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후랑 Aug 29. 2021

직장에서 - 비난에 마음이 괴로울 때

그럼에도 나는 행복해지기만 할 것이다. 그러기로 결정했으니까.

직장인의 억울한 비명


'왜 직장은 행복할 수가 엄써?' 억울함에 터져나오는 한 문장. 


주 52시간 제도가 시행된 뒤에도 우리는 하루 최소 8시간을 직장에서 일하고 있다. 24시간 중 8시간을 자면 16시간이 남는데 - 그 중 절반인 8시간을 직장에 사용하는 셈이다. 오가는 통근 거리가 멀면 1~2시간이 추가되고 여기에 잔업을 하고 퇴근하며 다시 1~2시간이 추가된다. 주 52시간이 아직은 멀게 느껴지는 직장도 많다. 나 또한 하루에 족히 12시간 정도를 직장에서 보내고 있다. 자는 시간을 제외한 16시간 중 75%는 직장에서 보내는 것이다. 솔직히 이 정도로 많은 시간을 들인다면 조금은 행복한 일도 있어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아닌가? 어째서 직장은 이토록 지루하면서 동시에 살벌하고, 냉혹하리만큼 추운 곳인 걸까?




이메일 체인의 저주

메일 (mail)  
[명사] [정보·통신 ] 컴퓨터의 단말기 이용자끼리 통신 회선을 이용하여 주고받는 글.

체인 (chain) 
[명사] 쇠로 만든 고리를 여러 개 죽 이어서 만든 줄.

직장의 불행한 면모를 예로 들자면 무궁무진하지만,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이메일 체인. (지금까지 주고 받은 모든 메일의 대화 형태인) 

이메일 체인은 잔인한 구속의 이름이다. 


이 체인에 한번 들어온 자는 모든 작업이 완료될 때까지 절대 체인 밖으로 나갈 수 없으며, 하기 싫은 일을 타인에게 갑작스럽게 떠넘길 때 그를 끌어드리는데에도 체인이 사용된다. 가장 치명적인 순간은 메일에 걸린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전체회신으로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는 것이다. 예를 들면 선배 직원에게 '신입사원이 작업한 형태로는 고객에게 보낼 수 없습니다.'와 같은 매우 이성적이면서도 가시돋힌 문구를 전체회신으로 받으면 정신이 아득해진다. 개인회신으로 들어온 피드백은 조언이 되지만 전체회신으로 들어온 피드백은 비난이 되어 빼지 못할 화살로 마음에 박히게 된다. 


신입사원. 이메일 체인이란 생태계의 최약체. 


생태계 가장 아래 일원으로서 늘 모든 메일을 상시 확인해야 하고, 자신의 이름이 불리면 즉각적으로 회신해야 한다. 회신이 느려도 아웃. 회신이 틀리면 더 아웃이다. 윗사람에게 전체 회신으로 피드백하는 것은 절대 상상할 수 없지만, 아랫 후배에게 전체 회신으로 피드백을 주는 것은 '가능'하고 때때론 따끔한 교육이라는 목적 아래 오히려 필요하다고 생각되기도 한다. 




직장인(특히 신입사원)을 불행하게 만드는 요인

직장이 행복하지 않은 이유. 그것은 직장에선 언제든지 자신이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느낌 때문이다. 사람들이 경쟁이 심한 직장을 정글에 비유하고는 하는데 - 약한 자는 자연선택에 의해 공격받아 사라지기 때문인 것 같다. 신입사원은 이제 막 목가누기를 배워 비틀거리면서 걷기 시작한 동물로 더 쉽게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작은 공격에도 치명상을 입는다. 


최근 전체 메일로 피드백을 받았는데, 하루종일 기분이 우울했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는 자책감과 후회, 지적 받았다는 슬픔도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내가 '공격' 받았다고 느껴서이다. 메일을 보낸 사람이 공격의 의도를 가지고 보낸 것일 수도 있고 - 별 생각 없이 무심하게 말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내가 언제든지
다른 사람들 앞에서 과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체메일로 피드백을 받은 날 밤 나는 유튜브에 '싫어하는 사람과 일하는 방법'을 쳐본다. 마땅히 마음에 드는 결과가 없어 '직장'이라고 쳐본다. 유튜브는 '혼날 수록 직장에 적응하기 위해 더 노력하라'고 조언하고 - '직장에서 유능한 사람 되는 방법 / 자기계발 / 직장내공' 등을 소개한다. 수없이 많은 심리학자의 영상이 있지만 모두 직장에서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방법을 다루고 있고 - 직장에서 행복해지는 방법을 다룬 영상은 없다. 그것은 불가능해서일까? 아니면 직장은 너무나 객관적인 장소이기 때문에 행복이라는 주관적인 감정은 끼어들기 적절하지 않아서일까?




그럼에도 나는 행복해지기만 할 것이다. 그러기로 결정했으니까.

계속해서 인터넷으로 답을 찾아헤메다 온라인 서점의 베스트셀러에 다다르게 되었는데, '직장에 연연하지 않기'라는 제목을 보게 되었다. 내용은 위 상황과 전혀 다른 주제였지만 제목만큼은 눈길을 사로잡았다. 왜냐하면 그것은 내가 원하는 상태를 무엇보다 잘 설명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피드백에 휘둘리고 싶지 않고,  사람들의 시선과 평가에 연연하고 싶지 않다'는 것. 


'피드백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것에는 두 개의 의미가 담겨 있다. 

'나를 발전시킬 수 있는 부분'은 취하되,
피드백을 준 사람에게 '나 자신에 대한 평가'를 맡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 자신에 대한 평가는 나를 아주 잘 아는 자기 자신 혹은 가까운 사람들만 할 수 있다. 직장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각자의 파편적이고 일시적인 장면만을 보고 순간적인 평가를 할 뿐이다. 그 순간적인 평가에 자신을 매어둔다면 이메일 체인의 저주로부터 평생 벗어날 수 없게 된다. 대신 피드백 중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부분만 취하고 자책감의 상흔을 남기는 부분은 지나가도록 내버려두자. 그렇다면 피드백은 더 이상 나를 해치는 공격이 될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피드백을 그렇게 소화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직장이 행복한 장소가 되기 어려운 이유는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일이면서 원치않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에 대해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지만큼은
우리가 통제할 수 있다. 


나는 나만의 글쓰기를 통해 직장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나만의 의미를 부여하고 그로부터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지나가게 할 것인지 결정할 것이다. 그를 통해 우리는 직장의 행복을 유지할 수 있으리라 희망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