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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y May 04. 2018

아빠, 제주도 가요.

제주도는 아빠 혼자서 여행하기도 참 좋은 곳이랍니다

제주도에 많고 많은게 돌이고 바람이고, 그렇다는 얘기는 자주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제주도엔 얼마전까지 중국 사람이 돌보다도 많아졌다는 이야기가 있을만큼 시끌벅적했죠.

그러다 중국 여행객들이 없어졌다는 소식과 함께 제주도엔 모처럼 한국 관광객들이 많아지는 이상(?) 호황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만큼 제주는 한국 사람들에겐 어쩌면 만만(?)한 관광지이면서도, 한 번쯤은 다시 찾고 싶은 관광지기도 합니다. 그래선지 지금까지 평생을 두고 제주도는 10번 정도 왔던 거 같아요. 흥미로운 건 올 때마다 새로운 사람과 같이 왔다는 것일 거에요. 2010년도에 제주에 왔을 때는 첫째와 함께, 이번 여행엔 둘째가 함께 했으니 말입니다. 새로운 사람과 함께라면 더 새로운 제주, 같이 둘러볼까요? 




아빠에겐만 가혹했던 저주받은 여행지, 제주


지난 겨울, 친구와 떠난 제주 올레길에 놓여진 감귤. 이 때는 너무 많이 걸어서 종아리 부상을 당했다.


1993년, 여행을 좋아했던 대학교 1학년이었던 저는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제주를 찾았습니다. 인천에서 출발해서 제주까지 향하는 여객선을 몇 시간을 탔던지 기억은 안나지만, 배에서 내렸을 때 걸어다닐 힘조차 없었던 기억이 납니다. 배멀미가 무척 심해서, 갑판에서 갈매기에게 새우깡 주기 이런 건 할 엄두도 못냈거든요. (얼마나 토했는지 죽을 거 같았어요)


시내버스를 타고 제주도를 일주하기 시작했는데, 돈도 많지 않은 대학생들은 모슬포 해변에 텐트를 치고 잠을 청했습니다. 그런데, 왠일 태풍이 제주도를 밤새 제주도를 덮쳤고, 텐트에서 잠자던채로 파도에 휩쓸렸죠. 마을 주민분들이 구해주지 않았으면, 지금도 여러분이 제주도를 방문할 때마다 꿈에 나오는 원귀가 되었을지도 몰라요. 텐트도 먹을 것도 잃어버려서 라면 부스러기를 먹으며, 남은 제주 여행을 마무리했던 아픈 기억이 있네요.


그리고, 몇년 후에 제주의 아픈 기억을 잊기 위해 한라산 등정을 계획하며(나름 여행동아리 회장으로 백두대간을 일주한 경험도 가지고 있어서 자신 있었어요), 다시 여행길에 올랐습니다. 아, 다시 태풍이 또 왔습니다. 그것도 초가을에 말이죠. 그 뒤로도 제주는 제가 방문할 때마다 태풍이 앞길을 가로막았습니다. 그래서, 태풍 시즌에는 제주를 찾지 않겠다 마음을 먹었는데, 왠걸요... 제주는 제가 방문할 때마다 비가 옵니다.


첫째 아이와 함께 제주도를 방문했던 때도 비가 왔습니다. 그리고, 이번 제주 여행길도 비가 왔습니다. 아마, 전생에 제가 제주도에서 뭔가 착취해서 사리를 도모하던 탐관오리였던 모양입니다. (그게 아니면 도대체 제주도는 나한테 왜 이러는 걸까요?) 다행히, 우리 아이들이 착한 일을 많이 해서인지는 몰라도 계속 비가 오진 않았던게 다행이긴 하네요.



난생 처음 타 본 저가항공, 진작에 탔어야 했지만...

