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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매한아름 Mar 18. 2023

똑같이 당해봐라

나만 당할 순 없지!

남편은 지금 출장 중이다.

그래도 좀 가까운 곳에 있어서 주말에는 집에 온다.

금요일 오후에 집에 와서 월요일 아침 일찍 떠난다.

그러다 보니 평일 육아는 온전히 내 몫이다.

아이들이 6살 5살, 그래도 말귀는 알아먹고 대화는 되는 나이라

어떤 때는 수월하고, 어떤 때는 지독히도 힘에 부친다.

아이들이 ‘엄마’만 찾으니,

“엄마 좀 그만 불러!” 하게 된다.


그래도 요즘 들어 가장 큰 변화는

이제 잠들 때까지 같이 누워있지 않고

‘잘 자’ 하고 나 먼저 나올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엄마, 나가지 마’, ‘엄마 외로워’라는 말을 하면

마음이 약해져서 같이 누워서 잠들 때까지 기다려주기도 하지만,

육퇴 후 내 시간을 한두 시간이라도 가질 수 있게 된 건 너무 기적 같은 행복이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은 일찍 자든 늦게 자든

일찍 일어난다.

7시 전에 일어난다.

6시 반에 일어난다.

내가 일어나고 싶어서 일어나는 게 아니라

아이가 일어나니 나도 어쩔 수 없이 일어난다.


남편이 ‘더 자고 싶어도 시간 되면 눈이 떠져’라고 하길래,

’그럼 내일은 아이들 일어나면 오빠가 같이 놀아줘 봐.‘ 했다.

내가 가장 힘들어하는 아침 시간을 남편이 느껴보기를 바랐다.

그래봤자 혼자가 아니기 때문에 나의 힘듦을 반밖에 못 느끼겠지만..

몸이 무거워가지고 침대에 누워 도무지 일어나지 않는 남자를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매일 잠이 부족하다는 남편을 위해

새벽이고 아침이고 아이들이 일어나면 남편이 깨지 않게 내가 먼저 나가서 아이들을 맞이하곤 했다.

아빠가 아이들이랑 같이 놀아주는 시간이 워낙 적으니

남편이 집에 오면 아이들이랑 놀아주라고 하고

집안의 모든 일을 내가 혼자 다했다.

참고로 우리는 맞벌이고, 수입은 내가 좀 더 높다.

그런데 나는 집에 있고, 남편은 보통 집에 없다.


그래도 남편은

내가 ’ 이거 해줘 ‘라고 하면 ‘싫다’고 하는 법이 없다.

힘들어서 골골대긴 하지만

팅팅 부은 눈으로 아이들이랑 뒹굴면서 놀아준다.


나는 ’ 너도 똑같이 당해봐라 ‘를 시전 하는데

똑같이 당하는 꼴을 보고 있으면 또 마음이 아프다.

아,

내가 너무 착한 건가?

아니면 불쌍한 척 연기하고 있는 남편의 계략인가..


이렇게 오늘을 또 살아가는

부부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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