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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꽃 우동준 Apr 16. 2022

1년 전, 이맘때 날 떠올리게 하는 한 편의 기사

한국강사신문에서 제 책에 대한 기사를 써주셨네요. 감사합니다. 


“40·50·60대 아빠 생일선물로 이 책은 어떨까?” 우동준의 『내 얼굴에 아버지가 있다』


[한국강사신문 김지영 기자] 90년생 청년이 만난 우리 시대 아버지들의 이야기. 우리 사회는 아버지의 얼굴을 하나로만 표현한다. 찌푸리거나 인상 쓴, 얼핏 보면 화난 것 같이 과묵한 중년 남성의 얼굴이다. ‘아버지’는 자녀를 둔 남자를 부르는 말이지만, 사회는 ‘아버지’라는 단어에 그보다 더 많은 무게감을 부여한다.



같은 아버지라 하더라도 숫자로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개개인이 존재하지만, 딱딱하게 굳은 단어는 개인을 지우며 고정된 아버지의 모습을 만든다. 사회가 만든 아버지상을 해제하는 것, 90년생 저자가 세상의 수많은 아버지를 만나게 된 이유였다.



저자는 꽤 오래전 아버지와 멀어졌다. 어린 시절, 저자는 아버지에게 몇 밤 자면 오냐고 물었고, 백 밤이면 충분하다는 대답을 들었다. 당시 저자는 100이란 숫자 정도는 그리 어렵지 않게 헤아릴 수 있던 나이였지만, 홀로 맞이할 백한 번째 밤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 금세 셈을 그만두었다고 당시를 회상한다. 흔들리는 아버지 눈빛에, 지키지 못할 약속임을 쉽게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시간이 흐르며 아버지의 부재에 익숙해졌고, 어느새 아버지라는 존재도 희미해졌다. 저자는 좋든 싫든 ‘가장’이라는 옷을 서둘러 입어야만 했고, 그 역할과 책임을 강하게 느껴야만 했다. 그렇게 어린 날 바라보았던 기억 속 아버지의 뒷모습은 점점 멀어졌다.



더는 아버지의 목소리도, 아버지의 웃음소리도 또렷하지 않게 되었을 때, 저자는 아버지가 사라져 가는 서른의 삶을 맞이하게 된다. 그러다 어느 날, 저자는 거울 앞에서 낯설고도 익숙한 누군가를 발견한다. 익숙한 주름, 익숙한 표정. 거울 속에 아버지가 있었다. 서른이 된 저자의 얼굴에는 이제 아버지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저자는 아버지라는 방파제 없이 홀로 어른의 영역에 들어서며 공허함과 외로움을 느꼈다고 고백한다. 이러한 감정은 아버지가 어떤 존재인지에 관한 의문으로 이어졌다. 저자는 이십 대 초반, 다니던 대학에서 자퇴한 후 여러 일에 뛰어들었다. 모든 곳에 누군가의 아버지가 있었다. 그들은 노동자였고, 경제인이었으며, 한 가족의 구성원이었다.



그들은 번듯한 직장도 없었고 시큼한 땀 냄새와 떡진 머리카락으로 가득했지만,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멋진 존재들이었다. 세상의 모든 아버지의 모습이 자신이 생각한 모습과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저자는 다양한 아버지를 만나보기로 결심한다. 자신의 상실을 단순한 상실로 끝내지 않기 위함이었다.



저자는 빈 노트를 펼쳐 아버지를 향한 질문을 한 글자씩 적어보았다. 질문은 상대를 향한 다가감이자 두려움이었다. 두드림은 적당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지만, 두드리지 않으면 아무것도 열리지 않았다. 저자는 거울 속에서 보았던 아버지와 다시금 마주하고자, 누군가의 아버지를 향해 낯선 문을 두드린다.



“이 인터뷰 작업은 아버지와 닮은 내 모습을 발견하며 시작했고, 무엇보다 내 안에 담긴 아버지에 대한 감정을 조금씩 내려놓기 위해서 이어왔다. 나는 인터뷰를 하며 근엄한 아버지를 만나고, 근엄하지 않은 아버지도 만났다.



돈을 잘 버는 아버지도 만났고, 돈보다 술을 좋아하는 아버지도 만났다. 누구나 존경할만한 직업의 아버지도 만났고, 부끄러운 과거를 가진 채 세상에 섞여 조용히 살아가고자 하는 아버지도 만났다. 모두 누군가에게 미안해했고, 어떤 순간을 자랑스러워했으며, 가족의 인정을 기대하고 또 그리워했다.” - 들어가며 中


저자 우동준은 타인을 향한 질문을 설계하고, 대화를 통해 내면을 만나는 ‘인터뷰’에 매력을 느낀다. 아버지 인터뷰를 시작으로 마을 주민, 아이들, 청년의 삶을 듣고 기록했다. 세련된 대화의 기술보다 상대의 입장에서 고민한 질문이 인터뷰의 본질이라 믿고 있다. 캠페이너, 청년활동가, 커뮤니티 매니저란 거창한 수식을 거쳐 왔지만, ‘인터뷰어’로 오랫동안 같은 시간을 걷는 모두를 만나고 싶다.



큰바람이 일어나기 전, 먼 산에 끼는 뽀얀 안개를 ‘바람꽃’이라 말한다. 바람꽃을 필명이자 활동명으로 삼고 우리의 바람이 바람이 되어 불어오기를, 작은 연결이 거대한 바람으로 되돌아오길 바라며 글과 실천을 이어간다.



내뱉은 말과 써 내려간 글이 일치되는 삶을 꿈꾸고 있으며 펴낸 책으로 『오늘도 만나는 중입니다』(2020)가 있다. 저서로는 『내 얼굴에 아버지가 있다: 서른 즈음에 만난 서른 명의 아버지, 큰 글씨 책(호밀밭, 2022.04.28.)』이 있다.



출처 : 한국강사신문(http://www.lecturernews.com)


출처 : 한국강사신문(http://www.lecture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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