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4살, 공룡에 빠지다

                                                                                                                           2014년 11월           

4살 공룡에 빠지다      

남들은 세상에서 제일 힘든게 아이 키우는 일이라지만

나이 들어 친구도 없는 남자에겐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게  우리 아이들과 노는 일이다     

점점 남과 다른 ,자기가 좋아하는 게 생기는 시간같다 

자동차라면 사죽을 못쓰던 하룩

어느날 갑자기 공룡에 빠졌다 

여자인 하늬보다 공룡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빠르고 깊다 

잘때에도 꼭 공룡을 머리맡에 챙겨두고 자고싶어한다 

가족 모두가 공룡박사 라고 부른다 


공룡을 가두지 않으면 밤사이에 공룡이 커져 집이 망가지거나 

도망가거나 우리를 공격할지 모른다

그렇게  겁을 주고 나서야  장난감 통에 공룡들을 한데 쑤셔넣는다      


“하륵이는 어린이집에 오면 공룡 흉내만 내고 있어요 

친구들에게 공룡 이름, 공룡노래를  가르쳐주기도하고요 “     

어린이집 선생님이 알림장에 남긴 글

듣기 좋으라고 하는 소리같다       

허구헌날  손가락 세 개를 공룡의 앞발 마냥 세우고 

울부짖는 소리를 내면서  나를 덮치고 입으로  깨물다보면 

아빠인 나도 지쳐나가떨어진다

함께 지내는 아이들은 얼마나 무섭고 힘이 들까

자신이 진짜 공룡박사라도 된 듯 의기양양할것이며 

다른 놀이나 공부는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공룡이 자신인지 자기가 공룡인지 헷갈릴 정도일테다 

한 남자아이만  유독 하륵의 공룡놀이에 같이

덩달아  따라다닌다니 일말의 안도감은 든다 

내  50평생 들어보지도 못한  트리케라톱스니 스피노사우루스

덩달아  한 마리 한 마리의 공룡 이름들 외워보려 노력하지만  

어느새 다시 떠올리기도 어려운 이름들이다 

그런데  내 일과 견줘 보면 

1억 5천년전의 공룡의 종족이름들은 알면서 

수없이 죽어간 힘 없고 무력한 개개인의 사람들은 그 이름도 남기지 못하는 

그냥 백성,민초 가 되는  씁씁한 운명 

내인생도 1억년전 공룡만도 못한게 아닌가 ?     


한편으론  대견하기만 하다      

하지만 친구들이 피하기만 하고 맞상대 해주지 않으니 

얼마나 섭섭 할것인가 싶다 

너무 피곤해 상대해주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앉아 그냥 울어버리는 하륵이                

어느날 구리 강변 임시 야시장에서 건전지로 움직이는 공룡을 보고

떼를 쓴다  

다리가 움직이면서 걸어가는 공룡장난감을 가진 두 아이들은

공룡의 특징을 가사를 만들어 즉흥적으로 흥얼거리며 노래를 한다     

하늬가 먼저 부른다 

“이건 스피노 사우루스 

지느러미가 있고요  뒷발이 많이 많이 있고요 

그건 스피노 사우루스  이빨도 많이 있고요  눈도 멋지고요 “

하륵이가 받아  흥얼거린다 

“트리케라톱스  동그란 목도리를 가졌고요  꼬리가 길고요 배가뚱뚱해 

그건 트리케라톱스 “     

대단하다 .기뻐고 흥겨워야 숨은  창의력이 발휘되나보다 ..

나도 더불어  영감이 떠오른다 아이들이 이토록 좋아하는 

 공룡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다      

우포늪에 공룡 발자국화석이 있다는데 ..      

매거진의 이전글 가족의 외출-서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