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곳에서 과학과 목공을 가르치면서"정상쌤~"으로 불리우고 있다.
어느곳을 여행하면서 그 곳의 과거가 알고싶다면 박물관을 찾을것이고, 미래가 보고싶다면 도서관을 찾으면 된다. 그리고 만약에 현재가 보고싶다면 당신은 붐비는 시장통을 거닐어 보라~
94년 여름이었던것 같다. 푹푹찌는 무더위에 지쳐버린 교실에서 수업에는 집중을 하지 못하고 회전하는 선풍기의 바람에 의지하면서 가까스로 정신을 부여잡고 국어 책을 이리저리 넘기다가 읽었었다. 그리고는 상상을 했다.
'그래, 나도 곧 떠날거다~그럴거다!' 내게 여행은 그렇게 다가왔다.
무엇인가를 보고 싶었고 또 찾아보고 싶어서 떠나게 되는? 그래서 아직도 나의 여행은...
2012년, 09녀석들과 두 달간의 필리핀 체험학습이 결정되면서 우린 1학기부터 수업을 시작했다. 평화 프로젝트! 도대체 평화란 무엇인가? 이렇게 녀석들은 한 학기동안 평화란 무엇일까?를 생각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했었고, 또 각자가 생각하는 이야기를 가지고 모둠을 만들어서 활동도 해보았다.어떤 녀석들은 재능 기부도 평화라면서 대전과 대구의 지하철 역에서 달콤한? 미니콘서트를 했고, 또 어떤 녀석들은 이주 노동자들의 부당한 처우를 알리는 것이 의미라면서 거리 홍보를 나섰다. 그리고 어떤 녀석들은 평화를 이야기 하면서 연극을 만들고, 또 축제에는 기부금과 물품을 조성하고 민간단체에 전하면서 본인이 생각하는 평화를 실천해 보기도 했었다.
2012. 09. 06, 그렇게 녀석들은 필리핀의 네그로스 섬으로 부터 시작해서 지역의 빈농들을 위해 집을 지어주고 있는 민간단체와 만나서 같이 벽돌을 날라보기도 했고, 보홀에서는 선배들이 작은 마을로 들어 가면서부터 시작되었던 돼지 선물이 몇년이 흐른 지금은 모든 집에서 키워지고 있는 모습에 환대받고 또 따뜻한 인사의 말들을 받게되었다. 이렇게 녀석들은 시골의 자그만 학교에 들러서 자신이 미리 준비해간 수업( 종이접기와 전통놀이 그림 그리기 등)을 같이 하면서 아이들과 신나게 놀아보기도 하였고, 민다나오의 한 대학에서는 그곳의 근현대사 세미나를 통해서 힘이 있는 자들의 폭력에 항거 하다가 피를 흘려야만 했던 용기있는 기자들과 시민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같이 가슴 아파하기도 했다. 그렇게 호텔보다는 시골의 가정 집에서 홈스테이를 하면서 녀석들은 반찬이 없어서 미안하다고 말하는 주인 아저씨의 손을 꼭 잡고 "노!노!" "아니에요!"하면서 잘 되지도 않는 영어로 고마움을 표현하려 손짓 발짓을 하면서도 웃었고, 나는 그런 녀석들을 보면서 '그래, 건강하게 웃어줘서 고맙다!" 라는 말을 자주 했었다.
그래, 서로가 이렇게 같은 것을 보면서 같이 웃을 수 있고 또 같이 마음 아파 하는 모습이라면? 그래, 이런 모습들 이야말로 아마도 우리가 찾고있던 그 평화의 모습 일 수도 있을거란 생각을 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렇게 무사히 여행을 마치고 성적표에 적었던 글은?
9월! 4년간 그렇게 고대하고 기다리던 필리핀 여행이 시작되면서부터 아이들은 한 학기동안 그렇게 공부해온 평화여행과 공정여행이라는 단어는 이미 기억속에서 저 멀리 사라져버렸고, 우리의 여행이 시작된 바로 그 곳에서 녀석들은 마음껏 소비를 하면서 웃었고, 또 쉽게 불편함을 토로하는 모습들도 보여 주었습니다. 하지만 차츰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서 녀석들은 눈을 돌려서 주위를 둘러보게 되었고, 그렇게 미안함으로 시작된 이야기들은 결국 고마움으로 번지고 또 애써 고개를 돌려 외면하려던 것들을 마주보고 앉아서 따뜻하게 안아주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서로에게 믿음을 가질 수가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통해서 밝게 웃고있는 필리핀 사람들을 보면서 부유하지는 않아도 아름답게 꾸려가고 있는 그들의 공동체를 경험할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우리는 조금씩 마음이 열려가고 다양함을 이해하게 되는 모습을 통해 평화가 무엇인지? 를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2012. 9.6~11.3 - 58일간의 제천간디학교 09들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