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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y May 05. 2019

필요할 것 같지만, 안사도 되는 것

독거중년의 슬기로운 싱글라이프

무라카미 하루키는 생각지 못한 일이 일어나서, 생각지 못한 사람이, 생각지 못한 방식으로 죽게 되는 소설을 쓰고 싶다고 했다. 누군가에게나 일어날 수 있지만, 전혀 상상조차 안되는 우연과 개연성 없는 사건 전개가 오히려 하루키의 소설의 백미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다 사회 초년생으로 독거 생활을 시작하기도 하고, 나처럼 중년의 나이에 갑자기 독거 생활에 던져지게 되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독거생활을 갑자기 시작하게 되면 커다란 혼란에 빠지기 마련이다. 

집은 어디에 구해야 할런지 갈피를 못잡겠고, 그냥 어디서나 구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던 침대 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독립을 시작한 청년이라면, 부모님 집에 얹혀살았던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었는지, 집에서 뛰쳐나온 중년 남성이라면 혼수값이 만만치 않았을 아내를 생각하게 될 것이다.


오늘은 독거 생활을 시작하면서, 쇼핑리스트를 작성할 분들을 위한 조언을 드리겠다.

(아, 독거 생활하니까 왠지 불쌍해 보인다. '싱글라이프'라는 용어가 더 멋드러지니 그걸로 통일하자)


싱글라이프에서 불필요한 물건 구매는 '지저분해지는 생활공간'을 의미한다. 사용하지도 않을 물건은 1~2년 단위로 주거 공간을 옮기는(평균적으로 그렇다) 우리에게는 추가적인 비용이며, 수납공간이 많지 않으니 스트레스가 될 공산이 크다. 엄청 필요할 것 같았지만, 정작은 불필요한 물건들은 무엇있지 쇼핑리스트 다이어트에 도전해보자.


1. 밥솥을 살 돈으로 좋은 전자렌지를 사자.


좋은 밥솥을 사자는게 아니다. 밥솥을 사지 말자는 얘기다. (출처: MBC)

      

    혼자 살면서 밥을 챙겨먹는게 쉬운 일은 절대 아니지만, 여러분이 내 상상과는 달리 아주 살뜰하게 직접 밥도 하고, 반찬도 만들어 먹는 스타일이라고 해보자. (물론, 나는 여러분의 상상과 달리 혼자서 이래저래 요리를 즐겨하는 스타일이다.)


  10kg 백미로는 100인분 이상의 쌀밥을 조리할 수 있고, 평균 1식 정도만을 집에서 챙겨먹는다고 하면 시중 저렴한 전기밥솥이 10만원대인 걸 감안하면(10만원 중반을 넘어가는 전기밥솥을 독신이 구매하는 건 낭비다), 3년 기준으로 한 끼 밥 값은 300원 정도가 든다. 보통 210g 즉석밥(보통 햇반이라고 부르지만..)의 가격은 인터넷 최저가로 600원 정도가 든다. 즉석밥을 해먹는 것보다 밥솥이 훨씬 더 경제적인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밥솥을 사지 말라는데는 이유가 있다. 


  첫째, 밥솥의 부피다. 오피스텔이나 원룸, 작은 평수의 아파트는 구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주방의 크기는 생각보다 넓지 않다. 뒤뚱거리는 생김새는 자그마한 주방을 더욱 좁아보이게 한다.

 둘째, 밥은 한 번에 2~3끼 분량을 하게 된다. 남는 밥은 당연히 보온상태로 유지되게 되는데, 이 묵은 밥을 2~3일간 유지한다고 생각해 보자. 전기밥솥은 그 기간동안 전기를 아주 열심히 소비한다. 통계에 따르면 가정 월평균 전기 사용량의 25%를 차지하는게 밥솥이고, 7시간 이상 보온을 하게 되면 밥을 새로 짓는 것과 동일한 전력을 소모한다. (팁을 하나 알려준다면, 그냥 보온 기능을 꺼놨다가 '보온 재가열'하는게 전기세를 낮추는데 도움이 된다.)

 셋째, 밥솥의 내구성이다. 무슨 내열 밥솥과 특수 코팅 광고를 엄청 해대지만, 밥솥은 소모품이다. 재수가 좋으면 10년 넘게 사용을 잘하겠지만, 2~3년내 내솥의 코팅이 벗겨져 애물단지가 되는 경우도 많다.


결정적으로 밥을 여러분이 얼마나 열심히 해먹겠는가? 싱글라이프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자신에 대한 무한한 신뢰라는 걸 여러분들을 알게 될 것이다.


그 보다는 좋은 전자렌지를 구매리스트에 추가할 것을 권하고 싶다. 왜냐? 찌고 삶는 요리보다는 앞으로 여러분은 전자렌지와 에어후라이어와 친하게 지내게 될테니까 말이다.


좋은 전자렌지에는 몇가지 조건이 있다.


가. 쓸데 없는 조리 코스 기능 따위 없어도 좋지만, 내부 크기는 커야한다.

   - 내부 크기의 기준은 냉동 피자 레귤러 1판이 들어가고도 충분한 여유가 있으면 된다.

