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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루스 Jun 01. 2016

시장조사와 고객조사는 다른가?

지난 번 글을 쓰면서 스타트업 업계의 담론에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시장조사와 고객조사를 섞어서 쓰는 경향이다. 크게 보면 고객을 만나서 기회를 검증하는 일은 시장조사에 포함되는 개념이라고 해도 무리는 없다.

하지만 기업에서는 어쨌든 둘을 구분해서 말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내가 쓰려는 글들은 아무리 해도 시장조사, 소비자 조사, 마케팅 조사라는 제목을 붙이기 어렵기에 이 주제에 대해 한번 고민해 보았다.


이 글은 아직 제품/서비스를 개발, 출시하기 전 기회탐색 단계의 잠재고객 조사를 염두에 두고 작성했다.  고객에게 제공하는 solution은 편의상 제품으로 통칭했다.




사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시장조사와 고객조사가 다르다는 건 당연히 느끼고 계실 것이다.


비즈니스 모델을 고객 측면과 시장 측면으로 나눠서 생각해보자. 아래 내용은 매쉬업앤젤스 이택경 대표님이 '쫄지마 창업스쿨 2016 기'에서 강연하신 <스타트업 비즈니스 모델의 수립, 전략, 그리고 실행>에서 인용한 것이다.


비즈니스 모델의 필수요소

(1) 디테일한 고객 니즈, 불편점

(2) 적합한 해결책

(3) 핵심경쟁력

(4) 시장성

(5) 지속성


여기서 고객조사는 (1)디테일한 니즈와 (2)그에 적합한 해결책에 관한 것이고, 시장조사는 (4)시장성, (5)지속성, (3)핵심경쟁력에 관한 것이다. 물론 그에 더해 우리 팀의 경쟁력(Unfair advantage)와 핵심자원, 전략적 파트너 등을 엮어서 분석하고 고민해야 하지만 말이다.


각각을 통해 알고자 하는 핵심 질문은 다음과 같다.


시장조사

- 내가 들어가려는 시장이 얼마나 큰가?

- 성장하고 있는 시장인가?

- 경쟁 상황은 어떤가? 승산이 있나? 내가 해볼 만한 상대들인가?


고객조사

- 내 제품을 좋아할 고객은 누구인가?
- 그들이 돈을 지불할 만큼 매력을 느끼나? 

- A와 B가 고민되는데 고객한테는 뭐가 먹힐까?


물론 '돈을 낼 만한 고객이 얼마나 많을 것인가'라는 질문은 고객조사와 시장조사의 경계선상에 있기는 하다. 하지만 큰 관점에서 시장조사는 To go or not의 의사결정에 필요하다면 고객조사는 좀더 디테일한 고민들을 담고 있다. 디테일하다고 결코 사소한 건 아니지만 말이다.




그런데 고객조사, 하긴 해야 하나?


제품 개발을 위해 고객을 만나는 활동에 관련된 말들로 이런 것들이 있다. 시장기회 탐색, 마켓 리서치, 고객 인터뷰, FGI, 설문조사, 등등.


어쨌든 이 모든 것들을 제품개발 전의 선행 조사, 제품개발 과정에서의 고객반응 조사라고 통틀어 불러보기로 하자. 여기에 대해 두 가지 관점이 있다. 결론적으로 같은 얘기지만 한편으로는 헷갈릴 수 있는 얘기다.


오래된 명언들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진짜로 원하는지 모른다 (People don’t know what they want until you show it to them.)”   - 스티브 잡스


"내가 고객에게 무엇을 원하느냐고 묻는다면 고객은 '더 빠른 말'이라고 대답할 것이다.(If I had asked people what they wanted, they would have said faster horses.)"  - 헨리 포드
- 헨리 포드.


즉 고객에게 실제로 뭔가 보여주진 않으면서 원하는 게 뭐냐고 직접 묻는 건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그러면 스티브 잡스처럼 내 직감을 믿고, 일단 제품부터 개발해야 하나?  



최근의 계 분위기


제품/서비스를 개발하기 전에 고객 먼저 개발하라.
사무실 밖으로 나가서 잠재고객을 만나라.  
- 린 스타트업


그래서 고객을 만나라는 건가, 말라는 건가? 고객한테 물어보라는 건가, 물어보지 말라는 건가?


스티브 잡스나 포드가 말하는 고객조사와 요즘 린스타트업이 말하는 고객개발은 다르다. 저분들이 말씀하신 건 그 시대에 기업들이 흔히 많이 하던 포커스 그룹 인터뷰나 서베이를 말한다. 말은 저렇게 했지만 스티브 잡스도 사람들을 많이 관찰하고, 생각하고, 아이디어를 툭 던져보고, 반응을 관찰했을 것이다. 대신 말이 아니라 표정이나 행동을 더 봤겠지만.




이제 각의 고객조사 방법에 대해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을 펼쳐 보겠다. 아래 방법들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잠재고객 조사, 스타트업이나 예비창업자에게 맞지 않는다는 얘기다. 관찰하기가 아닌 물어보기라는 측면에서 그렇다.


