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개울가에 아기 개구리가 있었다. 어느 날 아기 개구리는 물가를 지나가는 황소를 보았다. 아기 개구리에게 거대한 황소는 강하고 멋진 생명체였다. 집으로 돌아온 개구리는 아빠 개구리에게 커다란 황소를 보았다고 말했다. 아빠 개구리는 마음만 먹으면 나도 황소만큼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아빠 개구리가 있는 힘껏 배를 부풀렸다. 하지만 아빠의 배는 여전히 황소보다 작았다. 아빠 개구리가 몸을 더 크게 부풀렸다. 부풀리고 부풀리고 또 부풀리던 아빠 개구리의 배는 결국 터져버리고 말았다.
서두가 길었다. 이 이야기는 이솝 우화 ‘황소와 개구리’다. 언뜻 보면 이 우화는 개구리에게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이라는, 다소 냉혹한 운명론처럼 읽힐 수 있다. 하지만 이 짧은 우화가 언제나 깊은 통찰을 전한다. 이는 모든 존재가 지닌 고유한 가치와 영역에 대한 이야기이며, 맹목적인 모방이 초래할 수 있는 비극적 결말에 대한 우화적 경고다. 이러한 맥락은 도시에도 적용할 수 있다. 한 도시에는 민간과 공공이라는 두 축이 존재한다. 서로는 서로를 보완하고, 때로는 견제하면서 다수 시민에게 편익을 제공한다.
하지만 부산의 지형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활기찼던 민간 상권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도시의 경제를 이끌던 주체들도 하나둘 짐을 싸서 떠난다. 마치 거대한 비행기의 한쪽 엔진이 부러지듯, 민간 영역이 무너지면서 도시의 균형이 위태롭게 흔들리기 시작한다. 민간의 밀도가 감소하자 공공의 부피가 팽창한다. 공공이 모든 곳에 손을 대기 시작한다. 그들은 시민이 떠난 빈집을 매입하고, 공터를 관리하고, 도시의 다음 먹거리를 주도적으로 고민한다. 거대하게 팽창한 공공은 이제 민간의 역할을 자처하며 시장의 시선으로 문제를 바라보기 시작한다.
시장의 시선은 수치화다. 수치화된 결과가 품질을 보증하고, 서비스의 비용 대비 효과를 가늠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숫자의 합리성이 공공을 지배할 때 의미는 제거된다. 이용자가 부족하니 버스 노선을 없애자는 논리도, 이용자가 부족하니 청년 공간의 기능을 변경하자는 논리도 공공에서 먼저 나온다. 공공 서비스는 사회적 목적과 가치에 부합한다면 때로 비합리적이라도 마땅히 운영해야 한다. 세출은 성장률을 담보하는 투자금이 아니다. 부풀어 오른 공공이 시장의 수치를 목표할수록 사회적 가치는 축소된다.
과거 민간과 공공의 균형이 유지될 때 부산 곳곳은 민간 주체의 무대였다. 부산대 온천천은 스트릿 공연의 중심이었고, 용두산 공원의 공터는 전국 춤꾼의 스테이지였다. 그때는 아무도 관람객 숫자를 고려하지 않았다. 청년은 공간에 자신의 창조성을 흩뿌렸고, 시민은 최선을 다한 예술가에게 박수를 보냈다. 평가가 없어도 예술은 도시를 채웠고, 거리의 무대는 매주 치열한 경쟁장으로서 진화했다.
공공이 장악한 지금은 어떨까. 시민이 도시를 쓰려면 기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자신의 이력을 설명해야 하고, 몇 명의 관람객을 약속할 수 있는지, 기대효과가 무엇인지를 서술해야 한다. 거리의 예술은 심사장으로 옮겨졌고, 전문위원에게 문화 상품으로 다듬어져 출시된다. 숫자는 의미를 거세한다.
숫자가 시도를 평가하지 않을 때, 공공의 기획이 공간이 장악하지 않을 때의 도시는 모두의 창의성을 담아내는 하얀 캔버스와 같았다. 지금 부산은 이야기가 없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펼쳐낼 공간이 없다. 시장 논리와 합리성의 논리로 무장한 공공은 여전히 도시의 공간을 집어삼키고 있다. 도시 행정은 남천동에 99층의 초고층 아파트 건설을 계획했다. 공공은 엑스포 유치 실패 이후 북항 내 오픈카지노 설치를 논의 중이다. 오픈카지노가 약속하는 압도적 수익이 어느새 모두를 위한 사회적 가치로 제시된다. 황소처럼 더 크고, 더 거대한 도시가 되기 위해 있는 힘껏 배를 부풀리는 도시가 바로 부산이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황소를 닮으려 했던 개구리의 욕망이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고유한 역할을 수행하며 서로를 존중하는 균형 잡힌 시선이다. 도시는 숫자로 환산될 수 없는 무수한 이야기와 창의성이 살아 숨 쉬는 공간이어야 한다. 역설적으로 공공의 본질은 수치화될 수 없는 영역에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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