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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y Oct 23. 2017

아빠, 오사카를 부탁해 (2/2)

어서 와,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처음이지?

세계 10대, 3대 테마파크라고 순위를 매겨놓은 것 혹시 보신 적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부동의 순위는 전 세계에 퍼져있는 디즈니랜드가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고, 그중에서 5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일본 유니버설 스튜디오입니다. (전 세계에서 5위라니, 그렇다면 사람도 5위스럽게 많겠구나 싶지 않습니까?)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가면 무조건 이건 찍어야 한다. 그렇지만, 입장할 때 찍지 말고, 나올 때 찍는게 좋다.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2001년 개장한 인기 테마파크로 1년에 1,180만 명가량이 방문한다고 합니다. 언뜻 계산해봐도 하루에 3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건데요. 2001년 개장 당시에 1,100만 명이 방문하여, 전 세계에서 가장 빨리 연간 방문객 천만을 돌파한 기록도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오늘은 유니버설 스튜디오(오사카)를 파헤쳐 보도록 하겠습니다. 



해외 테마파크 방문은 아빠에겐 삼재에 해당할 만큼 힘든 일 


모든 아빠 여러분들께 말씀드리지만, 해외여행에서 테마파크는 절대로 피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인생에는 3재(三災)라고 하여 ‘사람에게 닥치는 3가지 재해’가 있다고 하는데요. 보통 아홉수에 이런 일이 닥친다고 하지만, 그걸 넘어서고 나면 큰 문턱을 넘어서서 인생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진다고 하죠. 아빠가 아이들과 하는 여행을 한 사람의 일생에 비유한다면 ‘테마파크 방문’은 첫 번째 삼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얘기는 그만큼 테마파크 방문은 준비부터 당일 투어까지 챙겨야 할 것들이 많고, 제대로 임무를 완수했다면 여행을 마치고 나서 ‘이것도 했는데, 내가 다른 건 뭘 못하겠어?’라는 자신감이 생긴다는 뜻입니다. 그런 면에서,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얼른 경험하시길 권하고, 그렇지 않다면 해외 테마파크는 엄마한테 명품백을 사주는 한이 있더라도 “당신이 애들이 뭘 좋아하는지 더 잘 알 테니 당신이 데리고 다녀와요. 그리고, 이 돈으로 가방이라도 하나 면세점에서 사도록 해요.”라고 해서 엄마와 아이들만 보내시는 게 좋습니다. 



자, 그럼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가는 방법부터 알아볼까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지하철과 철도(JR)를 이용하는 방법인데요. 보통 오사카 여행은 난바 지역에 숙소를 잡고 이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사카의 모든 교통수단의 중심이 난바역에서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늘 그렇듯, 우리가 만나게 되는 큰 난관은 언어다. 뭐라고 써있는걸까?

자, 우리가 가야 할 곳은 ‘유니버설 시티역’인데요. 노선 안내도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유니버설 시티역은 지하철이 아닌 JR(철도) 노선에 있는 역이거든요. 그래서, 오사카 난바역에서 니시쿠죠 역으로 이동한 다음, JR 사쿠라지마선으로 갈아타서 유니버설 시티까지 가시면 됩니다. (뭔가 복잡하죠? 그렇지만, 우리나라 지하철 정도 타보신 분이면 어렵지 않게 가실 수 있습니다.)  


니시쿠죠역에서 JR을 기다리는 아이들, 거기 있는 사람 대부분은 유니버설에 간다고 보면 된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은 장삿속도 남다르던데...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개장 시간이 보통 8시 30분 정도로 정해져 있는데요. 개장시간은 입장객 수에 따라 변동이 되기도 합니다. (외부에 개장시간이 공개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오사카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이하, USJ)은 어마 무시한 입장객 인파로 악명이 높기 때문이에요. 이 덕분에 USJ는 알뜰살뜰하게 장삿속을 챙기고 있는데, 한 번 어떤 게 있나 알아볼까요? 


