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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백 Jul 21. 2017

45일의 DIY, 더하기 1년

10. before & after

2016년 여름, 연남동 공원길에서 멀지 않는 골목에 있는 13평 원룸을 계약했다. 두 달동안 20곳이 넘는 집들을 보러다닌 끝에 발견한 집이었는데 창이 크고 채광이 좋고 벽이 없는 탁 트인 구조가 마음에 들어 당일날 바로 계약했다. 이후 회사를 다니며 한달 반 동안 400만원의 예산을 가지고 셀프인테리어를 시작했다. 




1. 전면

채광이 좋아 집에 있을 때 주로 머무르는 곳이다. 5~6시 사이에 햇볕이 예쁘게 들어온다. 창문 밖에는 화분을 놓을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식물을 기르기 좋다. 창문 오른쪽에는 침대를, 왼쪽에는 2인용 소파를 놓았다. 


최근에는 행잉플랜트에 관심이 생겨 여러 종류의 식물들을 새로 들여놓았다. 





2. 자는 곳

바닥 전체에 콘크리트를 시공했는데 침대는 콘크리트 위에 놓기 좀 께름칙해서 침대 쪽에만 5평 정도 원목마루를 깔았다. 침대는 화이트오크 원목으로 상판이 살짝 기울어져 자기 전 등을 기대고 책을 읽기 좋다. 


천장에 달려 있던 형광등을 떼어내고 긴 전선과 소켓을 연결했다. 전선을 고리에 걸고 길게 늘어뜨려 침대 위 적당한 높이에 고정시켰다. 전선, 소켓, 에디슨 전구까지 합해 1.5만원 정도의 예산이 들었는데 비싼 조명은 아니지만 공간과 잘 어울리는 것 같아 만족스럽다.


침대 옆 협탁에는 작은 크기의 아로마 디퓨저를 놓았다. 자기 전 틀어놓으면 좋은 향이 공기 중에 퍼져서 기분좋게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다.





3. 쉬는 곳

바닥에 러그를 깔고 2인용 리클라이너 소파를 놓았다. 베이지 컬러와 고민하다 평소 좋아하던 네이비 색상의 소파를 구매했다. 전등갓과 스탠드는 이케아에서 샀는데 조명의 높이를 조절할 수 있어 무드등과 독서등 두 가지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4. 일하는 곳

평소 이것저것 펼쳐놓고 일할 수 있는 긴 테이블에 대한 로망이 있어 1750사이즈의 식탁테이블을 구매했다. 주방과 소파 중간에 있어서 이곳에서 일도 하고 친구들과 음식을 해먹기도 한다. 소파와 테이블 사이에 책장을 놓아 일하는 공간과 쉬는 공간을 분리하였다.






5. 현관 및 옷장

원래 있던 신발장과 선반 대신 이케아의 신발장을 들여놓았다. 외출하거나 집에 들어올 때 지갑이나 차키 같은 소지품을 위에 올려 놓을 수 있어 좋다.


옷이 많지 않고 공간도 크지 않아서 큰 옷장을 놓기는 부담스러웠다. 인터넷에서 낮은 높이의 옷장을 찾아봤는데 원하는 형태의 옷장이 없어서 직접 만들어보았다. 



현관 뒤편의 벽 사이즈에 맞춰 제작하였다. 950mm정도의 높이로 시야를 가리지 않는 장점이 있다. 화장대로 쓰기에는 좀 높은 편인데 바스툴과 함께 사용하니 높이가 적당하다.








6. 주방

기존의 어두운 색상의 싱크대에 필드스톤 컬러 페인트를 입혔다. 하필 바닥 콘크리트도 그레이 색상이라 바닥과 확실히 구별되면서도 밝은 그레이를 찾느라 많은 고민을 했다. 결과적으로 선택한 필드스톤은 만족스럽다. 1갤론을 구매했는데 사용하고 남은 페인트로 욕실문과 창고문도 바르는 등 요긴하게 잘 사용했다.


투박한 모습의 손잡이도 떼어내고 심플한 손잡이를 달아주었다.


주방에 있던 형광등을 떼어내고 레일을 달아 스팟 조명을 설치했다.


기존에 있던 큰 냉장고를 반납하고 싱크대 높이에 맞는 냉장고를 새로 샀다.


바닥 공사하고 남은 원목 마루를 활용해서 창 틀에 나무 선반을 만들었다. 





7. 욕실 (화장실)

욕실은 사용하는데 불편한 부분이 없었고 예산도 많이 초과될 것 같아 원하는 위치에 수건걸이와 거울을 달고 욕실 이곳 저곳에 식물들을 놓는 정도로 인테리어를 마무리했다.




계획보다 보름정도 늦게 이사를 했다. 2016년 여름, 한달 안에 끝낸다는 목표로 공사를 시작했지만 더운날씨, 게으름, 바빠진 회사일, 그 밖의 여러가지 이유들이 겹쳐 늦어지고 말았다. 이사하고 한 달 안에는 사진들을 정리해서 이곳에 올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일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카메라에 노트북에 흩어진 사진들을 긁어 모으고 있다. 그동안 생각을 안했던 것은 아니지만 어쩐지 손이 가지 않았다.


긴 시간동안 나의 게으름을 탓해왔지만 생각해보면 더 중요한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한달안에 바짝 끝낸 인테리어는 막상 살아보니 불편하고 아쉬운 부분이 눈에 계속 들어왔다. 주워 온 의자가 테이블과 어울리지 않는 것 같고, 욕실은 횡하고, 애지중지 기르던 식물이 갑자기 죽기도 했다. 한 달 안에 끝을 보려는 결심과는 달리 내 공간을 만드는 일은 시간이 필요한 일이었다. 


추위가 물러날 조짐이 보인다. 그동안 눈 여겨 봐두었던 식물들도 하나 둘 집 안에 들여놓고 있다. 최근 선물받은 행잉플랜트가 좋아보여 립살리스도 몇가지 사왔다이 중 볕을 좋아하는 식물은 창가에 습기를 좋아하는 식물은 욕실에 걸어놓았는데 일 년 살았던 공간이 또 새롭게 느껴진다. 글을 쓰고 정리하며 느낀것은 더이상 손댈 곳 없는 완성된 공간은 없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나의 관심이 변하면 내가 머무는 공간도 변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공간에 어울리는 동사는 '완성한다' 혹은 '끝내다'가 아닌 '가꾸다'라는 걸 새롭게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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