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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익군 Mar 28. 2019

한 주의 기록 정리하기 1

셀프 육성 시뮬레이션 기록 002

지난주 '하루를 분 단위로 기록하기'에서 매일매일 기록하는 방법에 대해 간단히 정리한 뒤, 다음으로는 한 주의 기록을 정리하고 돌아보기 위해 했던 시도와 지금 사용하는 방법을 정리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최근에는 정리 시간에 그 날의 의미 있는 장면이나 생각도 많이 담는다.


나는 왜 기록하는가?


기록과 정리의 관계, 나는 왜 지금의 방식으로 기록하고, 지금의 방식으로 정리하는가를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나에겐 기록이 우선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기록은 부차적인 것, 혹은 방법론이었고, 사실 내가 필요한 것은 기록을 정리해서 확인할 수 있는 결과치였다.

기록을 생각하기도 전에 나는 스스로에게 '내가 과연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에 가장 많은 시간을 쏟고 있을까?' 혹은 '내가 정말 관심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 가장 많은 시간을 쏟고 있을까?'라는 질문을 종종 던졌다. 이에 대해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 스스로를 관찰하고 싶어 졌다. '내가 실제로 많은 시간을 쏟는 일이 내가 무의식적으로 가장 신경 쓰고 있는 일이지 않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내가 실제로 어디에 시간을 많이 쏟는지, 또는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를 잘 관찰하면 내가 정말 관심 있는 게 무엇인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 더 잘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관찰을 위해서는 방법이 필요했다. 좋아하는 일은 자주 생각했기에 더 많은 시간을 쏟고 있는 것만 같았고, 싫어하는 일은 머릿속 한편에 미뤄두기에 상대적으로 적은 시간만 투자하는 것 같았다. 대충 이 정도 시간을 쓰고 있겠지 같은 애매모호함이 싫었다. 그래서 기록을 시작했다. 내가 어떤 일에 얼마나 시간을 쓰고 있는지 꼼꼼히 관찰해보기 위해.


무엇을 볼 것인가?


기록의 목적은 확실했다. 나의 하루하루를 면밀히 관찰하는 것. 내가 무엇에 시간을 얼마나 쏟는지, 나의 하루는 어떻게 흘러가는지 확인하는 것. 이를 바탕으로 내가 무엇에 관심을 두고 있고, 어떤 일을 어떤 식으로 하는 사람인지 알아가는 것. 그렇게 나를 조금씩 더 알아가는 것. 이런 목적을 이루기 위해 기록에서 확인해야 할 것은 내가 시간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에 대한 분 단위 자료였다. (시간 단위도 의미가 있긴 하지만, 분 단위면 조금 더 면밀히 관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이 분 단위 자료를 모은 통계치가 필요했다. 이런 숫자를 확인하면 나의 일상이 조금 더 객관적으로 보일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숫자가 모든 것을 대변해주지 못한다. 매 1분이 늘 같은 1분은 아니었다. 집중력에 따라 1분을 1분처럼 사용할 때도 있고, 1~20초 같이 사용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껏 해본 적 없는 관찰을 위해선 방법을 좀 단순화할 필요가 있었다. 매 1분을 똑같이 취급하고, 오로지 기록되는 숫자만 보기로 했다.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


처음에는 단순히 노트의 내용을 무작정 스프레드시트로 옮기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록의 편의를 위해 '09:35 | 브런치 글쓰기'와 같이 정말 단순한 형식으로 기록하고 있었기에 이것만을 스프레드시트에 옮길 수는 없었다. 물론 이렇게 해도 기록의 의미는 있겠지만, 통계치를 뽑기에는 정보가 너무 부족했다. 그래서 다음으로 생각한 방법이 매 기록을 날짜, 시간, 카테고리, 타이틀, 태그, 설명란으로 구분하여 옮기는 것이었다. 블로그 만들 때를 생각하며 각각의 블로그 포스트를 분류하는 방법에 따라 매 기록을 구분해본 것이었다. 이렇게 작업하면 카테고리로 해당 기록을 분류할 수 있고, 태그에 따라 필터링 함으로써 원하는 기록을 따로 뽑아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매 기록은 해당 일이 시작되는 시간이 기록되어 있어, 다음 줄에 적힌 시간과의 차이를 통해 해당 일이 얼마나 지속되었는지(경과 시간)를 알 수 있었다.


스프레드시트 정리 ver1. 기록 첫 날을 스프레드시트에 정리한 것.


이렇게 노트에 기록되어있는 것을 스프레드시트로 옮기면 카테고리별로 소요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방식에서는 태그 기능은 활용할 수 없는데, 태그는 현재의 기록 시스템을 웹 애플리케이션으로 옮겨갈 때를 위해 미리 정해둔 필드 값이라 여기서는 그저 형식만 넣어두고 큰 의미를 두진 않았다.) 하지만 이 방법으로는 카테고리가 너무 큰 단위로만 나뉘었고, 기록을 옮기는 것에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렸다. 실제로 위의 기록은 이틀 치가 옮겨진 상황에서 중지되어 있고, 카테고리 항목은 모두 비어있다. 기록을 옮길 때마다 카테고리와 태그를 생각해서 지정해줘야 하는 것도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었다.


기록을 정리하려던 시도는 시작 일주일 만에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일단 해보자!


처음 일주일이 지나고, 기록이 빠른 속도로 늘자 밀린 기록을 정리하는 것이 점점 더 큰 짐이 되었고, 결국 2018년은 정리 없이 기록만 이어갔다. 2019년 시작과 함께 기록을 재정비하면서 정리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는데, 도무지 더 나은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입맛에 딱 맞는 서비스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편의를 위해 만들려고 했던 웹 애플리케이션에도 시간을 쏟지 못하고 있었다. 다시 얼렁뚱땅 넘어가면 정리 없이 기록만 이어질게 뻔했다. 하지만, 정리 없이 기록의 원래 목적을 달성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물론 그저 기록만 이어가도 아무것도 기록하지 않을 때보다 스스로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명확한 수치가 없는 상태에서는 그마저도 느낌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처음의 방법을 개선해서 사용해보기로 했다. 마침 새해를 맞으며 일주일 중 하루를 비워 온전히 생각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은 터라, 이 날의 시간을 조금 사용하면 기록을 정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생각을 다듬기에 좋을 것 같았다. 그렇게 더 고민하지 않고 기록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전 것은 내버려두고 새로운 것부터)



새롭게 시작한 기록 정리 스프레드시트에는 카테고리 단계를 추가하여 1, 2, 3 단계까지 세분화했다. 이렇게 분류를 나누고 나니 대분류가 조금 단순해졌고, 중분류로 실제 업무와 관련된 카테고리를 지정할 수 있었다. 현재는 이 양식을 쓰고 있는데, 8월에 만들어둔 양식에 카테고리만 추가한 것이라 양식을 만드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지만, 첫 주를 정리할 때에는 모든 일정을 카테고리로 분류하고 태그를 다느라 기록을 정리하는데 적잖은 시간(3일 치(2019.01.03~2019.01.05)에 2시간 5분이 소요되었다)이 소요되었다. 지금은 일주일간 부지런히 기록했다면 7일치를 스프레드시트에 옮기는데 대략 2~3시간이 소요된다.


다음 글에서는...


오늘 정리에 대한 정리를 모두 끝내려고 하였는데, 예상보다 글이 길어졌다. 다음 글에서는 이렇게 스프레드시트로 옮긴 기록을 바탕으로 한 주와 한 달을 어떻게 정리하고 있는지 정리하며 기록과 정리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하면 좋을 것 같다.


이 것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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