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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들지 못하고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그렇게...

2년 전 부터 내가 글을 쓸 수 밖에 없었던건 두려움이었다. 불현듯 예고 없이 닥쳐올 것만 같은 마지막! 그렇게 준비 없이 맞이하게 될지도 모르는 그 마지막을 생각하면서 아들에게 글을 남기려고 했던 것인데.., 지난날을 이야기 하면서도 인정할 수 밖에는 없었던건? 지금의 내 모습...


아무것도 해놓은 것이 없고, 또 모아놓은 돈도 하나 없이 마비된 몸으로 하루를 버텨내야만 하는 그 모습이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너무도 두렵고 싫었다. 그러면서 또 자연스럽게 지금 힘든 이 모습이 지난날에 투영되면서 스스로를 인정하지 못하고 부정하게 되는 모습이 너무도... 그래, 너무도 힘이 들었다.


'그래...내 인생은 실패 했고, 또 그런 나는 낙오된 것이다! 아니 그냥 용도가 폐기 된...것이겠지! 허튼짓만 하면서....' 라는 생각만이 가득했던 어느날!

 켜켜이 쌓여 있던 먼지 만큼 내 기억에서도 그 색이 누래진 책 만큼이나 희미해져 있던 15년전의 다짐이! 그리고 메모를 읽으면서 흘러내린 그 눈물이! 적어도 성과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만큼은 다른 모습으로 해석할수 있게 해주었었다.


이천년 시월 구일


오늘 내 사랑하는 후배 선미, 태윤과 소주를 했다. 드디어 태백산맥의 끝을 보게 되었다.


아쉬움! 그리움! 부끄러움! 답답함!


 나이 스물다섯... 무엇을 보았는가? 그리고 생각하는가? 이상과 현실속에서 넌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였는가? 우습구나! 어리다는 말로 입막음하기엔 너무도 커버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많은걸 바라지는 않겠다. 다만 다음에 선생이 되어있을 너에게 네가 옳다고 믿는 길로 접어들 용기가 있기를 바랄뿐이다.


나는 웃음짓는다. 그러나 슬프기도 하다. 그건 끓는 피만큼 내 이성이 피끓지 못하기 때문일거다. 하지만 조바심을 내지는 않겠다. 난 네가! 이정상이란 사람이 결코 이글 앞에서 주저함이 없는 젊음일수 있으리라 굳게 믿는다. 날 믿어주는 그 모든것들을 위해... 최선이란 말이 부끄럽지 않길 바라며...

2000. 10. 9  -


흘러내린 그 눈물이 몹시도 가난한 지금의 내 모습을 인정하고 이해할있게 해주었고, 오늘은 이렇게 그 기억으로 다른책에 쓰여진 메모를 읽게되었다.

'불쌍한 애송이 기기! 자네는 몽상가이고 영원히 그럴거야! 예전에 자네는 가난뱅이 기기의 탈을쓴 기롤라모 왕자였지. 하지만 지금은 어떻지? 기롤라모 왕자의 탈을 쓴 가난뱅이 기기인거야!'


십오년전 쯤, 별 의미없이 이 책을 읽고 나이가 들면서는 시간을 절약하며 잘사는 법에 대한 책들을 읽었다. 그래서 앨빈 토플러의 미래쇼크를 읽을 즈음에는 시간의 흐름에 뒤쳐지지 않아야만 하고, 또 그 급물살의 흐름을 타야만 한다면서 스스로 가슴 졸이기도 했고, 제러미 리프킨의 소유의 종말에서는 새로운 미래를 수긍하기도 그리고 그러한 삶에 의구심을 갖기도하면서 나의 삶을 생각했었다.


무엇을 생각하며 살아야 하나? 무엇을 위한 것인가? 무엇이 의미인가? 서른즈음에 느끼게되는 당연한 고민이라기에는 그 무거움이 너무도 크고, 정답처럼 날아오는 이야기들은 나를 너무도 몰아세운다.


 '아닌것 같다!' 하지만 아니라고 말하기에는 울림이 없는 외침이었고, 발가벗은 몸뚱이로 찬바람을 맞듯 쓰리고 아팠다. 하지만 그 아픔보다는 나의 피끓음이 더 크고, 가슴뜀이 더 큰것을...


그래, 내 심장이 뛰는 그 소리를 들어야겠다. 그리고 손끝으로 스쳐가는 모든것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겠다.


2005. 12. 1 삼례중학교 교무실. 이정상! 언제 철들래? 넌 몸뚱이만 커져버린 모모인거냐?


스물다섯과 서른! 10년전에도 비슷한 두려움과 억울함이 있었던거구나? 하지만 그 짧지 않은 시간도 정리하지 못했던것들이 지난 3년을 지나 보그것이 바로 "막연한 두려움?"이었음을 이젠 알것 같다.


경험하지 못했고 확답이 없었기에 게되는 막연함! 그래서 이젠 그러지 않아도 될만한 나이가 되었음을 알기에... 어떤 모습이고 싶은것인지를 적고싶어서 나는 지금! 아니 앞으로도 이런 메모를 남기면서 살게 될 것이다. 그건 그 생각과 메모들이 이렇게 남아줬던 덕분에 잡았던 그 끈을 놓지 않고 끝까지 꽉 붙들어 지금 이렇게 살아있음을 기억하고 있기에...


p.s 찾아주었던 후배들 덕분에 스스로를 긍정할수 있었다. 하지만 남아있은 기억때문에 미안함도 컸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우리는 좀 생각을 해야한다!"는 내 생각을 말했던 것이 미안해서 나의 오만함과 어설픔을 말했더니 그들은 말한다.


"뭐야? 우리가 바보야? 우린 그런 형덕분에 그 시간들이 좋았던거라구! 형은책을 읽은 양을 자랑했던 것이 아니라 우린 어떻게 살거냐? 어떻게 해볼까? 하면서 말했던거지! 그래서 우린 형이랑 하숙방에서 참치캔 하나로 쏘주를 그렇게 먹으면서도 좋았던거라구~" 그래서 우리는 더 단단해졌다.


그래, 강요는 없다! 그리고 아는 척을 했던 것이 아니라, 친한 사람들과 책에서 잃은 좋은 생각들을 공유하고 찾아 보려는 모습에서 힘을 받고싶었을 뿐이다! 그러니 앞으로도 그럴거다! 서로가 끌리고 긍정할수 있다면 말을 하고 또 같이 가보자고 손을 내밀거다!


그래, 내가 이나이를 먹었어도 들지 않았던 그 철은 내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냥 내겐 내게 맞는 철이 있었던거다!


그래서 이제는 스스로를 믿고, 또 '그래도 괜찮다!'는 믿음으로 나는? 그냥 나아가면 되는 것이다! 그래, 화이팅~~^^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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