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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익군 Mar 21. 2019

하루를 분 단위로 기록하기

셀프 육성 시뮬레이션 기록 001

셀프 육성 시뮬레이션에 대한 자각 이후, 이것의 시작이 어디쯤일까 생각해봤다. 물론 이런 행동 양식은 그간의 삶에 보일 듯 보이지 않으며 녹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육성 시뮬레이션에도 단계가 있다면, 지금 단계의 시작이 어디쯤 일지에 대해선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2018. 08. 06


하루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2019. 08. 06. 기록의 시작


2018년 8월 6일은 내 일간 기록 노트 가장 처음에 적힌 날이다. 그 이전에도 여러 가지 시도를 하였지만, 이 날을 시작 점으로 꼽을 수 있는 이유는 기록이 시작된 시점이기 때문이다. 이 날 이전에 했던 시도는 어렴풋한 기억 속에 남아있거나, 그마저도 사라진 것이지만, 이 날 이후의 행동, 시도, 결과, 생각은 모두 기록에 남아있다. (선사시대와 역사시대의 차이?) 기록 속에 남아있는 시도들이 모두 육성 시뮬레이션을 구성하는 요소라면, 기록은 그 자체로 이 게임의 큰 틀이다.


그간 여러 차례에 걸쳐 내 삶을 꼼꼼히 기록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회사를 그만두면서 나의 삶이 온전히 내 것이 되자, 나는 말 그대로 몸이 시키는 대로, 마음이 가는 대로 움직였다. 눈이 떠질 때 일어나고, 눈이 감길 때 잠자리에 들었으며, 프로그래밍을 공부하고 싶으면 그렇게 했다가, 언젠간 아이돌에 빠져 열흘을 달아서 아이돌 정보만 찾아보고 있기도 했다. 하고 싶은 것이 셀 수 없이 많았다.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 가끔은 앉아서 그중 정말 하고 싶은 것을 추려보려 애쓰기도 했다. 하지만 번번이 하고 싶은 일을 3개 이하로 줄이는데 실패했다. 그래서 차라리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하되, 나의 행동을 기록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기록을 돌아보며 내 마음이 어디로 향하는지 확인할 수 있게 말이다.


2018년 8월 6일이 특별한 날은 아니었다. 새벽 4시 43분에 첫 기록이 있는 걸 보니 이 날도 어김없이 새벽까지 깨어있었던 것 같다. 다만 이때 그냥 무심결에 기록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 것 같다. 그렇게 심각하지 않게, 그러나 꽤 지키기 쉬운 룰을 만들어서.


프로그래밍 공부에 사용하려고 사둔 스프링 노트가 마침 시간과 하는 일을 구분해 적기 좋은 형식으로 되어 있었다. 왼쪽 빈칸에 시간을 적고(00:00 ~ 23:59 형식으로) 오른쪽에 하는 일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첫 기록(04:43의 기록)은 하는 일이라기 보단 그 무렵 하던 생각을 정리한 기록이다. 이렇게 생각과 하는 일을 구분 없이 적고, 업무 중간중간에 휴식을 함께 기록했다. 하루가 마무리되는 시점에는 하루 동안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정리했다. 업무에 몇 분을 썼고, 휴식에 몇 분을 썼으며, 취미 생활이나 식사, 기타 일과 등에 몇 분을 썼는지 나눠서 기록했고, 그 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도 간략히 정리했다.


한 달이 고비


처음 한 달은 꽤 부지런히 기록했다. 하루를 정리할 때도 여러 가지 생각을 함께 담았고, 한동안은 감사한 일들도 함께 기록했다.(감사 일기는 매번 기록하기 힘들어서 금방 그만뒀다.) 한 달이 흐르고 가끔 노트 앞을 뒤적이면서 꽤 뿌듯함을 느꼈다. 이 기록을 잘 정제하면, 내가 지난 한 달간, 그리고 최근 며칠간은 어떤 일에 가장 많은 시간을 썼는지, 어떤 일을 하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렸는지 등을 쉽게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실제로 과거에 한 일과 비슷한 일을 위한 계획을 세울 때나, 현재의 상태를 점검하고 싶을 때, 지난 기록을 뒤적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매번 하지 못한 일만 생각하며 조급 해지는 마음을 다독이는데 좋았다. 하루하루 사소하지만 한 일이 있고, 그런 기록이 있는 한 나는 스스로를 다그치지 않을 수 있었다. 계획보다 느리면 내가 실제 할 수 있는 속도에 맞춰 계획을 수정하면 되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자 고비가 왔다. 저녁에 약속이 있거나, 옥외 작업 혹은 밤을 새워하는 일이 있을 땐 기록이 쉽지 않았다. 매 순간 현재의 상황을 기록하는 건 점점 버거운 일이 되었다. 지금 하는 일을 뭐라고 적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그렇게 2~3일씩 기록이 끊기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특히 주말에 약속이 있는 경우 혹은 전날 약속의 후유증으로 하루를 루즈하게 보낸 경우 기록은 매우 짧았고, 굉장히 듬성듬성 이어졌다.


추석 연휴를 보내며 기록은 본격적으로 위기를 맞았다. 꾸역꾸역 이어가던 기록이 일주일씩 끊어지기도 하고, 기록을 하더라도 하루를 정리하는 메모 정도로 그친 날이 이어졌다. 그러다 11월에 이르러선 프로젝트가 연이어 마감을 맞으며 기록이 증발해 버렸다. 그렇게 11월 20일 경부터 12월 20일 경까지 한 달간은 아무것도 기록하지 못했다. (12월 20일 경에 이르러 다시 조금씩 기록을 이어갔다.)


이 시기를 거치며 다행이었던 건 짧은 메모나마 계속 기록을 이어갔다는 점이었다. 어쩌면 노트를 늘 책상 위에 올려놓고 있었던 것이 나름의 효과를 발휘한 것일 수도 있겠다.


2019. 01. 03 다시 시작


2018년 8월 6일이 기록의 시작으로써 의미가 있다면, 2019년 1월 3일은 사실상 기록을 의미 있게 사용하기 시작한 시점으로 의미가 있다. 그 이전의 시간은 막연한 기록의 연속이었고, 간간이 나의 행동 패턴에 대한 생각을 담거나, 몇몇 테스트를 해보려고 시도했지만 큰 의미를 찾긴 어려웠다. 하지만 2019년 1월 3일부터는 시간 사용에 대해 나름의 규칙을 정하고 테스트하거나, 일 하는 방식을 테스트하기도 하는 등 기록을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기록에 할애하는 시간이 많아졌고, 하루 이틀 제대로 기록하지 못하는 날이 있어도 금방 다시 꼼꼼히 하루를 기록하는 패턴으로 돌아가고 있다. 여기에 더해 2019년 1월 3일부터는 주간 정리, 월간 정리를 시도하기도 하고, 계획을 세우기도 하는 등 작년에는 '이렇게 하면 좋겠다'라고 생각만 했던 것을 부지런히 함으로써 기록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어느새 두꺼운 노트의 마지막 페이지


다음 글에서는...


지난 글에서 '셀프 육성 시뮬레이션'을 인지한 이후로 그간 내가 시도했던 것과 배운 것, 그리고 앞으로 시도하고 배워갈 것에 대해 정리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오늘은 그 정리의 처음 단계로 '기록' 자체에 대해 정리를 했는데, 다음 글에서는 이 기록을 정리하기 위해 한 시도와 현재 하고 있는 방법들을 한 번 정리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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