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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애의 과학 Apr 16. 2019

스트레스 받은 날은
연인을 만나면 안 되는 이유

스트레스가 관계에 미치는 영향



유난히도 힘든 날


그날은 힘든 날이었어요. 아침 수업이라 등굣길에는 지옥철을 타야 했고, 오랫동안 준비한 발표 수업에서 교수님의 혹평을 받았죠.


수업을 마치고 알바하러 갔는데 그날따라 유난히도 많은 진상 손님을 상대해야 했어요. 아무튼 그렇게 힘들었던 알바가 끝나고 여자친구를 만났어요.



왜 이렇게 힘들어 보여?
저녁은 먹었어?


아니, 시간이 없었어.


저는 이미 말할 기운조차 없었죠.


"뭐야, 밥은 좀 잘 먹고 다니라니까~ 맨날 끼니 거르니까 요즘 그렇게 살이 빠지지..."


여자친구는 제가 걱정됐었나 봐요. 안 그래도 요즘 제가 밥을 자주 거르긴 했거든요. 다 제가 걱정돼서 하는 말이니까 평소에 이런 잔소리를 해주는 것도 은근 고마워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이날은 조금 달랐어요. 그냥 뭐랄까, 좋게 말이 나오지 않았어요.


"아 누가 안 먹고 싶어서 안 먹었어? 그냥 시간이 없었다고...

"왜 짜증을 내... 그냥 걱정돼서 한 말인데..."


여자친구도 약간 놀란 것 같았어요. 하지만 전 이미 멈출 수 없었죠.


"네가 엄마야? 그냥 먹을 만하면 먹고 바쁘고 그러면 못 먹을 수도 있지 왜 보자마자 잔소리야..."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왜 그랬나 싶어요. 여자친구가 못 할 말을 한 것도 아니고, 그냥 날 걱정해서 한 말이었는데... 이상한 건, 평소에 저는 전혀 그렇게 말하지 않아요. 이날은... 그냥 뭔가 달랐어요. 제가 대체 왜 그랬을까요?





화가 난다!


2012년 텍사스 대학 연구팀은 스트레스와 연인 간 갈등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알아보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연구진은 171쌍의 커플에게 14일 동안 매일 그 날 있었던 일을 기록하게끔 했습니다. 연구진은 하루 동안 스트레스를 받을 만한 일이 있었는지에 따라 그날 연인과 갈등을 일으킬 확률이 달라지는지 분석했어요. 그리고 이 둘 사이에는 뚜렷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죠.


하루 동안 일상에서 스트레스 받는 일이 한 건 늘어날 때마다, 상대방과 말다툼을 벌일 확률이 53%나 증가

했거든요. 





왜 그랬을까요?


많은 연구에 따르면 스트레스가 연애에 해로운 가장 큰 이유는 자제력(self-control)을 잃게 하기 때문이에요.


심리학자들은 한 사람이 가진 자제력을 한정된 자원으로 봐요. 사용할수록 자꾸 줄어드는 배터리 같은 거라고 할 수 있죠.


일상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는 자제력을 사용해 그 상황을 견디는데, 이때 자제력을 다 써버리면 정작 애인을 만났을 때는 자제력이 거의 바닥난 상태인 거죠.



결국 위 사연에서 남자가 여자친구의 사소한 잔소리에 쉽게 폭발해 버린 건, 힘든 하루를 보낸 그에게 남은 자제력이 없었기 때문이에요. 평소라면 가볍게 넘길 수 있었던 사소한 갈등도 쉽게 넘기지 못한 거죠.


"어떤 커플이든 마찬가지일 겁니다. 제아무리 행복하고 서로를 신뢰하는 커플도 자제력이 바닥난 상황에서는 "잘" 지내기가 매우 어려우니까요." - 에이프릴 박사, 텍사스 대학교




그럼 어떻게 해야 하죠?


위 연구를 이끈 에이프릴 박사는 스트레스가 관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해요. 자제력이 한정된 자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 아무리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애인에게 더 조심히 행동할 수 있으니까요.



에이프릴 박사가 주는 또 하나의 팁은, 바로 "혼자만의 시간"이에요. 만약 스트레스로 인해 지쳤다면 자신의 상태를 연인에게 얘기하고 잠시 개인적인 시간을 가지라는 거죠. 그 시간 동안 휴식을 취하거나 좋아하는 일을 함으로써 바닥나버린 자제력을 회복한 뒤에 대화를 시도한다면 의도치 않은 갈등은 피할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더 좋은 건, 바로 상대방의 배려가 아닐까요? 스트레스 때문에 자제력이 바닥난 상황에서 내 상태를 누구보다 잘 이해해줄 수 있는 연인이 있다면 '우리가 싸울 수 있겠다'는 생각도 애초에 하지 않을 테니까요.


그렇다면 먼저 이 글을 연인에게도 보여주는 게 좋겠죠?




참고 논문 * Cacioppo, John T., et al. "Do lonely days invade the nights? Potential social modulation of sleep efficiency." Psychological Science 13.4 (2002): 384-387.



어려운 연애, 조금 더 쉽게. 연애의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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