나. 내부 청소가 간편해야 한다.

   - 여러분들이 전자렌지 내부에 얼마나 많은 대폭발을 일으킬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

     기름 요리에 랩을 두르고 강 2분만 돌려보라. 전자렌지 내부는 개판이 된다.  

     내부 청소가 간편하도록 마감이 잘 되어 있는 제품이 좋다.

나. 다이얼 방식보다는 간편 버튼 방식이 좋다.

   - 다이얼 방식은 오래 사용하면 헐거워져서 시간 조절이 어렵다.

      간편 버튼방식은 시작 버튼만 누르면 30초조리가 시작되니 편리하기도 하다.



2. 고급스런 청소기를 사고 싶겠지만, 현실은 차이슨? 차이슨은 빼자.


  다들 나만의 집이 생기면 청소도 열심히 할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아마 몇 달만 지나면 '옷걸이'를 왜 샀나 싶어질 것이다. 왜냐하면 빨래건조대에 옷을 널었다가, 출근할 때 거기서 옷과 양말을 꺼낸다. 빨래하고 건조대에 널었다가, 개어놓는 개념조차 없이 사는 싱글들이 부지기수다. 그런데도, 다들 청소기의 로망은 다이X을 사고 싶어하고, 돈이 부족하면 짝퉁인 차이슨이라도 사고 싶어한다. 보통 이런 걸 다이어트를 하고 싶긴 하니까, 비싼 약을 사놓고 폭식을 하는 것에 비유하고 싶다. 자기 자신에 대해 절대 과신하지 말자, 비싸고 좋은 청소기를 사둔 다고 자주 청소하게 되지도 않는다.

차이슨이 좋다고 그 난리지만, 나한테는 절대 아니었다. (특정제품과 관련없음)

  


 가. 청소기에서 차이슨은 무조건 빼자. 흡입력, 청소능력 어느 하나 검증된 게 없는 제품이다.

  - 실제 2종류 이상의 차이슨을 구매해서 사용해 봤지만, 차라리 빗자루를 드는게 낫다.

  - 청소기 구매를 위해서 검색을 해보면 꽤 괜찮은 흡입력이라는 비교분석이 있는데,

     절대 신뢰하지 말 것을 권하고 싶다.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계기가 차이슨 때문이다.)

  나. 청소기는 객관적인 지표를 확인할 수 있는 제품으로 확인하고 구입하자.

   - 한국소비자원 자료에 따르면 7~80만원대가 아니더라도 1~20만원대에서 좋은 제품도 많다.

   - 주변 지인들이 사용하고 있는 청소기, 매장내 전시된 청소기를 직접 사용해보고 구매하자.

     (개인적으로는 테X 360 브랜드 청소기가 가성비가 제일 좋은 제품이더라)


 

3. 매트리스는 좋은 걸 사야한다는 불필요한 강박

과학적인 침대가 좋긴 하겠지만, 그러다 호구가 되기에도 참 좋습니다. (출처 : tvcf)

  '침대는 과학이다'라는 카피 덕분인지 매트리스가 비싸면 좋아보인다. (참고로 나는 침대가 아닌 토퍼 매트리스만 깔고 잠을 잔다) 특히, 매트리스는 슈퍼싱글 사이즈라도 유명 브랜드는 기백만원을 손쉽게 넘어아고, 저렴한 중소브랜드도 10만원은 가볍게 넘어간다. 왠만한 건 30만원대라고 보면 된다. 포켓스프링과 라텍스 패드, 여러 옵션들이 정말 효과가 있을까?




  가. 15만원에 저렴한 중소 브랜드의 침대와 매트리스를 구매했다. 매트리스를 구매하면 침대 프레임을 끼워주는 방식이었는데, 역시 싸구려 프레임이 배달되어 왔다. 새가구 냄새가 나는 걸 보니 표준등급 이하의 잡목 합판으로 만든 E2 등급 이하 제품이다. 이 냄새를 없애느라 1달을 고생을 했지만, 매트리스는 생각보다 단단하면서도, 허리를 잘 받쳐줘서 무리가 없었다.


  나. 70~100만원대의 에이스침대를 슈퍼 싱글로 구매해봤다.  좋은 자재를 썼는지 냄새도 안나고, 비싼 값을 하더라. 그런데, 그 좋다던 매트리스가 저렴이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 좋은 침대에서 자고 났으니, 개운할 거라는 플라시보 효과가 있을 법도 한데 그런 것조차 없다. 


 결론 : 결국 좋은 침대를 사는 것보다는 좋은 토퍼 매트리스와 좋은 베개를 사는 것이 잠자리에 더욱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단단한 하드 타입의 매트리스를 선호하는 부분들이라면 매트리스는 저렴한 것을 구매하고, 좋은 자재로 만든 프레임을 사는 걸 권하고 싶다. 매트리스만 따로 구입해서 인테리어를 꾸미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음 편에는 싱글라이프에 필요한 물건들을 골라서 구매하는 팁을 하나씩 알려드리겠다.

(다음편은 TV 구매 가이드가 좋을 것 같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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