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일의 대륙횡단.
러시아서 스페인까지. 나는 70여 일 간 여행을 다녀왔다. 이 여행의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27년간 삶 속에서 가장 행복하고 중요한 여정이었다. 정말로 그렇다. 조금 더 극적으로 설명하자면 이 여행이 내 삶을 바꿔놓은 터닝포인트였다.
나는 ‘나’를 찾기 위해 이 여행을 떠났고 그 목적을 이뤘다. 내가 바라 왔던 많은 것들을 이뤘고, 이전의 내가 찾지 못했던 것들을 찾았다. 나는 여행을 했고 순례를 했다. 여행자에서 순례자가 됐다.
파울로 코엘료는 자신을 순례자라고 표현한다. 여행 그리고 순례. 둘의 차이는 방향에 있다. 여행은 삶 그 자체가 시간의 흐름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나는 그랬다. 내 삶은 강물이 흐르는 것처럼 그저 흘렀다. 언제 죽어도 아쉬울 것 없었다. 내가 화나는 것은 그저 내 기준과 다른 사람들의 삶의 방식과 마찬가지로 기준에 못 미치는 나 자신이었다.
나는 스스로를 여행자로 생각하며 이 여행을 시작했고 어느 순간, 깨달음을 얻고 나서야 나의 길을 보게 됐다. 그때 비로소 나는 순례자가 됐다. 험하고 고됨을 알면서도 나아가는 순례자. 내 삶의 태도와 삶의 동력을 찾았기에 가능했다.
이제 나는 그 과정을 되짚어보려 한다. 나와 너를 위해서, 사랑하는 우리 모두를 위해서.
사랑하는 페르난도에게 감사하며.
행복이와 불행이가 행복하길.
2016. 2. 20. 정일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