1. FGI(그룹 인터뷰)


내 제품/서비스의 초기 고객이 어느 정도 확보되면 그때 가서 하자.

그룹 인터뷰의 장점은 시간/비용 측면에서 효율적이라는 거다. 한꺼번에 여러 명의 대답을 들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여러 사람들을 한날 한시에 한 자리에 모으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그래서 대개 리서치 전문 회사에서 대상자들에게 금전 보상을 지급하면서 이루어진다. '좌담회 참석, O만원' 이런 방법이다.  


방법론 자체의 특성을 놓고 봐도 기회 탐색보다는 검증에 적합하다. 한 사람 한 사람을 깊이있게 이해하기 어려워서다. 효율을 추구할 만한 규모가 됐을 때 사용하는 건 문제가 없다. 아니면 식음료나 디자인 제품처럼 고객의 다양한 취향과 반응을 최대한 빨리 많이 파악해야 하는 경우에도 적절하다.


2. 설문조사


활용하기에 따라 다양한 단계에서 다양한 목적으로 쓸 수 있다. 스위스칼을 감자 껍질 깎는 데 써도 되지만, 무슨 요리 할지 정하고 나서 깎둑썰거나 채써는 데 써도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제품을 개발하기 전에 잠재고객을 대상으로 한다면, 단순히 고객의 과거/현재 구매경험, 사용경험, 보유 제품, 사용 현황 등 실태 파악은 괜찮다. 불편점이나 개선 사항을 물어보는 것도 나쁘진 않다.

가장 안좋은 건 아직 존재하지 않는 제품 컨셉에 대한 반응, 선호도, 구매의사를 알려고 하는 것이다. 이건 이미지를 첨부하든 동영상을 틀어주든 마찬가지다. 이런 건 직접 얼굴 보고 물어보자.


무엇을 질문하든 설문조사는 태생적으로 고객의 응답이 내 생각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말 그대로 답정너다. '1번, 2번, 3번, 4번, 이 중에서 골라주세요' 하지만 진짜 답은 5번도 아닌  c번, k번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관점과 차원 자체가 다를 수 있다는 얘기다.

보유제품 브랜드처럼 모든 경우의 수를 제시할 수 있을 때만 정확도와 신뢰도가 높아진다고 보면 된다.    




그럼 스타트업, 예비창업자에게 맞는 고객조사 방법은 무엇인가? 아까 언급한 관찰과 실험에 각각 대응되는 방법이 바로 1:1 인터뷰, 현장관찰과 프로토타입 검증, A/B테스트 등이다.


그리고 이런 방법적인 것보다 더 강조하고 싶은 건 '고객을 한 명 단위로 생각하는 관점'이다. 지난 3월 '창업가들의 저녁식사'에서 권도균 대표님이 하신 말씀을 인용해보면 이렇다. '살아있고, 이름을 부를 수 있고, 전화할 수 있는 사람'을 생각할 것. 미영이, 이렇게.


따라서 설문조사를 했더라도 평균값과 %그래프 말고, 데이터를 한 명씩 보면서 그 사람을 총체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구글폼 설문 결과에서 요약 말고 '개별보기'로 보면 된다.)




결론적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두 가지다.


고객조사를 제대로 하자.

기존 대기업의 방식인 설문조사나 그룹 인터뷰에 얽매이지 말고, 한 명을 제대로 이해하는 고객 인터뷰에 집중하자. 설문조사를 하더라도 구글폼에서 자동으로 보여주는 평균값, 전체 경향만 보지 말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설문지를 보며 그 사람의 머릿속에 들어갔다 나오자.


진짜 해결할 가치가 있는 문제와 고객이 정말 좋아하고 선택하는 솔루션에 집중하자. 현실적인 각종 장벽에 부딪혀 솔루션의 세부사항을 하나하나 타협해야 할 때 마지노선이 되어줄 기준은 고객밖에 없다.


시장규모 조사에 너무 힘쏟지 말자.

정부사업 지원서, VC에 제출할 사업계획서, 데모데이 피칭덱에 필요한 것은 안다. 꼭 채워야 하는 칸이고,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문제는 조사와 작성에 걸리는 시간이 고무줄처럼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중요하다고 해서 꼭 오랜 시간을 쏟아야 하는건 아니다.


시장 규모를 산출하는 논리, 접근방식, 고객 입장의 보완재/대체재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중요한 것이지 숫자 자정확도는 목숨걸 대상이 아니다. 데이터는 원래 출처마다 다르고 집계방식마다 다르다. 대략적인 규모만 의미있을 뿐이다.


타겟 고객을 어떻게 정의하는지에 따라, 내가 솔루션을 어떻게 구현하는지에 따라 시장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지 않던가?

선후관계를 잊지 않았으면 한다. 시장규조차도 고객을 만나면서 체감적으로, 동물적으로 파악하는게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주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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