비행기 탈 때마다 긴장하는 첫째, 여유만만한 둘째 (뭐가 바뀌어도 한참 바뀌었다)

여행 계획을 세울 때 가장 중요한 1순위 고려사항은 뭐라해도 '안전'입니다. 그런 이유로 '나는 국적기가 아니면 절대 타지 않겠다'는 와이프의 고집은 지금까지 꺾인 적이 없습니다. 물론, 그 이유는 저가 항공사나 다른 항공사는 안전을 믿을 수가 없다는 거였죠. 지금까지의 항공사고 통계를 들어 설득을 하려고 해도, 제주도 여행조차 저가항공은 타지 않겠다고 아내는 고집을 피웠습니다. 이걸 놓고 투닥거리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항공권과 숙박 패키지를 아내에게 직접 예약해보라 했습니다. 본인이 직접 금액 비교를 해봐야 그 차이를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물론 작전은 성공, 난생 처음 저가항공을 탈 수 있었습니다. 


저가항공의 단점이라면 물을 제외한 거의 모든 먹을 것에 별도 요금을 내야하고, 담요나 헤드셋 같은 편의가 제한적이라는 점일 뿐... 저처럼 비행기에서 잠만 자는 사람에겐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더구나 제주-김포간 짧은 노선은 저가항공이 합리적인 선택이죠. 요즘은 저가항공사들이 동남아와 대만, 호주까지 저렴한 비용으로 운행하고 있어서 선택의 폭도 넓어졌습니다. 진즉에 저가항공을 이용했어야 했는데, 다음부턴 항공권 예약은 아내에게 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볼 것, 할 것 많은 제주... 아이들은 어딜 가도 재미있어요. (아빠는 싫다.)


제주도의 가장 큰 장점은 어딜 가나 푸른 풍경과 바다를 마주할 수 있다는 거에요. 그래서인지, 어디서나 사진을 찍어도 작품이 나오는 멋진 곳이 바로 제주입니다. 물론 제주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담고 싶었지만, 뭐, 아빠가 제주에 오는 날은 늘 날씨가 좋지 않으니까... ㅠㅠ (여행 내내 파란 하늘을 본 적이 없었어요)

우도 앞바다, 물에 들어가는 걸 말리지 못한 아빠는 ㅠㅠ (옷을 안가져왔다고~!)


제주도는 최근 몇년 사이에 관광지 개발 투자가 엄청나게 늘어나면서 볼 거리와 액티비티로 참여할 수 있는 것들이 엄청나게 늘어났습니다. 유치원에서 초등학생까지는 다양한 체험들을 해볼 수 있는데요. 박물관, 수족관부터 카트 레이싱까지 경제적인 여유만 있다면 할 것이 너무 많습니다. (돈이 없는게 문제죠) 


한화 제주 아쿠아플라넷에서는 해양생물도 만나고, 수중 뮤지컬을 즐길 수 있어요. (주말엔 주차하기 힘들어요 ㅠㅠ)


유리로 직접 목걸이나 열쇠고리를 만드는 체험도 할 수 있어요 (만들고는 쳐다도 안보는데 비싸요 ㅠㅠ)


둘째가 너무 재미있다며 카트를 2번 탔어요. (폭주족 딸내미, 아빠는 손이 저려 죽겠는데.. ㅠㅠ)



제주 미로공원 메이즈랜드, 엄마팀을 이긴 아빠팀..  (엄마를 가둬놓고 왔어야 하는건데...)


올레길을 걸을 때, 아빠에겐 더 멋진 제주입니다.


제주 관광환경이 매우 좋아지기는 했지만, 물가도 다소 높은 편이며 조금 유명한 곳이라면 손님이 몰려서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거나 주차공간이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제주도는 주말/휴일보다는 평일에 휴가를 내서 찾는 편이 여유롭게 제주를 즐길 수 있습니다. 항공료나 도로 정체 등으로 보내는 시간을 계산하면, 연차를 사용하는 편이 더 효과적이라는 얘기죠.


