사례를 살펴보면 크게 두 가지 문제를 발견할 수 있다. 먼저 유저 A는 1월 2일에 인앱 결제로 3000 코인을 입금[3] 받아 1월 4일에 로켓부스터 아이템 3개를 구매하는 데 사용했고, 이때 얻은 아이템 3개(3000 코인 가치)를 1월 5일에 모두 사용했다. 이 경우를 유저의 기본 재화(코인) 공급 대비 소비량으로 계산해보면 200%가 나오게 된다. 인앱 결제로 3000 코인을 얻었지만 아이템을 구매하고 아이템을 사용하는데 6000 코인을 쓴 것으로 중복 처리되기 때문이다.

게임 경제에 단식부기를 적용한 사례



 번째 문제는 리워드 광고 시청에 대한 보상을 게임 기본 재화 단위로 치환하여 보기 위해서 번거로운  단계의 로그 처리 과정을 거쳐야 하는 점에 있다. 팩트만 보면 유저 A 1 3일에 리워드 광고를 시청하고  보상으로 셔플 부스터 1개를 얻었다. 이를 기본 재화(코인) 공급-소비로 처리하려면 1단계, 리워드 광고를 보고 1500 코인을 입금받았고 2단계, 1500 코인을 즉시 지불하고 셔플 부스터 1개를 구매하는 상황으로  단계로 처리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유저가 리워드 광고를 시청하고 받은 셔플 부스터 1개를 사용하면  번째 문제와 동일하게 기본 재화(코인) 공급 대비 소비량으로 계산해봤을  200% 나오게 된다.


게임 경제에 복식부기를 적용한 사례


이번에는 단식부기 사례를 복식부기로 치환해보았다. 복식부기로 기록하게 되면 단식부기의 두 가지 문제점이 해결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인앱 구매 수익(원인)으로 3000 코인이 증가했고(결과), 1월 4일에 3000 코인이 감소하고 대신 로켓부스터 아이템 3개 분량의 자산이 증가했다. 이를 +-하면 0이 된다. 그리고 1월 5일에 로켓부스터 아이템 3개를 사용하면, 결과적으로 인앱 구매 3000 코인과 부스터 아이템 사용 3000 코인이 남아 기본 재화(코인) 공급 대비 소비량으로 계산해봤을 때 100%가 나오게 된다.



게임 경제의 건전성

이처럼 게임 경제의 건전성을 정확하게 점검하기 위해서는 복식부기 구조의 로그 설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복식부기 구조로 설계된 기본 재화 공급 소비 비율 데이터를 체크할 때에도 DAU 기준 일일/주간/월간/특정 기간의 공급-소비 비율과 리텐션을 연계한 DayN 누적 공급-소비 비율 데이터를 교차 검증하거나, 유니크 유저당 아이템 사용 유저 비율과 평균 사용량, 그리고 아이템 사용 유저당 아이템 평균 사용량과 같은 데이터도 함께 점검한다면 더 정확하게 게임 경제의 건전성을 체크해보고 개선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이러한 지표들이 모두 건강한데도 인앱 결제가 활발하지 않다면 게임이 결제할 만큼의 가치를 제공하고 있고 결제하기까지 충분히 유저가 남아있는지 핵심 재미(리텐션)를 점검해보거나 인앱상품이 정말 유저에게 매력이 있는지를 점검해보는 것이 좋다.



[1] 차변과 대변이 반드시 결과와 원인 개념은 아니지만 본문에는 더 쉬운 이해를 돕기 위해 활용했다. 더 자세한 복식부기의 기본 개념은 링크를 참조.

[2] 왜 자산은 '자본+부채'일까? - 티 타임스 기사

[3] 게임 '내' 경제를 다루기 때문에 게임 외부의 요인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아야 한다. 예를 들어 유저의 지갑 사정 같은 것(...)


All works ⓒ Jaehyun Kim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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