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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매한아름 Nov 17. 2022

행복한 결혼생활, 방법의 차이일까?

THE CROWN 5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THE CROWN 시리즈를 1편부터 쭈욱 봤다. 크게 재미있다거나, 크게 흡입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잘 이해되는 내용도 아니었는데 멈출 수가 없었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전 생애에 걸쳐 그 전후 상황, 왕실의 이야기, 또 영국의 정치사, 영국을 둘러싼 유럽 국가의 이야기, 세계사까지 공부하게 되는 유익함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뭐 그런 이유로 계속 보게 된 것 같지는 않고, 그다음이 궁금해서 계속 보게 된 것 같다.

 THE CROWN4까지 보고 나서 2022년 중에 시즌 5가 나온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11월 9일 공개!! 진짜 타이밍이 절묘한 것이, 찰스 왕세자가 왕위에 오르자마자 공개가 되어버려서 이런저런 말이 많이 나왔었다. 뭐, 그건 그거고, 나는 내 길을 가겠다. 보고 싶으니까 보겠다!

 시즌 4가 다이애나의 외로운 결혼생활의 시작 부분에서 끝났기 때문에, 시즌 5는 다이애나가 찰스와 이혼하게 되는 과정이 주를 이루며 흘러간다. 다이애나가 주인공인 시즌이다. 정치 상황이나, 세계사는 거의 전.......혀 안 보인다. 그냥 다이애나가 주인공인 영화 한 편을 본 것 같다.

 

 전체적으로 결혼생활, 사랑 이야기가 주를 이루기는 한다. 왕실의 결혼, 이혼, 사랑. 왕실이라고 다르지 않다. 우리 평범한 사람들, 모든 부부들이 보통 겪는 문제들과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다. 서로가 너무 다르다는 것, 그 다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헤쳐나가느냐의 문제이다. 엘리자베스 여왕과 필립 공도 너무 서로 다른 성향으로 인해 힘들어했지만 그들이 그 부부생활을 헤쳐나가는 방법이 또 달랐고,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가 헤쳐나간 방식이 달랐다. 다름을 모른 척하면서 각자의 길을 존중하는 방법은 어쩌면 서로에게 무관심하게 될 수는 있지만 부부관계의 유지에는 편안한 방법인 것 같다. 다이애나는 물론 찰스의 외도가 너무나 절대적인 문제였지만, 그들은 서로의 다름을 감당하지 못했던 것 같다. 서로의 다름에 진저리 치는 부부의 모습.


 THE CROWN은 매회 시작될 때, 새로운 인물 새로운 이야기의 서사가 나오곤 하는데 그 부분에서 자막만으로는 전혀 이해되지 않을 때가 있다. 그 한 회가 끝날 때쯤 되어서야 ‘아까 걔가 얘구나?’, ‘아까 그게 이 얘기구나?’ 하게 되는 그런 흐름.


 이건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지만, 찰스 (현재는 왕이지만 극 중에서는 왕세자였으니까) 왕세자는 어떻게 보면 순정남인 것 같다. 젊었을 때부터 사랑했던 단 한 사람을 평생 사랑했다. 그 사람만 바라봤다. 찰스가 가장 잘못한 것은 ‘결혼 반대’를 이기지 못하고 사랑하지도 않는 여자와 결혼을 한 것과, 결혼한 후에도 그 관계를 끊어내지 않았다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한 잘못이지만. 커밀라와 찰스 입장에서는 억울했을 것 같다. 왕가에서 반대만 하지 않았어도, 그들은 그냥 결혼해서 평생을 서로만 바라보며 잘 살았을 텐데, 그 반대를 이기지 못해서 평생을 욕먹고, 가정은 양쪽으로 파탄 나고. 외모만 봐도 다이애나에 훨씬 못 미치는 커밀라지만, 그녀와 대화가 잘 통한다는 이유로 평생을 사랑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순정남 기질이 있네 싶기도 하다.


 

 그 왕실의 꽉 막힌 시스템과 기준 때문에, 고통받은 많은 사람들 이야기가 나온다. 그냥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하며 평생을 행복하게 살아도 모자란데, 그 시스템 속에 살아가느라 많은 이들이 희생당하며 살았구나. 영국에서 왕실이 꼭 필요한가 하는 논의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지만. 정답은 없다.


 다이애나는 결국 행복의 꽃을 피워보지 못하고 평생을 우울하고 외롭게 보내다가 갔다. 시즌5는 다이애나와 찰스의 이혼까지이다. 시즌6도 나온다면 다이애나의 죽음까지 나오려나? 뭔가 시즌 6은 크게 기대가 안된다, 사실. 또 다이애나 얘기야? 하게 될 것 같아서...


 나는 어렸을 때였는데도 다이애나가 죽었을 때, 아주 뉴스에서 떠들썩했던 기억이 확실히 난다. 며칠 내내. 결혼해서는 남편과 시스템으로 고통받고, 이혼해서는 파파라치들 때문에 고통받고. 같은 여자로서 불쌍하다고 느껴진다.


 한 번뿐인 인생. 행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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