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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두일 Oct 27. 2015

고수들의 향연

조이시티의 경영권 변동

1.
어제 조이시티의 대주주가 변경되었다. 나름 빅 뉴스라 생각되었는데 미디어나 페이스북의 업계 관계자들에게는 별 이슈가 되지 않아 신기했다. 조이시티의 주인이 바뀐 것이 빅 이슈라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이 거의 예술적이기 때문이다.


2.
지난주에 나름 이슈가 되었던 유명 개발자 김태곤 씨가 넥슨에서 독립해서 엔드림이라는 회사를 설립할 때 까지만 해도 그냥 히트를 만든 박용현 대표처럼 순수 개발을 하나 싶었는데 그 엔드림이 조이시티의 지분 12%를 인수하는 것을 보고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알고 보니 엔드림도 현재 조이시티의 경영진이 주요 주주였던 것이다. 즉 현재 조이시티의 전문경영인인 조성원 대표가 합법적으로 경영권을 획득한 것이다. 한 쿠션 돌리긴 했지만 내가 알기론 MBO 방식이다.


3.
올 초중반까지만 해도 중국 회사가 열심히 노렸다던데 조성원 대표는 회사 대주주가 바뀌어 자신의 거취도  애매해질 수 있는 상황을 아예 판을 뒤집어 자신이 회사의 주인이 되는 역전을 일궈냈다. 시젯말로 '쩐다'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감탄했다.


회사의 진정한 주인이 되었고 오랜 동료이자 개발력이라는 분야에서는 S급인 김태곤 PD까지 다시  조인되었으니 앞으로가 주목된다. 엔도어즈 신화도 사실은 두 사람이 만들어 낸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그때야 미국에 계신 그 분만 좋은 일 시켜 주었지만 이제는 자신들의 것이니 동기부여도 더 확실할 것이다.


4.
비슷한 일로 넷마블의 원래 주인이었던 방준혁 의장이 물러 났다가 텐센트의 협조를 끌어들여 다시 넷마블이 된 것도 유사한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완전 야인은 아니었고 고문이라는 신분으로 회사 대소사에 관여를 했지만 회사의 경영권을 획득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니까....


고문과 의장은 어감부터 많이 다르지 않은가? 만약 방준혁 의장이 계속 고문신분으로 있었다면 지금처럼 찬란한 넷마블 시대는 열리지 않았을 것이다.


5.
최근 뜨거운 화두가 되었던 넥슨과 엔씨의 경영권 관련한 부분도 사실 대단했다. 장군-멍군-또 장군-굿바이의 순서가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볼법한 예술적인 대응이었다. 그야말로 고수들의 향연... (과정은 예술이나 그 이면에는 감정과 자존심 싸움이라는 찌질함이 전반에 깔려 있던 것은 유감이긴 하다)


6.
전민기적 개발사 북경천마의 인수과정도 보통사람들의 상상을 뛰어 넘는다. 킹넷이 개발사 배고플 때 투자도 해 주고, 판권 획득하면서 또 돈도 대 주고, 그래픽 외주비용도 대 주고, IP도 구해다 주었는데 천마는 전민기적 론칭 후 정확히 3개월이 되기 전에 아워팜에 매각된다. 스타가 되니 바로 매니저부터 교체한 격이랄까?


론칭 후 그 3개월간 매각 협상이 진행되었을까? '그럴 리 없다'에 내 손 모가지.. 아니 한 끼 식사를 건다. 이미 딜은 론칭 전에 다 끝났을 것이고, 어느 정도의 성공이냐에 따라 실적연동형 매각계약을 했을 것이다. 약 2개월 전 아워팜에서 천마의 밸류를 10억 위안(약 1,800억 원) 더 올려준다는 기사가 실제 중국 언론에는 떴었다. 이것도 고수들이 배후에서 설계를 한 느낌이 물씬 난다.


7.
확실히 고수들의 세계는 범접하기 어려운 무언가가 있다. 치밀한 계산과 냉정한 분석 그리고 심리파악을 통한 수싸움.... 결정적으로 작게는 수백억에서 많게는 수천억까지 동원할 수 있는 자금 동원력까지 수반이 되어야 진정한 고수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 듯.....


난 이 분야로는 당연히 고수가 될 자질도 없지만 딱히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다. 이건 자질과 능력 그리고 노력을 동시에 수반되어야 한다.


8.
지난주에 정자동에서 모 개발사 대표님과 술을 마실 기회가 있었는데  그분의 스탠스가 좀 인상적이었다. 이미 어느 정도 성공을 이룬 상태이기에 상기 고수들의 세계에 들어갈 자격을 갖추었음에도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을뿐더러 오직 개발에만 집중할 계획이라는 뚝심에 또 다른 의미에서의 감탄을 했다. 솔직히 부럽기도 했다. 그럴 수 있는 환경에.. 물론 본인의 노력과 의지로 만든 환경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사실 내 취향도 한 분야를 파는 것이다. 그럴 수 없는 현실의 벽이 나를 가로막고 있을 뿐이지... '하고 싶은 것'과 '잘 할 수 있는 것'의 괴리가 요즘 내 머릿속을 맴도는 화두이다.


9.
끝으로 조이시티 출신의 분들 개인적으로 인연이 많다. 내가 좋아하는 분들이  많을뿐더러 나와 좋은 인연이 된 분도 있다. 물론  그분들은 지금 다 나와서 적을 옮겼지만 그래도 친정이 잘 되기를 응원하지 않을까? (안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ㅎ)


내 개인적으로는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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