1.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입장권 이외에 익스프레스 티켓을 별도로 판매하는데요. 익스프레스 티켓이 있으면 2시간 이상 기다릴 필요 없이 별도 입구로 들어가서 놀이기구를 탈 수 있답니다. 미국/싱가포르 등 다른 지역은 익스프레스 티켓의 가격 차이가 성수기/비수기 정도로 구분되지만, 일본은 무려 3단계로 구분돼서 가격 차이가 2~3배가 됩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는 3 레벨로 제일 쌀 때보다 3배 가까운 가격인 12만 원가량이었어요.)
2. 다른 지역의 익스프레스 티켓은 대부분의 놀이기구를 1차례씩 탈 수 있는데요. 일본은 티켓 종류별로 3개~7개만 선택할 수 있는 티켓을 따로 판매합니다.
3. USJ는 VIP 티켓이라는 특이한 티켓을 별도로 판매하는데요. 이 티켓은 입장권과 익스프레스 티켓과는 또 별도로 판매가 됩니다. 이 티켓 구입자에게는 개장시간이 언제인지 전날 밤 알려주고요. 개장시간에 QR코드로 된 티켓 확인을 하지 않아도 입장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이 티켓이 있으면 긴 줄을 안 서고, 개장하자마자 놀이기구를 타러 뛰어갈 수 있어요. 즉, 꼭 타고 싶은 것 1개는 가장 빨리 탈 수 있습니다. 


아무리 비싸더라도 좀 편하게 놀이공원을 즐기고자 익스프레스 티켓을 구입하려고 했는데요. 웬걸, 한 달 전부터 익스프레스 티켓이 매진되었더군요. 그래서 결국 긴 줄을 서서 입장한 유니버설 스튜디오, 열심히 뛰어서 그 유명하다는 ‘해리포터 앤드 더 포비든 저니’라고 하는 어트랙션을 타러 갔는데요. (해리포터 테마파크는 인파가 몰리다 보니 시간별로 입장권을 별도로 받아야 하기도 합니다. – 입장 확약권이라고 하는데 돈을 받지는 않습니다. 이건 아빠들이 사전에 미리 꼭 조사하고 가시길 권합니다.)  


입구에 도착하자 마자 벌써 줄이 이렇게 서있다. 여기서부터 2시간 가량을 서 있어야 한다

이 놀이기구의 인기를 보여주려는지 줄이 끝이 보이질 않더군요. 왜 제가 해외 테마파크 방문이 3재에 해당한다고 하는지 사진만 보셔도 아시겠죠? 여기서 잘못하면 아이들의 분노 게이지가 상승하면서 하루 종일의 테마파크 투어가 피곤해진답니다. 그래서, 준비한 놀이공원 Tip을 전해드립니다. 


놀이공원에 가서 아빠 역할 제대로 하는 법


1. 대기줄이 긴 어트랙션을 탈 때에는 먼저 온 가족이 다 함께 줄을 서고, 앞뒤에 서있는 대기자들이 충분히 우리 가족이 몇 명이고 누군지 인지할 시간 (5분 정도)을 주세요. 그리고, “대기 시간이 길어서 그런데, 아이들이 잠깐 쇼핑하고 와도 되겠나?”라고 양해를 구한 다음, 주변 스토어에서 쇼핑도 하고, 사진도 찍을 수 있도록 하세요. (전 40분 동안 혼자 서 있었습니다.) 단, 양해를 구하지 않고 왔다 갔다 하면 Ugly Korean이 될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대기열이 워낙 길기 때문에 여기선 우리나라 놀이공원처럼 아빠, 엄마가 교대로 줄 서서 아이들을 새치기시키는 편법이 안 통하니까 가능한 방법입니다.
2. 아빠는 멀리서도 찾을 수 있는 모자나 옷을 걸치도록 합니다. 위에서처럼 아빠가 대기줄에 서있는데 서로 찾지 못하면 미아보호소에서 만날 수 있어요. 아빠와 엄마가 반드시 아이들을 인솔하고, 아빠와 엄마는 서로 금세 찾을 수 있는 복장을 갖추시는 게 좋습니다.
3. 테마파크 지도는 미리미리 인지하고 가시는 건 기본, 특히, 식당과 화장실 위치는 반드시 확인하세요. 특히 여자화장실의 대기줄은 상상을 초월하므로, 아이들 화장실은 아빠가 같이 데리고 가는 것도 방법입니다. 난생처음 가보는 놀이공원이라면, 어떤 것부터 탈 것인지 미리 순서를 정해야지, 잘못하면 2~3개 밖에 놀이기구도 타지 못하고, 고생은 고생대로 하게 됩니다.
4. 가장 중요한 건 결국 사진, 인터넷을 뒤져보면 사진 찍는 법이 많이 나옵니다. 사진 예쁘게 찍는 법은 저도 숙맥이지만 조금만 봐도 훨씬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어요. 그리고, 많은 인파 때문에 아이들이 짜증을 낼 수 있는데, 아이들이 자기가 원하는 사진도 찍을 수 있게 본인 휴대폰을 가져가도록 해주면, 긴 대기시간과 피로를 자기들끼리 이겨낼 수 있습니다.
할로윈 시즌이다 보니 여기저기에 사진 찍을 곳은 넘쳐나는 곳이 USJ
5. 테마파크에서 아이들이 원하는 것 하나는 꼭 사줄 수 있는 비상금을 챙겨가세요. 에버랜드 갈 때마다 무언가 하나씩 사주는 건 쉽지 않죠. 엄마들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평생에 몇 번 없을 아빠와 가는 해외 테마파크 여행에서는 기념이 될만한 조금 지출이 있더라도 좋은 장난감이나 기념품은 사주시는 게 100점 아빠가 되는 길입니다. (제 경험상 1주일 정도는 약빨이 유지가 됩니다.) 
해리포터 마을에 가면, 등장인물들이 사용하는 마법 지팡이를 팔아요. 이 지팡이가 있어야만 할 수 있는 체험도 있음


