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 거울 프로젝트
지난 '플라스틱 컵 회수 프로젝트'에 이어 다시 한번 프로젝트 리더셨던 선생님의 제안으로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번보다는 조금 얼결에 시작하게 되었는데, 처음엔 그저 리워드로 제품을 제공하는, 외주 제작(?)이라는 생각으로 함께 하기로 하였다. 하지만 첫 모임에서 선생님의 진짜 속뜻을 듣고, 이것도 좋은 경험이겠거니 하며 조금 더 진지하게 팀의 일원으로 함께 고민하며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나는 처음 참여하는 프로젝트지만, 배려 거울 프로젝트 자체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리더 선생님께서 약 3년 전에 '출입문 잡아주기' 캠페인을 하며 뒷사람을 위해 출입문을 잡아주도록 하기 위해 어떤 좋은 방법이 있을까?를 고민하여 만든 것이 '배려 거울'이고, 당시에도 이 배려 거울을 이용해 작은 캠페인을 하셨다고 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지난번에 제작한 배려 거울을 모두 나눠 준 후에도 지속적으로 관련 문의가 있어서 다시 한번 비슷한 캠페인을 해볼 수 있겠다, 그리고 잘하면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진행할 수도 있겠다는 마음에서 시작하시게 된 것이라 했다.
그래서 우리 팀의 목표는 자연스레 '어떻게 하면 배려 거울 프로젝트를 사람들에게 더 많이 알릴 수 있을까?'와 '어떻게 하면 이것을 지속 가능한 캠페인으로 만들까?' 이렇게 두 가지로 모아졌다. (적어놓고 보니 목표가 너무 컸는데?!)
프로젝트는 시작과 동시에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조금 자극적인 표현이긴 하지만, 이것만큼 당시의 상황을 적절하게 표현할 방법은 없을 것 같다. 프로젝트는 킥오프 미팅에서 산산이 부서졌다.
함께하는 팀원은 리더 선생님을 포함해서 6명이었는데, 말 그대로 6인 6색의 프로젝트 구상이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선생님의 안과 각자가 이해하는 프로젝트에 대한 그림이 닿을 듯 닿지 않는 형태로 테이블 위로 쏟아졌다. 첫 모임이 이루어지는 2시간여의 시간 동안 우리는 각자의 머릿속에 있는 그림이 얼마나 다른지를 확인하는데 집중했다. 회의의 마지막에 이르러선 '배려 거울'을 중심으로 한 '출입문 잡아주기 캠페인을 한다'라는 점을 제외하곤 모든 것을 원점에서 새롭게 만들자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결론부터 말하면 프로젝트는 처음 리더 선생님이 제시한 것과 유사한 형태로 진행하게 되었다. 하지만 프로젝트를 새롭게 그리는 과정에서 팀원은 각자 자신의 역할을 스스로 정의할 수 있었고, 그 덕에 주체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우리의 첫 고민은 배려 거울을 통해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가였다. 단순히 문을 잡아달라는 것은 사람들의 시선을 잡기 부족해 보였다. 각자가 문을 잡아주는 것에 대한 이런저런 기억을 쏟아냈다. 그렇게 쌓인 기억 더미에서 스토리를 뽑아내자 조금 더 현실적인 문제가 우리 앞에 놓여있었다.
'어떻게 이 캠페인을 널리 알리지?'
리더 선생님께서 처음 제시한 안은 크라우드 펀딩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배려 거울 자체의 제작비를 모금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바탕으로 얼리어답터들에게 새로운 변화를 이야기해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프로젝트 시작 즈음 나에게 리워드 제품을 이야기하신 것도 크라우드 펀딩을 염두에 두셨기 때문이었다.)
큰 틀에서 다들 동의했지만, '어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이용할 것이냐?'와 '펀딩의 형태는 어떻게 되어야 하느냐?'로 질문이 옮겨가자 다시금 의견이 분분해졌다. 먼저, 크라우드 펀딩의 형태는 다양했다. 제품을 리워드로 구성한 제품 위주의 크라우드 펀딩이 있었고, 사회/문화에 직접 후원하는 후원형 크라우드 펀딩이 있었다. 사실 형태를 보자면 우리 프로젝트는 사회/문화에 직접 후원하는 크라우드 펀딩이 적합해 보였다. 배려 거울 이외의 리워드를 이 프로젝트와 어떻게 엮어낼 수 있을지도 아리송했다.
'이번에는 익숙한 곳에서 진행하고, 차차 범위를 넓혀 봅시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에 대한 고민은 그렇게 정리되었다. 더 적합해 보이는 곳에서 진행해보고 싶은 생각도 컸지만, 우선은 리더 선생님이 두 번의 프로젝트를 진행해봤던 와디즈를 시작 지점으로 잡기로 했다. 프로젝트가 단번에 널리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실행이었다. 당장의 추진력이 떨어진다면 프로젝트는 언제든 좌초될 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와디즈에 적합한 형태로 프로젝트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아이디어를 늘어놓고 기획하는 단계를 지나니 내가 할 일을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했다. 한창 역할을 정해야 할 무렵 나는 개인적인 프로젝트(정부지원사업)를 진행하느라 정신이 없었기에 무언가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말하기가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우선은 메이커로 프로젝트에 함께 하시는 감성공업의 명실장님의 제안을 받아들여 명실장님이 구성하시는 리워드를 함께 제작하는 것으로 구색을 맞추기로 했다.
그렇게 결정을 하고 나니 머릿속을 계속 맴도는 생각은 이랬다. '구색 맞추기로 충분할까?'. 아니 '충분할까?'가 아니라 '나는 이러려고 프로젝트에 참여했나?'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래서 머릿속을 둥둥 떠다니는 생각을 모으고 모아 나도 리워드를 하나쯤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왕이면 명실장님과 비슷한 결로. 그렇게 생각을 바꾸니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명확해 보였다. 명실장님이 제안하신 리워드에 나만의 의미를 담는 것. 그렇게 문고래를 받아 거울고래로 탈바꿈시켰다.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부터 나는 '거울'에 마음이 쓰였다. 나를 돌아보는 거울이 아니라, 타인을 인식하게 함으로써 사람들의 작은 베풂을 이끌어낼 매개체로써의 거울. 거울의 의미가 새롭게 보였다. 그래서 마음속에 담아놓은 이미지를 거울고래에 투영했다. 어딘가에 붙어서, 나를, 그리고 내 뒤의 존재를 의미 있게 만들어줄 수 있길 기대하며.
여섯 명의 팀원이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했지만 프로젝트 진행은 더디기만 했다. 원래 12월 말에는 오픈하려던 프로젝트는 시일이 밀리고 밀려 이번 주에야 겨우 오픈했다. 예상 이상으로 더디게 진행되었기 때문에,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할 기간도 보다 짧게 설정했고, 리워드 제작 및 발송에도 여유를 최대한 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앞으로 이 프로젝트가 어떻게 흘러가게 될지 자못 궁금해진다. 설정한 짧은 기간에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을지, 그리고 프로젝트의 성공에 발맞추어 내 몫의 리워드를 충실히 잘 만들어 배송할 수 있을지, 그리고 프로젝트의 모든 단계가 끝났을 때 나에겐 또 어떤 배움이 남았을지, 그 모든 것들이.
프로젝트가 시작하고 이제 3일째지만, 남은 기간이 14일이라 마음이 바쁘기만 하다. 하지만 서두른다고 할 수 있는 일이 많은 것도 아니다. 그저, 작은 배려에 의미를 두는 사람들의 마음이 모여 프로젝트가 잘 마무리되길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