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회사에서 크고 작은 일이 많았다. 결론은 나 홀로 회사에 남게 되었고, 오롯이 감당할 일도 책임감도 커졌다. 완충작용을 해줄 선배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혼자가 되어 맞이한 가을을 지나 겨울이 왔다.
처음으로 혼자 하게 된 매거진 프로젝트. 매거진은 익숙한 작업이지만, 혼자 기획안을 꾸리고 설득하며 인터뷰부터 원고 작성, 마무리까지 그야말로 처음부터 끝까지 해낸 건 정말 처음이었다. 그래서 왠지 더 자신 없이 느껴지기도 하고, 더 떨리기도 한, 속된 말로 쫄리는 나날이 이어졌다.
쫄리고 다시 펴지고 다시 쫄리는 시간이 지나 한 권의 매거진이 나왔다. 당연히 시행착오도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그래도 무엇이든 끝은 난다. 결국에는 끝이 있기 마련이다. 매거진 송고를 마치고 선배에게 오랜만에 안부를 전했다. 송고를 여차저차 잘 마쳤노라고, 그 결과물을 부끄럽지만 보내주고 싶었다. 선배는 흔쾌히 주소를 주며 자랑스럽다고 응원을 더해 주었다.
선배가 마지막에 써준 카드가 기억이 났다. 우리는 이 초불확실성의 시대에 언제든 헤어지고 만날 수 있으니, 너무 슬퍼하지 말자며 어디서든 다시 곧 보자는 말. 그 편지는 차마 회사에서 가져오지 못했다. 힘들 때 꺼내 보고 싶어서. 애틋한 마음이 깊어지지 못할 함께한 지 너무나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이별에 나날이 애틋해져 간다. 카드를 함께 적어 보낸 매거진이 선배에게 송년의 작은 기쁨이 되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