아빠가 아이들보다 먼저 지치거나 짜증되면 말짱 도루묵~!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식사 시간은 또 다른 차원의 고통입니다. 어른들이라면 그저 길거리 간식을 사 먹으면서도 배를 채울 수 있지만, 아이들은 그렇지 않거든요. 점심시간이 되면 어디나 사람이 2~3시간 동안은 꽉꽉 차게 되거든요. 


USJ안의 햄버거 가게, 이 줄이 실제로는 레스토랑 밖까지 길게 이어진다.


심지어는 그뿐만이 아닙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인기 있는 상점은 상점 입구에도 기다란 줄이 생깁니다. 미니언즈 파크의 상점은 상점 밖으로도 긴 줄이 있는 데다, 들어가서는 인파 때문에 발 디딜 틈조차 없었습니다.

   

미니언즈 파크 입구 오른쪽의 줄은 놀이기구를 타기 위한 줄이 아닙니다. 상점 입구 대기열이에요

 이런 상태에서라면 아무리 체력 좋고 인내심 있는 아빠와 아이들이라도 지칠 수 밖에는 없을 겁니다. 그리고, 익스프레스 티켓을 구매하지 않았다면 열심히 줄을 서 있어도 3~4개 정도의 놀이기구 밖에 탈 수 없어요. 거기에다 몸은 지치고, 돈은 돈대로 쓰고, 아이들은 짜증내기 시작하고, 엄마는 ‘당신이 좀 어떻게 해봐’라는 눈빛을 보내기 시작하면, 아빠의 멘탈은 버티기 힘들어요. 준비하느라 힘들었는데, 여기서 혹시나 아빠까지 짜증을 내면, 여행 전체가 엉망이 되어버릴 거예요. 그럴 때, 제가 뭐라고 말씀드렸죠? 아빠가 즐기는 여행이 되어야, 힘이 난다고 말씀드렸죠? 그럴 때 아빠에게 필요한 것은 ‘충분한 자기 보상’입니다


 예를 들자면 

1) USJ에서 내가 좋아하는 놀이기구 하나는 혼자 타고 오겠다. (플라잉 다이너소어 정도면 딱 좋죠) 그동안은 엄마가 책임져주고, 대신 엄마도 타고 싶은 거 하나 타고 오기. 

2) 일본은 취미생활을 위한 최고의 쇼핑센터, 닌텐도 스위치 게임기라거나, 건담 프라모델 등을 구입해보세요. 

3) 여행이 끝나고 즐거웠다면, 아빠에게 하루의 자유시간 주기 등의 보상을 미리 약속받으세요. (대신 여행기간 내내 노예생활을 할지라도 말이죠 – 표현이 좀 그런가요?) 


‘충분한 자기보상’만 약속된다면 아빠라는 동물은 무한한 에너지를 발휘할 수 있답니다. (저만 그런 건가요?) 오늘의 내용의 핵심은 이거라고 할 수 있죠.


다행히도 오늘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친 아빠, 아이들도 신났고 아빠도 아직 살아있다.


자, 다시 한 번 정리해 볼까요? 해외 테마파크 여행은 웬만하면 피하고, 정 가야 한다면 아빠도 즐길 수 있는 '충분한 자기보상'을 준비하라는 겁니다. 그리고, 거기서는 아이들에게 통 큰 아빠가 되세요. 그럼 다음 시간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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