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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외로움그리고 부끄러움

                                                                                                                                        2011년 10월

하륵 하늬가 태어 난 지  7개월          

2년가까이  일을 못하고 있었다 

누군가가  돈을 주면서 일을 맡기는 작업이 아니라지만 그냥 이렇게 까지 손 놓고 살아오진 않았다      

이젠 무섭고 두렵다 

아이들은 이제 기어다니기 시작했는데  나는 비빌 언덕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시월의 어느 아침, 풀어놓은 복실이가 한마리의 고라니를 몰아 왔다 

 내쪽으로 달려오는  고라니  

  외길 ,그  고라니의 절박한 눈빛을 난생 처음으로 가까이에서 

보고 말았다 

그 눈빛은  오래전 어느 섬 , 늙은 남자의 눈빛과 너무 닮았다 

유령처럼 그 눈빛들은 간혹 내 기억속으로 달려든다 

 누군가에,무엇에  쫒기기 때문인가 ..     

 

뭘 붙잡고 기대어서야 설 수 있는  두 아이를 엄마 혼자 돌보기에는  벅차다 

당분간  좀 더버틸 수 있을 지 모르지만   굶주릴 시간이 다가오면 올수록 번뇌는 거세어졌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나무 밖에 보이지 않는 숲속

길을 떠나지 않았던 그때  부터 키우기 시작한 

강아지, 고양이, 닭, 오리 들의 먹이 챙겨주기 , 

풀려진 개 두 마리가 다른 종족을 괴롭히지 않도록 감시하는게 내 유일한 소일거리였다      


숲속의 집에는 사연들이 많다      

울 아이들이 태어난뒤 

풍산개 복실엄마가   리트리버 복동아빠사이에서 여덟마리새끼를 낳았다 

새끼중 하나가 2층에서 떨어졌다 

척추손상으로 두 다리를 쓰지를 못하는 초록이다 

초록이를 향한  엄마 복실이의 안타까운 모성이 늙은 아빠의 눈에도  보인다.  


부엌 후광에까지 들어와 새끼를 낳은 산새엄마의 예의없는 모성은 또 어떤가 ?

산새 가족 덕분에 더운 여름 , 부엌의 환기는  엄두도 못내었다      


유달리 긴 장마 줄기창창  알을 품고 앉아 꼼짝않는 닭 한 마리 ,

닭들 가운데 유독 혼자만 무리들과 어울리지 못하던 암탉이었다  

장난삼아  암탉의 보금자리에  오리알 두개 넣어 두었다

오리새끼 두마리 부화했다 

암탉을   엄마로 알고   앙징맞게 따라다니는 두 오리새끼의모습은 

 아름답고 감동스러운 한편의 코메디영화였다  

하지만 더위가  거세지자  자신을 낳아준 오리엄마 따라 연못으로 

가 버렸고  긴 장마동안 품어주었던  엄마닭은 우두커미 걱정 스러운 듯 연못쪽만 바라본다  

가슴 아린 한편의 새드무비로 끝난 어미 닭의 모성      

“스마트폰 영화제 공모가 있는데 그게 별다르게   저출산을 주제로 한 

건데  상금이 5백만원이야 ..“     

오래전부터  간간히 찍어온  숲속의 이야기를 “숲속의 엄마”

라는 제목으로 편집을 하고 촬영을 더 보태어 출품했다       


최우수상이었다 

근데 찬찬히 살펴보니  대상이 없는 최우수상... 기분이 묘했다 

상금은 5백만원에서 뚝 떨어져 2백만원


대상을 줄만큼 완성도가 없다는 메시지가 숨어있는 것 같다 

기뻐 환호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니 자긍심을 갖지 말아라 ? 

상금을 받아도 뭔가 썩 개운치 않은 상이란게 있을수 있구나 

기어다니는 두 아이 키우며 만든 처지에는 언감 생심  

그것만으로도 행운으로 여겨야 했다  


그런데 주최측에서 수상작을 유투브에 올린다는 연락이 왔다 애초에 이런 말은 없었다 

돈은 아쉽지만 그 다급함보다 망신살이 감당할수 없을 것 같다 .일단 먼저 기가 꺽였다 .


작품도 썩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그걸 두고 두고  유투브에 올려서 

1등 없는 2등이라는 꼬리표를 달아  망신을 주려는 것이나 다름없다라는 생각이었다 .


"그쪽도  약속을 지키지 않았잖습니까 ?  하루만 극장 상영한다고 하셨잖아요 

극장 상영 1회하는 것 하고  죽을 때까지 두고 두고 부끄러움을 감수해야하는 유투브하고 같은건 아니잖아요"

"글구 1등 없는 2등이 뭡니까 ?상을 받는 사람이  자랑스러울까요 ? 부끄러워지지 않겠습니까  ?" 

"5명이 달리기를 했는데 먼저 들어온 사람에게 1등이 아니라 2등이라고 하는 것과 뭐가 다른 가요?"


결국 그쪽에서 양보해서, 유투브에 작품을 올리지 않기로하고  상금만 받았다 

1년뒤 그 영화는  장편으로 재편집되어 오프앤 프리국제영화제에 초청되었다 

정재형  오프앤 영화제 조직위원장 은 멋지고 감동스러운 영화라고 추켜올렸고 

“숲속의 감독 신지승을 아시나요?” 라는 제목의  컬럼을 써주면서 힘을 모아준다 


살다보면 

상대의 힘을 돋우고 보살펴주는 이가 있는 반면 사람을 제 스스로 부끄럽게 만들고  모욕의늪에 빠지게하는 

 이들이 구별되는 법이다 

그 차이는 뭘까 ?

정재형 교수로부터 그런 걸 배우는 시간이 있었다 

(정재형 교수와의만남은  차후에 .. ) 


나에게 영화 "숲속의 엄마"는 

 궁핍과 부끄러움을 모면하기위해 애쓰는 과정에서 만났던  행운의 작품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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