제주도 맛집이라고 소문난 곳은 기본 대기 시간 30분은 생각해야... (안 보여서 그렇지 주변도로에 차가 한가득)


우도는 역시 멋집니다. 다만, 도로를 가득 메운 전기스쿠터들 때문에 짜증이 났지만요.


제주도가 아빠들에게 좋은 점은 해변 도로를 드라이브할 수 있다는 겁니다. 물론, 어딜가나 제한속도 60km라서 속도를 내볼 수는 없지만요. 아이들에게 아빠는 좋은 풍경을 봐도 감흥이 없는 딱딱한 이미지만 보여줬다면, 가끔은 감성에 푹 빠진 아빠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것도 해안가 드라이브와 좋은 음악입니다. 팁을 하나 드리면, 제주도 가실 때는 포터블 블루투스 스피커를 가지고 가시면 좋아요. 아이들과 산책하면서, 올레길을 걸으면서 가방에 매달아 놓은 스피커에 들려나오는 음악은 여행의 풍미를 높여준답니다. (물론, 시끄러운 음악을 틀고 다니면 민폐니까 그런 건 하지 마세요)


그리고, 아빠들에게 드리는 가장 중요한 팁 하나는 제주도는 올레길을 걸어야 진면목을 마주할 수 있다는 겁니다. 제주 올레길은 사시사철 다른 풍경을 보여주는 26개의 코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도, 서귀포와 제주시를 주변으로 뻗은 올레길은 봄~가을까지 다채로운 모습으로 편안히 산책하기 좋습니다. (제주올레 홈페이지에 접속하시면, 올레길별로 해발 고도를 바탕으로 트래킹 난이도를 안내해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혼자서 생각할 일이 많을 때, 제주 올레길을 걷곤 합니다. 그렇지만, 겨울에는 제주 올레길을 가급적 피하시는 편이 좋아요. 트래킹하는 관광객 수가 거의 없어서, 늦은 시간에는 올레길에 사람이 없어 을씨년스럽습니다. 왠 여성분이 올레길에서 저를 마주치고는 뛰어서 도망치는 사고(?)를 겪기도 했었습니다.

겨울의 제주 풍경, 흐리고 잔잔해 보이지만 싫은 비바람이 몰아치고 있어요.



아이들에게도 훌륭하지만, 아빠에게도 멋진 제주, 중국인들이 몰려오기 전에 다시 한 번 찾아보세요.




아빠들을 위한 소소한 Tip 몇가지

1. 제주공항에서 바로 렌트카를 가져갈 수 없고, 렌트카 회사까지 셔틀을 타고 가야 합니다. 가급적 공항에서 가까운 곳에서 렌트를 받으시는게 좋습니다. (대기시간이 생각보다 길어요)

2. 렌트카 관련 분쟁이 최근에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하니, 차량을 인수하실 때 외관 사진을 반드시 찍어두세요.

3. 제주시에서 숙박하는 경우에는 저녁 늦은 시간이 되면, 동문시장에서 고등어부터 다양한 횟감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습니다. (초콜렛이나 기념품도 동문시장에서 사시는게 공항이나 이마트보다 저렴합니다)

4. 서귀포 월드컵 경기장 주변에서 숙박하는 경우, 이마트와 맥도날드를 중심으로 이용하시면 편리합니다. 

5. 아빠 혼자 올레길을 걸어보겠다 하시는 분들은 제주 시외버스 터미널 주변에 숙소를 잡으세요. 저렴한데다 다리가 아파서 도저히 못걷겠다 하면, 언제든 버스를 타고 돌아오시기 편합니다. (제가 그랬음)

6. 제주에는 비가 올 때만 만들어지는 '엉또폭포'가 있습니다. 비가 왠만큼 와서는 폭포를 볼 수 없으니 유의하세요. (시간당 70mm 이상은 와야하고, 집중호우 수준은 되어야... 저는 헛걸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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