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듯 다른 '곤'의 이야기-
그냥 평소에 읽고 싶던 책 두 권이 우연히 눈에 띄었고,
아무 생각 없이 그 책들을
빌려서 가슴에 품고 왔을 뿐이야.
언젠가 읽어야지 했던 책이라 그런지 술술 읽히더라고.
책 두 권을 한 네 다섯시간만에 읽은 거 같아.
그런데 말이야. 분명 어떤 연관성도 없이 꺼내 들은 책인데
이렇게 한 권의 책을 읽은듯한 느낌은 뭐지.
분명 다른 작가의 두 권의 책인데 말이야.
일단 ‘곤’이라는 이름이 겹쳐. 흔치 않은 이름인데 말이야.
<아몬드>의 ‘곤’은 자세히 쳐다봐야 예쁜 아이의 이름이야.
어릴 적 부모를 길에서 잃고, 부모는 부모대로 지옥 같은 삶을 견뎌야 했겠지만
곤 역시 이 곳 저 곳 떠돌면서 겪지 않아야 할 상처들을 가득안고 살아가게 돼.
그러다보니 일부런 센 척, 일부러 강한 척.
단단한 아이언맨 갑옷이 필요한 어린아이가 되어 버린 거지.
무엇보다 견디기 힘든 건 사람들의 편견.
어차피 편견 어린 눈을 피할 수 없다면, 그래 편견대로 살지 뭐.
어차피 그런가 보다 할텐데 .. 이런 인생을 사는 아이야.
그렇지만 <아몬드> 주인공의 눈으로 본 이 아이는 사실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하는 주인공과 달리,
너무나도 많은 걸 느끼는 아이야. 겁도 많고....
그래서 더욱 방어막이 필요했는지도 모르지.
<아몬드>의 ‘곤’이 세상 속에 웅크리고 있는 겁 많은 아이라면
<아가미>의 ‘곤’은 세상의 모든 고통을 이미 다 알고 있는 것처럼,
혹은 그 어떤 고통도 자신의 특별한 몸만큼 어쩔 수 없는 운명인 것처럼
묵묵히 받아들이며 그 어떤 방어막도 치지 않은 채 유유히 강처럼 흘러가는 존재야.
어쩌면 그래서 ‘곤'이라는 이름이 더욱 잘 어울리는 아이일 수도 있지.
<아가미>의 ‘곤’ 역시 부모의 사랑을 온전히 받고 자라지 못했어.
어린 시절 경제적 어려움을 견디지 못했던 아버지의
자살현장에 함께 있기도 했었지.
아가미를 지닌 특수한 몸이었고,
때마침 지나가던 노인과 손자의 도움으로 살아날 수 있었지만
노인의 표현처럼 사랑이 부족해 삐뚤어져 버린 손자의
모진 구박을 그저 당연한 듯 받아들이며
자신의 특수성을 들키지 않기 위해 웅크리고 담담히 살아가는
그런 아이였지.
더 신기한 건,
이 두 인생의 변환점이 되는 부분이
교묘하게 겹친다는 거지.
바로 칼부림이 나는 그 현장.
<아몬드>의 곤은 결국 학교에서 쏟아지던 각종 편견들에 못견뎌
어둠의 세계에 있는, 자신이 이상화 하던 남자에게 찾아가.
자신과 달리 피도 눈물도 없는 감정이 말라버린 이 남자처럼
본인 역시 어떤 감정도 느끼지 않고 살고 싶었던 거지.
그렇지만 그런 사람과 애초에 다를 수 밖에 없던 곤은
위기의 상황을 맞이하고, 그 현장에 <아몬드>의 주인공이 나타나.
주인공은 사실 타인의 고통을 느끼지 못하지만
타인인 곤을 위해 극적 변화를 시도한 거지.
그리고 그렇게 주인공과 곤은
자신의 껍질을 탈피해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게 돼.
선천적 감정 장애를 겪던 주인공도,
환경적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던 곤도
꽁꽁 감고 있던 자신의 한계를 벗어나
번데기가 나비가 되듯 탈피를 겪게 된 거지.
<아가미>의 곤 역시 자신의 선천적 결함이라 치부했던
아가미 달린 몸을 눈이 부시게 아름답다 느끼게 해준
한 여자를 만나게 돼.
묘하게도, 그 여자는 바로 자신을 구해준 손자의 엄마였지.
손자에게 엄마답지 않은 엄마였고,
실제로 허황된 꿈으로 자신의 인생을 똑바로 살지 못했던 여자였지만
그런 여자에게서라도 엄마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이,
자신을 인정해주는 사람에 대한 막연한 목마름이
조금은 해소될 수 있었던 거지도 모르지.
그러나 그 여자는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끝맺어.
그리고 그 곳에 곤이 있게 되고.
곤에게 모질게 대했지만
그래도 곤을 세상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강했던
손자는 곤을 떠나게 하고,
그렇게 곤은 처음으로
자신의 특수성을 감추기 위해 똘똘 웅크려있던
집에서 나와 세상에 던져지게 되지.
물론 사람들이 드문 물가를 떠돌지만
그에게 여자의 죽음과 집으로부터 떠나가게 되는 사건은
이제 더이상 누군가의 그늘에서 꽁꽁 자신을 싸매지 말고
홀로 세상을 맞서든, 세상을 피해가며 살든
선택하는 기회가 된거지.
어때? 묘하게 맞닿아 있는 거 같지 않아?
물론, 두 소설 다 성장소설 구성의 일환으로
소년에서 어른으로 탈피하는 공통된 과정을 겪어나간다고 하지만,
그래도 신체적 결함으로 인한 한계와
그 한계를 넘어서는 극적 사건이
너무나도 묘하게 맞아 떨어져서
어떻게 이 두 권을 아무 생각 없이 뽑아들었을까 싶었어.
무엇보다 정신없이 빨아들이는 두 작가의 어마어마한 흡입력이
두 책의 인물들을 생생하게 살아 움직인다는 점과
주인공들과 주변인물들의 아픈 방황에
어린시절부터 늘 받지 못했던 사랑의 부재가 크다는 점이
읽은 후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는 점이
엄청난 공통점이 있지.
어때?
이왕 읽어보고 싶다면 두 권 나란히 옆에 놓고
읽고 싶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