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듣던 경계 분쟁이 이런거였구나..
여러 번 언급했듯 우리 부지는 잘 정비된 택지가 아니라 오래된 구 주택 지역 내에 있습니다.
오래된 주택가는 오랜기간 서로의 땅을 공유해서 쓰기도하고 담장이나 펜스같은 명확한 구분선이 없어 경계가 모호한 경우가 많은데 우리의 부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지적공사를 통해 경계복원 측량을 진행하고 이웃과의 경계문제를 어떻게 처리했는지를 기록을 남겨봅니다.
택지나 전원주택인 경우 굳이 알아야할 내용이 아니니 가볍게 읽어봐주세요.
토지 구입 후 건축을 염두해 두셨다면 경계복원을 위해 측량이 필요합니다.
구도심이나 노후 주택가에서는 이웃끼리 공유하며 사는 문화가 있기도 하고 서로 싸우지 않는 이상 넘어온 부지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과거에는 이웃간에 법조항이나 측량결과를 들이대며 무언가 요구하기가 어려운게 사실이었죠)
하지만 요즘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많이 각박해졌다고 해야할까요? 구 주택가에서도 요즘의 개인주의 흐름이 퍼져나가며 경계로 인한 분쟁이 발생하고 있는듯 합니다.
기존 집을 고쳐서 살꺼라면 큰 상관없는데 만약 건축을 생각하신다면 경계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부지 내 옆집 구조물이 넘어와있으면 그만큼 후퇴해서 지어야하고 그 부분이 크다면 건축허가를 받지 못할 수도 있기에 그렇습니다.
이를테면 우리 땅에 무단으로 건물이 지어진 셈인데 그로인해 건축이 불가능해져 버리는 겁니다. 땅은 우리것이지만 건축물이 우리것이 아니므로 임의로 손대거나 훼손할 수 없는 것이죠. (실제로 가택침입, 재물 손괴 등 죄가 성립한다고 합니다.) 뭔가 억울할 수도 있지만 결국은 합법적으로 처리해야합니다.
경계문제를 해결하는 그 첫 단계가 이웃과 경계면을 확인해주는 경계복원 측량인데요. 이는 공기업인 지적공사에 필지별로 신청하여 진행하며 공적인 신뢰성을 가집니다.(민간이 하는 측량은 공적인 신뢰성이 없습니다.)
지적공사에서 서비스하는 측량 항목이 여럿 있는데 신청한 항목에 대해서만 측량해 주니까 항목도 세분하셔야 합니다.
예를들어 경계복원 측량을 신청하면 이웃과의 경계면만 확인해주지, 토지내 도로면적이나 특정 구조물의 위치는 확인해주지 않습니다.
그런 부분에 대해 물어보면 해당 항목으로 다시 측량 신청하라고 이야기해 주십니다. (아무래도 나라에서 돈이 모자른가 봅니다...)
필지당 대략 60만원 정도 하는 측량비를 미리 내고 예약을 하면 1주일에서 2주일 후 일정을 잡아줍니다.
그리고 그날.. 약속시간을 20분 정도 넘기셔서 현장에 찾아오셨고 옆집 어르신들도 함께 측량을 참관해 주십니다.
저희가 옆집 땅을 침범하였다면 이번기회를 통해 철거될 것이라 큰 문제가 안되지만 옆집에서 침범한 부분이 있다면 두고두고 복잡한 문제가 될 것이기에 초조하게 바라보고 있었죠.
측량이 끝나며 확인한 결과 옆집 땅이 3 제곱미터 정도 넘어와 있네요. 건축물이 조금 넘어온 경우라 별도로 조치를 요구하지는 않을 생각입니다.
하지만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옆집과의 경계에 커다란 은행나무가 자리하고 있네요.
때는 가을, 은행이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습니다. 곧 떨어지면 아름답고 상쾌한 향기를 우리땅에 선물할 듯 합니다.
그윽한 향기야... 뭐 참아줄만 합니다.(전 비염이 있으니까요 ^^;)
오래된만큼 나무는 참 굳건하게 자리하고 있네요. 문제는 여기에 있습니다.
저희 토목공사 계획상 토지 경계면에 벽돌과 흙을 채워 경계면 레벨을 높여야 하기에 큰 나무가 있어선 곤란하기 때문입니다.
저정도 되는 나무라면 뿌리 역시 광범위하게 퍼져있을거라 경계면 벽돌작업이 불가능하고 어쩔 수 없이 처리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몇일 뒤 경계를 넘어온 쪽 옆집에 세입자분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그 나무를 집주인이 아낀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저는 살짝 당황스럽습니다. 나무가 경계 부근에 있긴 하지만 전체가 우리땅에 포함되어 있는데 옆집 어르신이 그간 자기네 나무인줄 알고 있던거니까요.
그리고 고민이 시작되었죠. 그냥 처리할건지, 아니면 연락을 드려 허락을 받고 처리할건지..
사실 조금은 결과는 예상하고 있었습니다만 그래도 건축하는 입장에서 최대한 바르게 처리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세입자분에게 집주인 아드님에게 연락해 주인분 전화번호를 여쭤 봤습니다.(집주인 어르신 연락처가 바뀌고 세입자도 연락이 안되어 측량때도 연락을 드리지 못했었지요.)
그리고 전화통화를 하는데 역시나 쉽게 가는 일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저희가 진행한 측량결과를 믿을 수 없다고 하십니다.
측량을 할때 본인이 참관하지 않았기에 믿을 수 없다는 말씀이네요.
지적공사에서 진행한 것을 말씀드려도 요지부동이십니다.
절차상으로 그냥 진행해도 문제가 없는걸 왜 스트레스를 받고 있나 하는 후회가 계속해서 들지만 다시 마음을 다잡습니다. ㅜㅜ
그리고 순간 지적공사에서 3개월 내 같은 필지에 동일한 측량을신청하면 10% 정도의 가격으로 확인해주는 원 모어(One more :한번 더?)서비스를 한다는 걸 기억해 냅니다. (일종의 애프터 서비스 일까요?)
큰 비용이 들지 않을 것 같아 자비로 한번 더 측량을 신청합니다.
옆집 어르신이 다시 잡은 스케쥴에 응해주셔서 해당부분만 다시 측량이 진행됩니다.
실제로 어르신을 만나서 이야기 드려보니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네요.
(만약 저라도 몇십 년를 소유했던 땅 일부를 어느날 갑자기 이사온 사람이 자기네 땅이라고 하면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니까요.)
지적공사에 대장(?)님이 어르신께 자초지종을 설명드리니 어르신도 이해하시는 눈치입니다.
측량기사 분들과 모여앉아 건물이 넘어온 부분은 감수하고 나무만 처리하겠다고 차분히 말씀드리니 어르신은 결국 알겠다 하십니다.
그리고 나무를 베기 전 막걸리라도 뿌려 주게 공사를 기다려 달라 하시네요. 저는 물론 흔쾌히 알겠다고 했습니다.
측량기사 분들이 가시고 저는 어르신께 나와주셔서 감사하다고 커피 선물세트를 챙겨드리며 차로 목적지까지 데려다 드렸습니다.
가는길 차안에서 어르신께서는 젊은 사람이 대단하다며 허허 웃어 주십니다.
반대쪽은 별다른 경계 문제가 없었으니 이대로 경계에 대한 문제는 일단락 되었네요.
결국 잘 풀린 일을 글로 쓰니 간단하지만 이 또한 한달이 걸린 문제로 신경을 많이 썼던 문제입니다.
기존 주택가에서는 합법적인 건축을 하더라도 무조건 엎드리고 들어가야 하는게 관례가 되어 버렸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