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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태현 May 15. 2018

발목

물에 흠뻑 젖은 삭정이처럼

퉁퉁 불어서

날마다 파스를 붙이고 사는 

그 발목이었다    


무거운 행상 보따리를 이고 

감시꾼을 피해

초겨울 채취선에 숨어들던 

그 발목이었다    


눈발이 들이치는 헛가게에서

하루 종일 종종거리며

장꾼들 국밥 말던 

그 발목이었다    


가출한 어린 나의 행방을 찾아

앞치마 벗어던지고

불갑사 일주문까지 내달리던 

그 발목이었다    


구십 평생 걸어와서

생의 물금들이 희미해지고

이젠 더 이상 발목 잡힐 일 없는

그 발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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