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멋이 꼭 나쁜 건 아니다.
이래저래 쓸데없는 생각.
일본은 기본에 충실하게 매뉴얼을 따라서 기초부터 속에서부터 차근차근 쌓아 올려 단단한 겉을 만들어 내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속에서부터 겉을 만들어나가니 세상이 변하든 말든 하던 일 열심히 하며 조금씩 조금씩 커나가는 게 아닌가 싶다. 일본의 장인 문화나 일을 대하는 자세, 일을 하는 모습을 보면 그런 것 같다.
중국은 대륙답게(?) 기초고 나발이고 일단 그럴싸하게 겉을 만들어 내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속은 뭔지 잘 모르겠으나(알고 싶지도 않고) 그럴싸한 겉모습만을 보고는 비슷하게 그럴싸하게 만들어내는데 선수다. 세상이 변하면 제일 먼저 캐치 업해서 빠르게 만들어 낸다. 속은 뭐 언제 채울지 잘 모르겠다.
한국은 가오가 중요한 사람들이라 일단 겉멋이 가득하다. 이러나저러나 자세가 나와야 하기 때문에 겉보기 그럴싸하게 뭔가 만든다.(이런 면은 중국이랑 비슷하네) 그러나 꼭 뭔가 사건이 생긴다. 성수대교, 삼풍, 순살아파트, 세월호, 이태원... 사건 이후에 속을 채운다. 그래도 나름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나라답다.
겉멋이 꼭 나쁜 건 아니다. 겉멋 때문에 안전을 등한시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그런 게 아니라면 겉멋으로 겉을 먼저 그럴싸하게 만들고 나서 속을 채우는 건 그래도 한국인의 저력이다. 나 또한 비슷하다. 뭔가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것보다, 일단 그럴싸하게 지르고 내 위치를 확인해서 속이 텅 비었다 생각이 들면 빠르게 채운다.
성장에는 한 가지 길만 있는 건 아니다. 곤충들은 탈피를 하지만 인간은 청소년기에 키가 다 크고 정신은 나중에 크는 것처럼 순서가 없다. 겉멋이 들었다고 생각되면 속을 채우자. 속이 꽉 차서 더 이상 크지 않는다면 조금씩 성장하는 것도 좋지만 마치 확 성장한 사람처럼 구는 것도 방법이다. 그 속을 빠르게 채울 수 있다는 자신감만 있다면 말이다.
만약 속을 안채우면? 사기꾼 되는 거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