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매일매일성장통 Dec 04. 2017

결혼을 해야 이해가 되는 것들

-결혼, 해보기 전엔 결코 알 수 없는(2)-

요즘 내가 즐겨보는 드라마가 하나 있다.

바로 '이번생은 처음이라'.


드라마를 워낙에 좋아하긴 하지만,

좋아하는 것에는 이상하게 기준치가 높아서인지

마음에 드는 드라마를 발견하기가 참 어렵다.


보통은 좋아하는 작가를 쫓아 드라마를 보거나

제법 흥미를 끄는 시놉시스를 갖고 있는

드라마를 찾은 뒤,

한두편 보고 난 뒤에 계속 이 드라마를 즐겨 볼지

자연스럽게 멀어질지는 마음가는데로 하곤 한다.


드라마야말로 내 즐거움을 위한 것이기에

내 마음이 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사실 이 드라마 예고편을 처음 보았을땐

흔한 스토리의 로맨스 드라마라 생각했다.

요즘 거의 모든 드라마에 등장하는

흙수저 청춘들의 고군분투와

처음은 세입자 혹은 원수 혹은 이상한 사람으로 시작하지만

끝은 달콤한 사랑으로 끝나는 뭐 그런이야기 말이다.


그런데 이 드라마, 우연한 기회에 보기 시작해

한 해 한 해 거듭갈수록

이상하게 마음을 쏟게 된다.


결혼은 싫고, 연애만 즐기겠다는 한 친구와

오랜 연애끝에 결혼이 너무나 하고싶은 한 친구.

그리고 진실한 사랑을 꿈꾸었으나

현실이 너무 버거워 모태솔로로 남겨진채

자신이 거주할 곳을 위해 결혼을 선택하는 주인공.


각기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들이지만

현실속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캐릭터이기에

그리고 공감가는 대사들이 나오기에

아마 내가 드라마를 썼다면

이렇게 쓰지 않았을까 하며 보게 된다.




빨간 옷을 즐겨 입던 여자가 있었다.

새빨간 옷에 화려한 장신구,

그렇게 군중 속에 튀는 존재인게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게 즐거움이었던 여자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옷장 속에 온통 회색, 검정색 등

어느 옷에도 쉽게 받쳐입을 수 있으며

사람들 속에 쉽게 섞을 수 있는 옷을

찾게 되었다.


그냥 그렇게 사람들 속에 섞이고 싶었다.

남들 하는데로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그렇게 적당히 욕도 하고, 신세한탄도 하면서

그렇게 친구들 속에 섞이고 싶었다.


어느 순간 결혼을 한 친구들을 만나는 것이 버거워졌다.

결혼을 한 친구들의 관심사가 전혀 달라져 버렸다는 것이

더 이상 내가 낄 자리가 없다는 것이

이상하게 그들의 투정이, 그들의 신세한탄마저

부러워졌다.


그렇게 그렇게 소속감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기에.



문득 결혼 전 모습들이 떠올랐다.


나는 결혼이 사실 많이 무서웠다.

가지 않은 길이기에 강렬한 호기심이 있었지만

그 못지 않게 두려움이 컸다.


섣불리 가기에는 사회적 개인적 파장이 너무 큰

가지 않은 길이었다.


그러나 결혼을 한 친구들이 명절을 두려워 하듯

나 역시 명절을 피하기 위한 대피처를

해가 바뀌자 마자 정하곤 하였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려야


' 우리 딸 어디 여행갔어. 좋지 뭐, 그렇게 여행다니면서"

라고 엄마가 말할거리라도 만들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나이가 먹어가면서 점점 만날 사람들이 없어지고,

점점 친구들을 보기 힘들어지고,

여행도, 영화도 함께 할 사람들이 없다는 걸

그래서 혼자임에 익숙해져야 하고

외롭다는 감정을 익숙하게 받아들여서

덤덤해져야만 하는데,


그게 잘 안되는 게

그게 고민이었던 것 같다.


분명 빨간 코트를 입었으면 더 멋지고 더 당당하고 싶은데

그러지 말자 하면서도

자꾸 묘하게 이질감을 느끼고,

앞으로 10년 뒤, 20년 뒤에도 내가 한 선택에

당당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끊임없이 흔들리는 

내 자신이

고민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결혼을 하고 어느덧 2년.

하루종일 껌딱지 같이 붙어있는 아이와

결코 편해질 수 없는, '챙겨야 하는' 관계들이

늘어난 지금.


아직은 결혼과 육아라는 새로운 세계에 입문하여

정신을 못차리는 관계로

외롭다는 느낌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느낄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이번생은 처음이라'

에서 이민기는


"결혼이 사랑을 변질시키는 것이라면 결혼을 택하고 싶지 않다"

는 여자의 말에 이렇게 말한다.


"결혼이 사랑을 변질시키게 하는 여러가지 요인을 갖고 있다는 것에 공감하지만,

그래도 나는 법적인 보호자가 되어 무슨일이 생길때 제일 먼저 달려가고 싶어요"


결혼이 내 감정과 내 생각을 오롯히 이해해 줄 누군가를 만나는 일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육아라는 새로운 복병과 함께

서로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로맨틱함은 줄어들지도 모른다.


다만 , 법적인 보호자가 있다는 것이 주는

어떤 안정감과 (최소 매일 생사를 확인해주는 존재랄까)

정신없는 새로운 생활들로 인해

외로움을 느낄 여유가 없다는 것.

그리고 크고 작은 일들을 함께 해결해야 하기에

알게 모르게 파트너쉽이 증가한다는 것.


어쨌든 분명한건, 결혼이라는 전제를 두고 

어떤 선택을 내리든 본인이 비중을 두고 있는 행복이

어떤 모습인지가 가장 중요한거 같다.


결혼을 했건 안했건, 절대적 행복을 추구할 순 없다.

그 나름의 행복과 불행을 적절히 맛보면서

그렇게 그렇게 시간들이 쌓여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 이 드라마를 보면서

내가 결혼을 하고 진짜 달라졌구나 느낀 점이 딱 하나 있다.


달달한 이민기와 정소민의 키스씬들을 보며

왜 이리 심장이 쿵쾅되고,

왜 이리 풋풋한 설렘이 부러웠는지.


어쩜 이제 풋풋한 로맨스는 다시 오지 못할 일이라 생각이 들어

그렇게 아쉬움과 부러움이 밀려오나보다.


아~ 이래서 그 옛날 소녀소녀한 드라마 <겨울연가>를

일본의 아줌마들이 그토록 열광하며,

욘사마를 만들어냈었구나.

마음 깊이 이해하는 바이다. ^^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