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주택인데도 꼭 건축가를 통해야 하는걸까?
(마티 출판사에 '집짓기 바이블' 중에서 발췌)
커버사진은 넓고 커다란 계단이 집의 중앙에 위치하며 아이들의 놀이터와 영화감상실, 그리고 도서관이 되어주는 인상깊은 구조를 가진 집이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아파트와는 완벽히 다른, 한 가족의 세 아이를 위한 맞춤 집이라는걸 여실히 보여줍니다.
건축을 위해 집을 지어줄 사람도 중요하지만 못지않게 집을 구상하고 그려줄 사람도 중요합니다.
순서상으로도 좋은 설계에서 좋은 집이 나오는 것이니 어쩌면 시공보다 설계가 더 중요할지 모릅니다.
저희의 집 역시 설계를 맡아줄 누군가를 찾아야 했습니다.
건축사사무소에 지인이 몇 있었지만, 단독주택을 맡지 않거나 일정이 바빠 부탁하기 어려운 입장이었죠. 새로운 사람을 찾아야 했기에 우리집에 필요한 건축가의 역할과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고민해 보았습니다.
이 포스트에서는 건축가의 역할과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고민했던 내용을 정리해 봅니다.
먼저 건축물의 설계와 행정적인 부분, 그리고 감리까지 맡아 전 과정을 건축가와 함께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 경우 건축가는 건축물의 설계와 시공, 그리고 사후관리까지 건축주와 함께하는 경우입니다.
가끔은 부지매입단계에서부터 함께하기도 하는데요. 별다른 준비없이 단독주택의 꿈만 꾸고 있었다면 이런 건축가의 존재는 정말 큰 힘이 될 겁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든든한 파트너가 되기 때문이죠.
건축가는 설계단계에서 건축주의 라이프스타일과 가족구성원의 생각을 정리해 공간을 구상해줍니다. 그리고 건축물에 반영시켜 설계를 완성해주죠. 단순히 아파트같은 대중성과 효율성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그 가족만을 위한 공간을 정해진 한계(부지의 모양과 제한사항)내에서 현실화해 줍니다.
계약에 따라 다르겠지만 건축가는 시공단계에서는 감리의 역할도 해줍니다.
(일반적인 규모의 단독주택에서는 별도의 감리가 지정되기보다 시공을 맡았던 건축가가 감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공사가 설계 내용을 빼먹거나 무시하고 진행한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고 이를 바로잡아 줍니다. 건축주가 이리뛰고 저리 뛰어도 감리역할을 하기는 쉽지 않으니 별도로 감리를 고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건축가가 함께하는 경우라면 그에 대한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됩니다.
건축이 완료된 이후에도 건축가는 함께합니다. 집 여기저기를 꼼꼼하게 둘러봐 줄것이고, 하자보증기간 내에 건축가는 결함사항을 찾아내고 시공사와 협의하여 해결책을 제시해줄 수 있습니다.
흔히 하자가 전혀 없는 집은 정말 드문경우라 자칫 건축 후 건축주가 멘붕에 빠지는 경우가 있는데, 건축가와 함께 한다면 적어도 그런 혼란의 상황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적어놓고 보니 건축가와 함께 건축할 때 장점이 참 많네요. 하지만 짚고 넘어가야할 것도 있습니다.
건축가가 건축주와 생각이 잘 맞고 대화가 잘 되는지 확인해야하며 그에 따른 적절한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우선, 건축주와 건축가 사이에 신뢰도 없고 공감도 없으면 건축은 어려워질게 분명하니 서로 간의 관계에 대한 부분이 매우 중요할 겁니다. 또, 건축가가 맡아주는 일이 많다보니 보수가 부담될지도 모릅니다. 일반적으로 간단한 단독주택 구조라도 천 만원정도는 생각하셔야 하고 유명 건축가에게 의뢰한다면 5천만원으로도 모자란 경우가 있습니다.
반대로 건축가를 통하지 않고 진행할 수 있습니다. 건축물의 신축 허가와 사용승인(준공)이라는 합법적인 단계를 거치기 위해서 행정적인 업무를 건축사 사무소에 맡기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 건축주는 건축물의 구조나 공간에 대해 설계를 자체적으로 진행해야하고 사무실에 담당자는 이를 행정적 기준으로 검토하여 관할 지자체에 제출하여 허가 및 준공을 위한 업무를 하게 됩니다.
(이 경우를 허가방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금액은 적게는 150만원에서 500만원정도까지 책정되는듯 합니다.)
저희집의 경우 위의 두가지 방법 놓고 사실 많은 고민을 하지 못했습니다. 예산이 부족했기 때문이죠.(처음엔 전 과정에 건축가와 함께하고자 했지만... 결국 돈이 문제입니다... ㅜㅜ)
비용이 부담되어 시공사를 통하지 않고 직영공사로 진행하는 마당에 설계까지 건축사와 함께하기엔 불가능한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위 두 가지 안의 절충점을 이야기하며 건축사 사무소와 계약을 했습니다.
저희 생각을 검증하는 수준의 설계를 해주시는것과 3번의 감리를 포함, 행정적인 업무를 해주시는걸로 한정해서요. 사실 저희는 이미 구상해둔 공간과 구조가 어느정도 구체화 되어 있었기에 저희 예산안에서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적인 한계로 대략적인 설계만 나올테니 나머지는 저희 가족이 스스로 채워나가야 합니다.
때문에 저희는 더 많은 이야기를 해야했고 저희만의 각 층의 공간들을 계획하게 되었으니 더 잘된 것일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제 생각이지만, 우리나라에선 지적인 활동과 형체없는 노력에 대해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건축가가 말하는 견적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것도 압니다.
하지만 어설픈 계획과 깊은 사고없이 건축물이 지어지고 나면 이는 더 돌이킬 수 없는, 계속 후회해야 하는 결과물이 될지도 모릅니다.
연봉 3천만원을 받는 직장인에게 서너달을 한 집에 매달려야 한다고 하면 천만원이 큰 돈일까요? 복잡한 고민을 하고 현장과 건축 관련지에 끊임없이 불려다니다보면 결국 그들도 제몫은 하는거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글을 읽고계신 예비 건축주분께서 아직까지 막막하게만 단독주택을 생각하고 계시다면 더더욱 건축가의 존재에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거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