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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일매일성장통 Oct 25. 2019

내가 여행을 가는 이유(1)

-#책리뷰- 여행의 의미, 한번쯤 생각해봄직한 질문-

김영하<여행의이유>

# 이것은 여행책인가? 에세이인가? 


지금으로부터 10여년도 훨씬 전, 첫 유럽여행을 앞두고

내가 제일 먼저 했던 건 유럽여행 책을 산 것이었다. 


제법 두툼한, 각 나라별 볼거리, 먹을거리, 숙소 정보 등이 빼곡하게 적혀있는 

말 그대로 여행 정보 책이었다. 


그 책을 읽고 또 읽고 밑줄까지 치고 난 후에도 

여행가서 혹시나 무얼 잊을까 그 두꺼운 책을 

여행기간 내내 들고 다니곤 했었다. 


그리고 지난 10여년, 인터넷의 급격한 발전때문인지 

여행인구의 급격한 증가가 그 이유일지 

세계 구석구석 여행을 다니는 사람들의 각종 블로그, 홈페이지 등의 기록에서  

각종 여행 정보가 넘쳐나기 시작했고, 


이제는 두툼한 책보다는 스마트 폰 하나만 준비하면 

어떤 나라의 어떤 정보도 쉽게 얻을 수 있게 되었다. 


활자화되어서 나오는 여행책의 각종 정보는 

출판되어 나오는 순간 이미 오래된 정보가 되어 

여행객들을 만족시킬 수 없었고, 


여행책은 이제 단순한 정보제공 그 이상의 목적으로 

무장해야만 했다. 


그래서일까. 

직장을 그만두고 1여년간 세계여행을 떠난 신혼부부 이야기. 

은퇴를 하고 세계여행에 도전한 할머니 이야기. 

아들과 엄마가 함께 떠나는 세계여행. 

어린 아이들과 함께 떠난 세계여행 이야기 등 

독특한 사연을 지닌 여행자들의 이야기가 여행책으로 나오기 시작했고, 


미식여행, 박물관 여행, 성지순례 여행 등 

자신만의 컨셉으로 떠나는 여행이야기도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이 책. 

여행의 경로나 여행지의 정보 

그 어떤 것도 구체적으로 특정화되어 있지 않다. 


오히려 원론적인 질문을 제목부터 던지고 시작한다. 

나에게 여행이란 무슨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나는 과연 왜 여행을 떠나고 또 떠나고. 

떠나고 돌아오는 그 여행은 과연 내 인생에 어떤 파장을 불러오는 것일까. 


어쩌면 나는 진작에 이 질문을 던지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내 인생에서 과연 여행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구하고...

정신없는 여정을 숨가쁘게 살아내면서 

문득 문득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과연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 것일까. '

'내가 원하는 행복은 과연 무엇인 것일까.'


수많은 강연, 수많은 책들이 이런 말을 했다. 

'당신은 과연 심장이 뛰는 일을 하고 있나요?

당신이 가장 심장이 뛸때는 언제인가요?'


사실 아침에 일을 나가며 가슴이 벅차 심장이 뛰었던 적은 없었다. 

오히려 내 심장이 과연 뛸때가 있나 싶을 정도로 

연애도, 일도 자꾸만 심드렁해져갔다. 

나를 채워간다기보다 무의미한 일들로 나를 소진시키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단 하나 무언가 잔뜩 소진되어 다시금 내가 살아갈 기운을 찾고 싶을 때 

나는 자연스레 비행기 티켓을 뒤졌다. 

가고 싶은 여행지를 찾고, 언제일지 모르지만 가게 될 다음 여행지의 계획을 짜면서 

살아갈 이유를, 희망을 찾아 낸 것 같다. 


사 놓은 티켓 출국일이 다가오면 이런 저런 정보들을 모으고 또 모으면서 

심장이 점차 뛰는 걸 느꼈고, 마침내 비행기에 올라 승무원들의 인사를 받을 때면 

새벽 일찍 일어나 잠을 설친것도, 무거운 캐리어를 들고 오느라 피곤했던 것도 

다 잊게 될만큼 에너지가 용솟음치는 걸 느낀다. 

안 먹어도 배안고프고, 안 자도 피곤하지 않은 그것은 

나에게 '여행'이었구나. 


물론 오래 전부터 좋아했던 이 여행을 

직업으로 삼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안 했던 건 아니다. 


그러나 좋아하는 모든 일을 직업화 하지 말라는 선배들의 충고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그토록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어 생계화되면 좋아하는 일이 안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아이들을 무척 좋아해 선생님이 되었다던 한 친구와, 

글쓰는게 좋아 작가가 되었다던 한 친구와, 

연극이 좋아 배우가 되었다던 한 친구가 격하게 공감했던 그 사실. 


좋아하는 일은 좋아하는 일로 하나쯤 남겨두는 게 살아가는 맛이 아닐까. 


결국 '여행'은 

여행 파트너를 만들고 싶어서가 하나의 이유가 되었던 결혼과, 

여행 파트너가 늘어난다는 사실이 또 다른 기쁨이었던 출산 이후에도 

다른 컨셉, 다른 동반자와 함께 아직도 나의 충전소가 되어주고 있다. 


그렇다면 왜? 왜? 난 이토록 무리한 돈과 시간과 체력고갈과 

때로는 동반자와의 깊은 갈등을 불러 일으키기도 하는 이 여행을 이토록 갈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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